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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25일 일요일

JK 하루는 이세계에서 창녀가 되었다 외전 라면은 청춘이다! (라면 마루와 & JK하루 콜라보 SS)

 잘 지내셨나요, 키요리예요.

 오늘도 저희는, 씨름부 씨네 식당의 '테라스 자리'(라고 불리운대요. 야외에 있는 자리예요)에서, 차를 마시고 있어요. 이젠 일과처럼 되어버린 모임으로, 마음을 터놓은 친구들과 이런저런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내요.

 하루 씨는 평소처럼 재밌는 말을 하고 있어요. 루페 씨도 귀여운 목소리로 웃으며, 과격해지려는 하루 씨를 서포트해요. 저는 아직 세상 물정을 잘 모르기에, 하루 씨의 농담도, 오히려 좋은 공부가 돼요. 제 입으로는 아무래도 직접 말할 수 없는 죄스러운 단어만 잔뜩 나오지만요.

 그렇지만 재미없는 말을 해도 제대로 들어주고, 어째서인지 웃어주기도 해서, 저도 무심결에 여기서는 수다쟁이가 되어버리고 말아요. 굉장히 즐거워요.

 오늘의 차는, 향이 강해요. 씨름부 씨가 스스로 블렌드했다고 해요. 깊은 맛이 있는데, 상쾌하기도 해요. 살짝 감귤 향도 나구요. 이건 어쩌면 하루 씨를 이미지해서 만든 차가 아닐까요. 나중에 꼭 끓이는 법을 배워보고 싶어요.

 케이크도 엄청나서, 먹기 아까울 정도예요. 이렇게 섬세한 과자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얼마 없을 거예요.

 어쩜 이렇게 사랑스러운 형태일까요. 포크를 찔러넣기에도 아까워서, 망설여져요.

 그래도 용기를 내서 한 입 먹어보니, 순식간에 부드러운 달콤함에 빠져버려요. 폭신한 식감도 굉장히 좋아요. 바닐라 향이나 라즈베리의 산미가, 차례차례 입 안에 나타나더니, 아쉽게 이별하듯 녹아서 사라져요.

 아깝다고 생각했는데, 먹기 시작했더니 손이 멈추지 않아요. 으응─ 하며 몸에 전율이 일어요. 고급스러운 달콤함에 전신이 기뻐하고 있나봐요. 씨름부 씨는 굉장해요.

 분명 하루 씨가 기뻐해줄 만한 요리를, 진지하게 생각하며 만들었기에 이런 맛이 나는 거겠죠. 그 강하고 상냥한 마음이, 몸 안까지 흘러들어와, 굉장히 따스한 기분이 되네요.

 주빈과 함께 대접을 받다니 저는 행복하네요…… 정말.



 ───갑자기, 그릇과 컵이 격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어요.



 케이크가 꽂혀있는 포크를 쥔 채, 하루 씨가 양쪽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려쳤기 때문이예요.

 저와 루페 씨는, 놀라서 어깨를 움츠려요. 주위 손님들도 이쪽을 주목하고요. 힘찬 발소리를 울리며, 씨름부 씨까지 주방에서 얼굴을 내밀었어요.

 하루 씨는, 찌푸러진 얼굴을 천천히 올리고는, 말했어요.



 "라면 먹고 싶어…!"



 저희들은, 한데 모여 고개를 갸웃해요.

 '라면'이라니, 무슨 말일까요.

 잘 모르겠지만 불길한 예감밖에 들지 않기에, 내심 하루 씨 대신 신께 사죄의 기도를 올리며 물어봤어요.

 또 평소 말하던 야한 농담인가 하고요.

***

 "아니라구, 그런 거. 그게 아니라, 그냥 음식 이야기야. 후루룩 후루룩하고, 몸이 따스해지는 거야. 이렇게, 엄─청 길고, 국물도 찐해서, 엄청 맛있거든. 알아?"

 하루 씨는 얼굴이 시뻘개지며 화를 내요.

 아무래도 '라면'이라는 음식이 진심으로 먹고 싶은 모양인지라, 뒤죽박죽인 어휘력으로 설명하기 시작해요.

