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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29일 화요일

취성의 가르간티아 ~머나먼 해후의 천지~ 제12장 아득히 먼 천지

 "예쁘다, 정말"

 감탄하듯이 말하며, 사야는 살짝 비쳐보이는 베일을 머리에 씌워준다. 고래오징어의 모양을 본뜬 얇은 천이 순백의 결혼 드레스와 어울려서, 신부의 빛나는 아름다움을 더욱 끌어올려준다.

 힐끗 거울로 눈을 돌리고, 에이미는 볼을 빨갛게 물들였다.

 "그, 런가……"

 "응♪"

 부케로 사용할 꽃을 정리하던 멜티가 기쁘다는듯이 돌아본다.

 "봐봐! 엄청 좋지 않아?"

 "와앗, 멋있어! 정말, 귀여운 거 만들기는 완벽하다니까, 멜티!"

 "헷헤─. 드레스도 최고고, 역시 나라니까!"

 "자 자♪ 에이미. 잠깐 들어봐"

 귀중한 꽃을 모아 만든 오렌지색의 부케를 건네받고, 전신거울 앞에 선다.

 에이미는 다시금, 자신의 신부 모습에 펑 소리가 날 정도로 새빨게졌다.

 "고마워…… 멜티, 사야"

 두 사람은 마주보며 쿡쿡 웃는다.

 "어디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훌륭한 신부인걸!"

 "우리들, 준비 됐다고 알리고 올게"

 "응"

 식장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신부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으리라. 사야와 멜티는 발빠르게 대기실을 빠져나갔다.

 가르간티아 선단은 아직 연결을 푼 상태로, 거리를 취하며 조계 반도의 연안에 정박하고 있다. 사전에 대처해두었기에, 두 대의 아발론이 낙하하면서 생긴 피해를 최소한으로 막을 수 있었기에 다행이었다.

 에이미는 부케를 살짝 내려놓고, 태어났을 때부터 살아온 스팀팔로 호의 자기 방을 천천히 바라본다.

 여기서도 여러 일이 있었지.

 열심히 일을 하고, 동생과 둘이 살 수 있도록 어떻게든 버텨냈다. 요리를 하고, 빨래를 하고, 잔뜩 수다도 떨고 웃었다. 천장에 카이트 모형을 매달던 때의, 베벨의 미소를 떠올린다.

 "누나"

 철문이 열리며, 베벨이 나타났다. 축제용 흰 망토를 입었을 뿐인 모습이었지만, 간소함을 제일로 여기는 선단의 주민으로선 이게 보통이다.

 "베벨"

 웃으며 맞이하는 에이미에게 베벨이 다가와, 베일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살짝 끌어안는다.

 "예쁘다, 누나. ──축하해"

 "고마워, 베벨"

 약간 쓸쓸한 침묵이 이어졌다. 이제부터 두 사람은 잠시동안의 이별을 맞이해야하기 때문이다.

 베벨은 선단을 떠나, 육지에서 살기로 했다.

 미지의 세계를 알고 싶다고 바라는 호기심과, 조금씩 튼튼해지는 몸에 떠밀려, 소년은 커다란 한 걸음을 옮기기로 결단했다. 무엇을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육지에 대해 배우는 동시에, 선단의 삶을 전파하면 되겠지. 커다란 국가가 둘이나 있던 곳이었으니, 분명 도움이 될 사람도 있으리라.

 "누나, 이거"

 베벨이 봉인한 편지를 건넨다.

 "아직 보면 안 돼. 배에서 읽어줘"

 "……? 응, 알았어"

 누나, 놀라겠지.

 육지에 남겠다고 어떻게 설득할지 고민하던 때에, 리마가 방문했다. 용궁성 이후의 재회를 기뻐하는 베벨에게, 리마는 놀라운 사실을 말해줬다. 육지에 오지 않겠어? 라고.