 엄청 맛있다, 후루룩 후루룩, 떼깔이 좋다, 라네요.

 무슨 소리인지 전혀 모르겠어요. '떼깔이 좋다'니 대체 무슨 뜻일까요. 씨름부 씨도 짚이는 구석이 없는 모양인지라, 두꺼운 목을 기울인 채 꿈쩍도 않아요. 목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돼요.

 "역시, 여기엔 없나……"

 하루 씨는, 맥이 풀려버리고 말았어요.

 어쩐지 가엾다는 느낌이 들어요. 저밖에 모르는 내용이지만, 그녀와 진홍의 치바 씨는 다른 세상에서 온 사람이예요. 용사님인 셈이죠.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지만요.

 처음 보는 세계에서 힘든 생활을 하고 있지만, 전에 살짝 물어봤더니, 하루 씨가 원래 있던 세상과 이곳은 비슷한 부분이 꽤 많았어요. 그래서 사는 것 자체는 그렇게 힘들지 않다고 했죠. 추측컨대, 신께서도 이곳과 비슷한 세계에서 용사를 고른 게 아닐까 해요.

 그렇지만 다른 점도 당연히 있어요. 기술이나 원료, 시스템이 애초부터 없다면, 아무리 갖고 싶어도 손에 들어올 수 없다는 모양이예요.

 예를 들자면, 지금 이 '라면'처럼.

 "그래도, 한 번 먹고 싶어지면, 잊혀지지 않는 게 라면…!"

 하루 씨는 머리를 부여잡고 괴로워하기 시작했어요. 대체 뭘까요, 그 라면이라는 것은. 위험한 식물일까요.

 "그렇게 먹고 싶다면, 하루쨩이 스스로 만들어보는 게 어때?"

 루페 씨가, 온화하지만 날카로운 해답을 내놨어요. 하루 씨는, 이래 봬도 요리를 잘 한다는 듯해요. '야상의 청묘정'에서 내놓는 식사를 만들기도 한다고 하고요.

 "무리야. 나, 만드는 법을 모르는 음식은 만들 수 없으니까. 라면은 어렵거든. 일단은 면이라는 재료를 국물에 넣는 건데"

 하루 씨는, 양 손으로 무언가를 움켜쥐고, 내리치는 듯한 동적을 몇 번인가 반복해요.

 "이런 식이려나?"

 분명 그건, 힘들 것 같아요.

 그래도 씨름부 씨는, '어떻게든 해볼게요'라고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어요.

***

 "아마도 말인데─. 면은 스펀지 케이크에 쓰는 반죽에서 설탕을 빼면 되지 않을까 싶단 말이지. 거의 똑같지 않을까 하는 예감이 들어"

 가게의 주방을 빌려, 하루 씨의 애매한 기억에 의한, 라면 제작이 시작됐어요.

 우선 '면'이라는 것부터 시작하죠.

 "다 됐으면 그걸, 쭈욱─ 하고 늘려봐"

 씨름부 씨의 커다란 손이, 반죽을 쭉 늘이자, 맥없이 끊어졌어요.

 이거, 늘어나기는 하나요? 일이 늘어나는 게 아니구요?

 저도 쿠키 정도는 잘 만들지만, 이런 식으로 반죽을 늘려본 적은 없거든요.

 "그치만, 늘리는 장면을 본 적 있는걸. 라면의 면은 가늘고 길거든"

 하루 씨는 열심히 설명해보지만, 애초에 옳은 조리법도 모르는데 전해질 리가 없겠죠. 서로 답답하기만 할 뿐이예요.

 그녀의 말에 따르면, '면'이라는 것은 가늘고 길며, 구불구불하다고 해요.

 저는 작정하고 그녀에게 물어봤어요.

 혹시, 또 맨날 하는 야한 농담이 아닌가 하고요.

 "키요리는 날 얼마나 변태로 보는 거야. 그게 아니라, 난 진지하게 면을 만들고 싶다구. 아─, 정말 왜 잘 안 되는 거야…… 밀가루로 만든다는 건 분명한데─"

 "밀가루?"

 루페 씨가, 생소한 단어에 반응해요. 하루 씨는 '아─'라며 머리를 긁적이고는, '기무리 가루를 말하려던 거였어'라고 정정했어요.

 다른 세계에 존재하는 것을, 이쪽 세계에서 가장 비슷한 것으로 변환한 뒤에 설명해야만 한다는 점. 가장 답답한 사람은 하루 씨겠죠. 저희가 제대로 도와줘야겠어요.

 "일단 '면'은 나중에 생각하고, '라'부터 완성해보는 건 어떨까요?"

 스스로 생각해봐도 건설적인 의견을 냈어요. 하지만 '라가 뭔데!'라며 하루 씨가 받아쳤어요.

 그걸 저한테 말해봤자, 알 리가 없는데 말이죠.

 "어…… '라'는 뭐지?"

 하루 씨도 스스로에게 의문을 제기하며 고개를 갸웃거려요. 그걸 모른다면, 저희는 뭘 만드려는 걸까요.

 "그래도, 그렇지. 먼저 국물부터 만들자. 아마도 그게 '라'야"

 라면이란, 국물 안에 '면'이나 다른 건더기를 넣은 음식 같아요. 그렇게 설명해주니, 어렴풋이지만 이미지가 떠오를 것 같아요. '스프'나 '스튜' 같은 메뉴는 하루 씨가 있던 세계에도 있었다는 모양인지라, 그에 가까운 종류가 아닐까 싶어요.

 참고로 스프를 만드는 법이라고 하면, 폰의 뿌리나 가라 열매 등을 끓인 다음 간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예요.

 "분명…… 동물의 뼈로 국물을 우려냈을 텐데"

 하루 씨가 중얼거리는 말을 듣고는, 닭살이 돋았어요.

 그런 음식을 먹는다니, 처음 들어봐요. 루페 씨도 씨름부 씨도, 경악의 표정을 드러냈어요.

 "어, 잠깐. 내가 살던 곳에서는 평범했거든. 진짜 맛있다니까. 거짓말이 아니라!"

 그렇다고는 해도 충격이 너무 강하네요. 고기만 먹는다면 이해가 되지만, 뼈를 쓴다니. 고기를 먹고 남은 뼈는, 업자 분께서 가루로 만들어 땅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저희 세계에서의 상식이니까요.

 그러고 보니, 하루 씨가 악기를 켤 때에도 동물의 뼈를 사용했다는 모양이예요. 그래서 루페 씨가 새로이 나무로 만들어서 줬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문화의 차이란, 정말 놀랍네요…….

 "……미안. 거짓말이였어. 폰 뿌리면 돼"

 저희가 난처해해서 그랬을까요. 하루 씨가 한 발 물러났어요.

 이쪽 세계의 방식으로 국물을 만들어요. 솔직히 말해서, 다들 안심했어요. 폰을 충분히 끓이면, 굉장히 맛있는 스프가 만들어져요. 너무 많이 끓이면 기름이 나와버리므로 주의가 필요하지만, 정말 멋진 스프가 되죠.

 라, 라는 것은 결국 모르는 채로 끝났지만, 하루 씨가 좋아하는 소이 소스로 간을 맞춰서 만들기로 했어요.

 "면은 굽는 게 아니라, 삶아야 해"

 케이크 반죽을 삶는다, 라니 처음 들어봐요. 씨름부 씨가 아까 면을 펼쳐서 가늘게 썰고, 끓는 물에 넣었어요.

 냄비 안에서, 반죽이 찢어졌다 달라붙었다 난리가 나서, 이상한 모양이 되어버리고 말았어요. 그 과정을 지켜보던 저희 표정도, 상당히 이상하게 되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다 삶아졌다고 생각한 '면'을, 국물 안에 넣어요. 이걸로 일단, 완성이라는 듯 하네요. 사실은 좀 더 다양한 건더기를 추가한다고 하지만, 그 부분에 관해서는 '너무 자유로워서 잘 모르겠어'라고 해요. 자유란 무엇일까요.

 우선 평소 앉는 '테라스 자리'로 돌아가, 드디어 시식 단계에 들어가요.

 팽팽하게 긴장되는 분위기에, 한 입 먹어보고, 하루 씨가 '우웩'이라고 말했어요.