 리마는 일찍이 레도가 리베리스탄에 협력하는 대신, 베벨의 가슴에 있는 병을 치료해주겠다 말한 적이 있다.

 시간의 기둥을 잃고, 육지의 양 국가의 생활 수준은 크게 떨어졌지만, 비축된 의술 지식은 남아있다. 치료할 방법을 함께 찾고 싶다고, 에이미 씨와의 약속을 지키고 싶다고, 리마는 말했다. 그런 일도 있고 해서, 베벨은 육지에서 살기로 결심한 것이다. 편지에는 적지 않았지만, 누나의 새로운 생활을 방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에이미가 베벨의 양 손을 잡는다.

 "베벨. 몸 조심해야 해"

 "응. 괜찮아. 몇 척 정도, 육지에 남겠다는 배도 있나보니까. 괜찮아"

 베벨을 바라보던 에이미의 눈동자에, 살짝 눈물이 맺힌다.

 "안 돼, 누나. 이제부터 식이 시작될 텐데 울면"

 "응"

 눈가를 닦자, 우당탕탕하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멜티와 사야가 달려온 것이다. 신부의 시중을 맡는 두 사람도 망토를 손에 들고 있었다.

 "준비 다됐어~!"

 "자, 가보실까요, 신부님♪"

 베벨이 놓여있던 부케를 에이미에게 건네주며, 왼손을 내민다.

 "누나"

 "응"

 동생에게 이끌리며, 에이미는 맹세의 장소로 향했다.

***

 갑판에 나오자, 약간 기울어든 태양과 쾌청한 하늘이 펼쳐졌다. 파도도 얌전해서, 조계 물가에 몰아치는 해조음이 여기까지 들려온다. 에이미의 방이 있는 스팀팔로 호의 좌현에는 벨로즈의 인양선 카키너스 호가 바싹 붙어 정박해있다. 이미 양쪽 배의 갑판에는 참례자들이 모여있었다. 신부의 등장에 오오, 하며 울려퍼지는 함성에 부끄러워하며, 에이미가 베벨의 손에 이끌려 연결기로 향한다.

 덜커덩 소리를 내며, 접혀있던 연결기가 인양선을 향해 뻗어간다.

 건너편에서도 똑같이 연결기가 뻗어오자, 형형색색의 로프가 난간에 펼쳐진다. 그것만으로도 평소와 다른 화사한 분위기가 생겨난다.

 양쪽 배 사이의 해수면에서, 작업 갑판이 올라온다. 연결 작업선, 타이어노트 호였다. 이쪽에도 로프로 장식을 꾸민 갑판 위에, 새하얀 망토를 걸친 사제 역의 올덤과, 꽃바구니를 들고 옆에 서있는 스피나, 그리고 작업용 융보로가 타고 있다.

 갑판이 연결부에 도착하자, 작업이 시작되었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양쪽 연결기가 찰칵 소리를 내며 연결된다. 융보로에서 내려온 조가 연결기를 뻗는 암에서 갑판으로 내려오는 두 개의 사다리를 설치했다. 확인해보라는 눈짓을 보내자, 올덤이 끄덕인다.

 "오라이. 오라이!"

 양쪽 배에 조가 크게 손을 흔들자, 큰 박수갈채가 쏟아진다.

 "간다, 누나"

 베벨이 손을 끌자, 신부가 연결기 위를 천천히 나아간다. 시중 역할의 멜티와 사야도 뒤를 따른다.

 이윽고, 아치 형태의 굽어있는 연결기 저편에서 건너오는 신랑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부츠 끝까지 닿는 새하얀 망토를 걸친 레도다.

 무수한 박수를 맞으며, 신랑 신부가 연결기 위에서 마주본다.

 레도가 늠름한 표정으로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띄운다.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이고 싶어지면서도, 에이미는 그의 보라빛 눈동자를 바라본다.

 "이쪽으로"

 올덤이 두 사람을 부른다.