 "하핫, 뭐야 이거. 역시 무리였나봐. 라면은 무리려나"

 하루 씨가 웃기에 저희도 웃었어요. 맛보기는 사양했어요.

 이상한 음식을 만들어버리고 말았네요.

 그렇게 말하고, 다 같이 웃으며──갑자기 눈물을 흘리는 하루 씨를 보고는, 깜짝 놀랐어요.

 "……이제, 두 번 다시 먹을 수 없구나"

 포크 사이로 '면'이 빠져나와, 국물 안으로 떨어져요.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하루 씨가 쥐어짜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라면 먹고 싶어어"

 하루 씨의 우는 모습을, 저희는 종종 봐왔어요. 그녀는 이런 식으로, 갑자기 우는 모습을 보일 때가 있어요.

 시크라소 씨를 보내준 뒤부터 이렇게 됐다고 생각해요. 분명 이쪽 세계에서 이것저것 참던 것을 그만둔 게 아닐까 하고, 상상했어요.

 그래도, 아는 거라고는 그 정도예요.

 그녀가 떠올리며 우는 것은, 저희 상상력으로는 닿지 않는 머나먼 세계의 일이기에.

 "하루쨩, 슬슬 가게로 돌아가자. 응?"

 루페 씨의 등에 기대서, 하루 씨가 돌아가기 시작했어요. '미안해'와 '고마워'라고, 저희에게 말하면서.

 씨름부씨와 저는, 남겨진 '라면'의 그릇 앞에 덩그러니 서있을 뿐이였죠.

 힐끔 그를 바라보자, 시뻘개진 얼굴로, 입술을 꾹 깨물고 있었어요.

 "아, 잠깐만요"

 씨름부 씨가 바닥을 쿵쿵 울리며 주방으로 돌아가요. 안 좋은 예감이 들어서 저는 '실례할게요'라며 안쪽까지 따라가봤어요.

 보글보글 끓는 커다란 냄비 앞에서, 씨름부 씨가 새의 뼈를 쥐고 있었어요.

 "안 돼요!"

 뼈는 땅으로 돌려보내는 것. 새나 짐승에게서는 생명과 고기만 받고, 나머지는 태초의 신께 돌려보내야만 해요.

 식물의 양분으로 삼는 것이죠. 그게 저희가 모시는 신의 가르침이예요.

 식재료로 쓰다니, 시스터로서 간과할 수 없는 행위예요.

 "하루 씨는, 다른 문화를 가진 나라에서 온 사람이예요. 저희가 흉내내서는 안 된다구요"

 씨름부 씨는, 뼈를 원래 있던 곳에 돌려놨어요. 하지만 커다란 몸은 떨고 있어요.

 저는, 살짝 등을 어루만져줬어요. 치유를 위해서도 아닌데 남성과 접촉한다니, 상스럽다고는 생각하지만, 이렇게 해야만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저희로서는, '라면'을 만들 수 없어요. 포기해요"

 씨름부 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저도 어째서인지 이 곳을 떠나기가 망설여져서, 폐점할 때까지 주방 구석에서 씨름부 씨와 함께 앉아있었어요. 점주 아버님도 신경을 써주셨는지, 저희를 가만히 내버려두셨어요.

 조용해지는 점내에서, 다른 세계에 대해 생각해봐요.

 하루 씨와 진홍 씨가 살았던 곳은, 분명 이곳보다 힘든 세계였을 테죠. 몬스터나 짐승도 많고, 먹을 것은 적어서, 뼈까지도 먹어야 할 정도로 가혹한 세계.

 라면, 이라는 음식도 하루 씨가 살던 세계에서는 분명 맛있었을 거예요. 목숨을 걸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가난한 나날 중에, 따듯한 국물이 가장 맛있었을 그녀의 생활을 떠올려보니, 눈물이 나올 것 같아요.

 문득, 씨름부 씨가 뭐라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 올려봤어요.

 "맛은……떼깔이 좋고……먹고 싶어지면 잊혀지지 않는 맛?"

 씨름부 씨가 벌떡 일어서더니, '떼깔이 좋아?'라고 다시 한 번 말했어요.

 하루 씨의 설명에서, 저희가 이해하지 못했던 단어예요. 어쩌면 야한 뜻일지도 모르니까, 그다지 말하지 않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는 단어예요.

 "하루 씨는 담백한 맛을 좋아해서, 그 방향으로 만들었는데"

 씨름부 씨는, 불씨로 쓰인 코로나 열매에 에네오 다발을 던졌어요. 큰 냄비에서 물이 끓기 시작해요.

 "먹고 싶어지면 잊혀지지 않는 맛, 이라는 뜻은, 그만큼 인상이 강하고 진한 맛, 일지도 몰라요. 떼깔이 좋다는 말 뜻도, 진한 맛을 가리키는지도. 제 요리 맛과는 다른……"

 순간, 또 뼈를 넣는 줄 알고 당황했지만, 씨름부 씨가 넣은 재료는 폰 뿌리와 가라 열매, 그 외 이것저것 스프를 끓일 때 넣는 재료였어요.

 보통은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잔뜩 넣더니, 불을 더 강하게 붙였어요.

 "아침까지 국물을 우려낼게요. 기름도 맛도 강하게 나올 테니까, 분명 진한 맛이 될 거예요"

 그리고 다음으로, 기무리 가루에 소금과 물을 넣고 반죽하기 시작했어요.

 "기무리 가루는, 반죽하면 할수록 탄력이 붙어서, 쿠키나 케이크도 딱딱해져요. '면'도 분명, 엄청 단단한 반죽이어야겠죠. 기무리만 쓰면 얼마나 늘어날지, 시험해볼게요"

 큰 손으로 기무리를 뭉쳤다가, 몇 번이고 뭉개버려요.

 냄비 끓는 소리와, 씨름부 씨의 무거운 몸이 반죽을 주무르는 소리.

 저한테 하는 말인줄 알았는데, 씨름부 씨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더니, 혼잣말이 되어버렸어요.

 "국물도, 연구할 필요가 있겠어. 진하고 기름기만 있어서는, 아직 모자라. 하루 씨가 좋아하는 맛에다가, 진한 상태로 조리해야……"

 저는 이제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예요. 뭉쳤다가, 뭉갰다가, 중얼중얼 국물에 대해 골똘히 생각해요.

 용기를 내어, 뒤에서 말을 걸어봤어요. '아직 포기하지 않았나요?'라고.

 씨름부 씨는 '네'라고 대답해줬어요.

 "할 수 있는 만큼은, 해보려고요"

 같은 작업을 계속하면서, 줄곧 그는 '라면'에 대해 생각하네요.

 하루 씨를 정말 좋아하나봐요. 그 사람을 위해, 언제나 진지하게 요리를 하니까요.

 굉장히 커다란 등인데, 어째서인지 조금 멀게 보여요. 왜 그런지, 갑자기 쓸쓸한 기분이 들어요.

 스스로도 잘 모르는 채로, 저는 또 쓸데없는 말을 입에 담고 말았어요.

 "씨름부 씨는, 하루 씨를 위해서라면 엄청 열심이시네요"

 어째서 이런, 심술궂은 말을 해버리고 마는지 스스로도 모르겠어요. 부끄러워서 얼굴이 화끈거려요.

 그런데도, 등을 돌리고 있는 씨름부 씨는 제가 부끄러워하는 것도 모르는 채, 되려 부끄럽다는 듯이 어깨를 들썩이네요.

 "손님이 먹고 싶어하는 음식을 내놓지 못해서, 분할 뿐임다"

 그 말 중, 얼만큼이 진심이고 얼만큼이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함인지, 저로서는 잘 모르겠어요.

 애초에 사람의 마음을 잘 헤아리지 못한다는 결점을 가진 시스터라구요. 이따금씩 스스로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인걸요. 특히 남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 '분하다'는 말은, 제 마음을 푹 찌르고 들어왔어요.

 그래요. 저도 '분하다'고 생각해요. '라'인지 '면'인지 모르겠지만, 하루 씨를 울리다니 너무하잖아요.

 손 놓고 있을 때가 아니예요.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해봐야죠, 그렇죠!