 베벨이 손을 끌고, 멜티와 사야가 드레스 끝을 잡으며, 에이미가 사다리를 향해 걸어간다. 옆에 서있던 레도와 살짝 눈빛을 교환하며, 서로 발걸음을 맞추며 나아간다. 시중 역의 두 사람은 부축을 하고, 에이미를 보낸 베벨은 그 자리에 남았다.

 신랑 신부가 갑판에 내려오자, 참례자들이 슬금슬금 연결기 근처로 몰려든다.

 리지트. 벨로즈. 피니언과 그 제자인 마이타. 선주인 플랜지와 크라운. 호위선의 웜. 플라이스와 루엘 부부의 모습도 보인다.

 신랑 신부를 앞에 두고, 올덤이 혼례 시작을 선언한다.

 "이 바다와 바람을 대신해, 그대들에게 묻노라. 레도"

 "네"

 "그대는 에이미를 평생의 반려로서, 항로에 폭풍이 부는 날에도, 평화로운 날에도, 화복해하며, 아내를 생각하고, 귀히 여기며, 사랑할 것을 맹새하는가?"

 "맹세합니다"

 늠름하게 대답하는 레도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올덤은 신부를 바라본다.

 "에이미"

 "네"

 "그대는 레도를 평생의 반려로서, 항로에 폭풍이 부는 날에도, 평화로운 날에도, 화복해하며, 남편을 생각하고, 귀히 여기며, 사랑할 것을 맹새하는가?"

 "맹세합니다──"

 엄숙하게 진행되는 식을 연결기에서 바라보며, 벨로즈가 쓴웃음을 짓는다.

 "레도 녀석, 그럴듯해졌잖아. 에이미도 예뻐졌고. 이렇게 보니 결혼이란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군"

 "그러네……"

 옆에 있던 리지트는 넋을 잃고 볼에 손을 대며, 벨로즈는 놀라며 눈을 껌뻑인다.

 "의외! 진짜?"

 "어?"

 "응?"

 다른 곳에서는 마이타가 불평한다.

 "아─아, 부럽다아. 일만 하고, 나는 결혼할 수 있으려나……"

 옆에서 피니언이 대답한다.

 "헷. 너한테는 아직 이르지. 실력으로 사부를 뛰어넘고 생각해 보라구"

 "앗, 그럼 희망이 있네!"

 "아앙?!"

 신랑 신부의 맹세를 들으며, 올덤이 재촉한다.

 "그럼, 맹세의 키스를"

 사야에게 부케를 건네주며, 에이미가 레도를 향해 나아간다.

 에이미가 조금 고개를 숙이자, 레도가 어색하다는듯이 베일을 머리 뒤로 넘긴다.

 하늘색 눈동자가 미소를 지으며, 보라색 눈동자가 끄덕인다.

 레도는 보물을 다루듯이 에이미의 가느다란 양 어깨를 살짝 잡으며, 입술을 포갠다.

 순간, 주위로부터 갈채가 쏟아진다.

 축하해, 라는 커다란 외침과 수없는 박수. 배 언저리나 난간을 쾅쾅 치는 사람, 물을 뿌리는 사람, 눈물을 흘리는 사람.

 조가 융보로의 위에서 박수를 보내고, 스피나는 꽃바구니에서 꽃잎을 힐리며 웃는다. 사야와 멜티는 서로 부여잡고 울며, 베벨도 눈물을 닦는다.


 부드러운 감촉을 살짝 떼어내며, 레도는 평생을 함께할 상대를 바라본다.

 에이미.

 살아갈 의미를 준 사람.

 너라면, 무슨 일이라도. 어디라도.

 나는 너를, 사랑해.

 멈추지 않는 환호성 사이에서, 올덤이 선언한다.

 "너희들은 가족이 되었다. 축하하네, 레도 군. 에이미. 녹색 파도의 은총이 있기를"

 두 사람은 일례한 뒤 참례자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환성이 더욱 고조된다.