 "비켜주세요. 교대할게요"

 "네?"

 "이래 봬도 쿠키 정도는 만들거든요. 반죽 정도는 제가 할 테니까, 씨름부 씨는 최고의 국물을 생각해주세요"

 "최, 최고의, 인가요……"

 그래요, 최고의, 예요.

 상상을 뛰어넘는 세계에서 싸워온 사람들이, 진심으로 안심할 수 있는 농후한 치유의 한 잔을요.

 어중간한 맛으로는 안 된다구요.

 "……포타 뿌리를 으깨서, 간을 더해본다던가……"

 "좋네요. 상냥하고 '떼깔 좋은' 느낌이예요. 그런데, 너무 진한 거 아닌가요?"

 "떼깔이 좋다, 거기다가 먹기 편하도록, 건조한 토메 열매로 살짝 산미와 간을 더하죠"

 아니, 라며 씨름부 씨가 천장을 우러러보더니, '향도 필요해'라며 눈을 감았어요.

 "……토메 열매는 차로 만들어서, 향을 내죠"

 "괜찮네요. 씨름부 씨의 차, 저도 좋아해요!"

 "네?"

 씨름부 씨가, 놀란 표정으로 절 바라봐요.

 뭔가 이상한 말이라도 했나요?

 "좋아한다니까요?"

 다시 한 번 말했어요. 씨름부 씨는 어째서인지 얼굴을 붉히더니, '고마워요'라고 웅얼웅얼 말했어요. 그리고는 휘청거리며 빈 그릇을 휙휙 뒤집어댔어요. 뭐 하는 걸까요?

 "자, 씨름부 씨는 빨리 '라'를 만들어주세요. '면'은 제가 맡을 테니까요"

 "아, 네"

 어째 즐거워졌어요. 씨름부 씨의 첫 요리를, 제가 가장 가까이서 보며, 돕고 있잖아요.

 반드시, 하루 씨를 깜짝 놀라게 해주겠어요. 씨름부 씨의 '라면'으로!

 "세계를 뛰어넘는 거예요, 씨름부 씨!"

 "세계…… 네?"

 "뛰어넘자구요!"

 "아, 네!"

 그리하여 해가 뜰 즈음이 됐을 때, 드디어 최초의 한 그릇이 완성되었어요. 하얀 국물에 빨간색과 녹색이 비춰지는, 굉장히 귀여운 요리예요.

 씨름부 씨는, 제가 시식할 수 있도록 허락해줬어요. 긴장되네요. 게다가, 냄새도 엄청 좋고, 사실 하룻밤 아무것도 먹지 못한 제 배가 아까부터 울어대고 있었어요.

 가느다란 형태를 유지하며 국물 속에 잠겨있는 '면'을, 포크로 빙글빙글 돌려 입으로 옮겨봐요.

 "으읏"

 생각보다 강렬한 짠맛과 냄새가 나요. 그래도 '면'과 함께 먹었더니 포타 열매의 순한 맛이 입 안에 퍼지며, 기무리 본연의 맛까지 감돌기 시작했어요. 토메 열매의 향기도, 으깬 기네 잎의 냄새도, '면'이 빠짐없이 옮겨다주는 듯한 느낌이예요.

 왜 이럴까요, 이거.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겠어요.

 분명한 것은, 처음 체험해보는 음식이라는 점으로, 이 맛과 식감이, 제가 지금껏 먹어왔던 음식들 중에 어디에 속하는지 생각해야한다는 거예요.

 "……맛있어요. 엄청 이상한 맛이지만요"

 걱정스럽게 보고 있던 씨름부 씨가, 주먹을 꽉 쥐며, 위로 치켜들었어요. 그대로 가슴을 위아래로 들썩이더니, 이상한 춤을 추기 시작했어요. 덩달아 저까지 웃어버리고 말았어요.

 맛있다는, 단 한 마디로 이렇게나 기뻐해주다니. 남자란, 의외로 단순할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씨름부 씨의 표정이 또 어두워져요.

 이건 '라면'이 아니니까, 하루 씨를 만족시켜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어요, 라고.

 이 사람은, 언제나 자신이 없는 것 같아요. 이렇게나 맛있고 귀여운 요리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인데도.

 "이래도 안 된다면, 다음엔 저걸 넣어버리죠"

 저는, 새의 뼈를 넣어둔 용기를 가리켰어요. 씨름부 씨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그대로 굳어버렸어요.

 "이제 저거밖에 없잖아요. 그때는"

 그렇지만 이 '라면'으로 충분히 맛있는데 말이죠.

 저는 처음으로 먹는 맛을 즐겨봐요. 씨름부 씨는, 아직도 긴장된 표정으로 제가 먹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어요.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새 뼈를 쓰게 됐을 때는 제가 별도로 신께 참회의 기도를 1개월 풀코스로 올려드릴게요. 그러면 되죠 뭐.

 하루 씨를 따라잡기 위해, 저희가 뛰어넘어야 하는 벽은 얼마든지 있다구요. 그러니까 당신도 각오하세요, 씨름부 씨.

***

 물론, 그건 기우였어요.

 평소처럼 '테라스 자리'에서 씨름부 씨가 만든 '라면'을 눈앞에 두고, 하루 씨는 실로 복잡한 표정으로 한 입 먹어보더니───실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뭐야 이거!'라고 외쳤어요.

 "아니, 그래도, 분명…… 라면이잖아. 이건 이것대로 라면이라구. 이세계의 라면이야, 이거!"

 후루룩후루룩 성대한 소리를 대며 '면'을 먹고, 벌컥벌컥 '라'를 마시더니(뜨겁지 않았을까요), 하루 씨가 '푸하─'라며 달아올른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요.

 "으으…… 맛있어. 맛있다구우. 고마워. 라면, 기뻐!"

 저는, 옆에 있는 씨름부 씨에게 손바닥을 내밀었어요. 씨름부 씨의 두터운 손이, 사양하듯이 살짝 닿더니 떨어져요.

 뭔가요 그건. 제 쪽에서 힘껏 짝 소리를 내며 손바닥을 마주쳐줬어요.

 "후후"

 루페 씨가, 저희 쪽을 바라보며 미소지어요. 눈이 마주치자 피하듯 시선을 돌리고, 그러더니 또 한 번 이쪽을 보고 머뭇머뭇거리는 거예요.

 "왜 그러나요?"

 "아무것도 아니야~. 후훗. 하루쨩, 나도 한 입 먹고 싶은걸"

 "그래. 기다려봐, 미니 라면을 만들어줄게. 씨름부, 숟가락 좀 가져와줘. 가능한 크고 깊은 녀석으로!"

 "아, 네!"

 하루 씨는, 씨름부 씨가 가져온 숟가락으로 국물을 뜨고는, 그 안에 한 입 사이즈의 '면'을 둥글게 말아올렸어요. 솜씨 좋게 다른 건더기도 올리구요.

 "자"

 작은 접시 같아요. 뭐예요, 그거. 귀엽잖아요. 저도 그걸로 먹어보고 싶어요.

 루페 씨는, '면'을 포크로 찍어서, 신중하게 입으로 옮기고는───

 "켈록"

 뜨거워서 목에 걸렸나봐요. 저희 모두 같이 웃음이 터져버렸어요.

 "재밌네. 다 같이 먹는 라면은 맛있어. 청춘이야, 청춘의 맛!"

 하루 씨는 계속 싱글싱글 웃으며, 마지막 한 방울까지 남기지 않고 다 마셔버렸어요. 루페 씨도 '라면'에 빠져서, 추가로 한 그릇 더 주문해서 먹어버렸구요.

 한차례 '라면' 이야기로 신나서 얘기하는데, 하루 씨가 갑자기 '아─'라며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어요.

 "음─, 딱히, 필요없을 거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또 한 명, 이걸 먹여주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 괜찮을까? 아마도, 맛있다고 절대 말하지 않을 거고, 짜증나는 말밖에 안 할 테지만. 내 걱정과 불안을 전부 적중해버리는 녀석이긴 한데. 괜찮을까?"

 누구를 말하는 건지, 다들 단박에 알아버렸어요.

***

 "핫, 이게 라면이라고? 라면을 얕보는 거야?"

 씨름부 씨의 '라면'을 한 입 먹고는, 진홍의 치바 씨가 저희 걱정과 불안을 확실하게 적중하며 말해요.

 루페 씨는, '후─'라고 한숨을 쉬어요.

 "아니아니, 뭐냐고 이거. 라면도를 얕보고 있잖아? 말해두겠는데, 난 라면 가게에 한 번 들어가면, 두 시간 정도는 그 자리에서 미식가 만화를 정독하는 라면의 화신이라고. 공부한 양이 다르다니까. 아, 참고로 라면의 라는 '손으로 길게 잡아당긴다'는 뜻이야. 길게 늘린 면이 라면이라 이거지. 난 다 안다고!"

 그런데, 이 사람 입에서 의문에 대한 해답이 나와버렸어요.

 하루 씨는 어금니를 가는 소리를 내네요.

 "게다가 면에 요령이 부족해. 글루텐이라고 글루텐. 이쪽 세계에는 강력분이 없나? 우선 그것부터 연성해야겠는걸─, 면을 생각한다면 말이야. 그리고 국물에 펀치가 모자라. 예를 들어 여기에 고추가루를 부왘─하고───"

 "야 토치키"

 "치바인데 왜 그래?"

 "그렇게나 원래 세계 라면이 그리우면, 멧돼지 형태의 몬스터한테 찢어발겨져 뒈져서 돌아가는 게 어때? 너 혼자"

 하루 씨가 한계에 도달했나봐요. 참고로 저희 중에서, 가장 끓는 점이 낮은 사람이 그녀예요.

 진홍의 토치키 씨도, '아앙?'이라며 험상궂은 표정을 지으며 응수해요. 그도 이상하리만치 끓는 점이 낮아요. 수수께끼나 전쟁이 많은 세계에서 와서 그런 거겠죠, 이해해요.

 "사람이 모처럼 친절하게 라면을 알려줬는데, 뭐냐고 그 말투는"

 "아무도 알려달라고 안 했거든. 이쪽 세계에서는 이게 라면이야. 그걸 너한테도 먹여주려고 친절하게 불러준 거라고. 쫑알쫑알 재미 드럽게 없는 말은 집어치우고, 처먹었으면 사이타마로 꺼져"

 평소처럼 싸움이 시작됐어요.

 그래도, 치바 씨도 불만을 토로하면서, 계속 씨름부 씨의 '라면'을 후루룩후루룩 먹고 있어요. 바쁘게.

 "돌아갈 사람은 하루지. 이 이세계를 Re:크리에이트할 무적의 이노디에이터 진홍의 엔드리스레인 얼터 님을, 이쪽 세계가 놔둘 리 없잖아"

 "시끄럽네 렙업도 못하는 게. 그런 말은 내 전력을 보고나서 말하라고. 레벨 바인드──해제"

 "뭐야 그게, 중2병이야?"

 "너어어어어어어어한테 듣고 싶지는 않다고오오오오!"

 하루 씨는, 울그락불그락하며 발을 동동 굴러요.

 씨름부 씨는 덜덜덜 떨고 있지만, 루페 씨는 살짝 불만스럽다는 표정으로 보고 있어요.

 그녀는 이 둘을 보며 항상 '사이가 좋네'라며 말하곤 하죠. 저로서는 도저히 그렇게 보이지 않는데 말이예요…….

 싸움이 길어질 것 같아서, 식어버리기 전에 저는 먼저 '라면'을 먹기로 했어요. 물론 숟가락으로 미니 라면을 만들어서요.

 아, 역시 강렬한 맛이예요. 그래도 몸 안에 스며드는 느낌이 들어요. 따끈따끈해져요.

 그러고 보니, 하루 씨는 다 같이 먹을 때 '청춘의 맛'이라고 했죠.

 '청춘'이라니, 무슨 말일까요? 저희랑 뭔가 관계있는 말일까요? 나중에 물어봐야겠어요.

 어차피 또, 평소 말하는 야한 농담이겠지만요.









이번 외전은 라면 마루와라는 일본의 라면 가게와 콜라보로 나온 외전이라고 한다

왜 했는지는 모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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