 "축하해─!"

 "부럽다 젠장─!"

 "행복해라!"

 부케를 돌려주러 온 사야와 멜티가 눈물을 머금는다.

 "축하해, 둘 다!"

 "와─앙! 다음 미남은 어디에 있냐구─!"

 사다리가 풀리며, 갑판이 타이어노트 호의 갑판으로 내려간다.

 베벨이 살짝 다가가 말을 건다.

 "축하해, 레도 씨. 누나"

 "응. 고마워, 베벨"

 "베벨, 금방 다시 만나러 올 테니까"

 "아하핫. 응, 기대하고 있을게"

 갑판에 도착하자, 에이미가 레도의 손을 잡고 달린다.

 "가자, 레도!"

 "응!"

 부케를 손에 들고, 베일을 나부끼며 에이미를 따라 레도도 갑판을 달려간다. 타이어노트 호의 뱃머리에는, 레도가 사는 하얀 돛을 펄럭이는 배가 이어지며, 연결교가 놓여져 있었다.

 그러자, 다리를 건너는 두 사람의 발 밑을 작은 그림자들이 쫓아온다. 찍찍, 하는 울음소리가 울린다.

 "로제!"

 "그레이스! ──어?"

 갑판에 날아든 날다람쥐가, 3마리의 새끼를 데리고 있었다. 흩어져있던 배 어딘가에 살고있었던 게 틀림없다.

 "아──"

 레도와 에이미는 멍하니 입을 열고, 이윽고 쿡쿡 웃기 시작했다.

 찍찍 하는 소리에 이끌리듯 두 사람은 새로운 집의 갑판으로 내려가며, 사람들을 돌아본다. 모두가 웃음을 띄우며 축복하는 박수를 보낸다.

 크게 웃으며 손을 흔들며 대답하는 에이미에게, 레도가 말한다.

 "너는, 내 날개야"

 "응?"

 "어디든지 함께. 어디까지든 가자, 에이미"

 에이미도 미소지으며 대답한다.

 "응, 레도!"

***

 조계의 항구 한구석에 계류중이던 해적선 네프랍스 호의 갑판에서, 리마가 쌍안경을 내려놓는다.

 "축하해, 레도 씨. 에이미 씨. 베벨 군은 내가 지킬게요"

 "꽤나 흥겨운 모양인걸"

 들려오는 목소리에 돌아본다.

 "라케지"

 "멀리서 볼 뿐이지만, 평범한 삶의 행복도 나쁘지 않아 보이는걸"

 리마는 시선을 약간 떨어트린다.

 "미안해, 라케지. 해적선단이 부활하려는데,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해서"

 라케지가 아름답게 웃어보인다.

 "괜찮아. 당신이 모아온 녀석들, 대해적 라케지 선단에 어울릴 정도로 맛이 간 떨거지들이었으니까. 그렇다곤 해도 유별나네, 이런 상황에 육지로 돌아가겠다니"

 "……약속을 지키려고"

 라케지는 잠시간 리마를 바라보고는 말한다.

 "또 대해적의 깃발 아래 자유로운 바다를 항해하고 싶어지면 말하도록. 환영할테니까"

 "……기쁘네요. 그런 식으로 말해줘서"

 "A급 해적의상이랑 노예의상을 찾아두지"

 "에──"

 매력적으로 웃는 라케지에게, 리마는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

 전망이 좋은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해안가는, '마주보는 초승달'을 잃은 대신, 가르간티아의 수많은 배로 채워져있었다. 처음으로 서로에 대해 이야기했던 같은 장소에서, 랏셀과 스카야가 어깨를 나란히하며 광대한 풍경을 바라본다.

 랏셀이 스카야를 본다.

 "여기서 너랑 말했던 거, 나는 잊지 않았어. 어디에서든, 나는 나를 바꾸기 위해 살아갈 거야"

 스카야가 끄덕인다.

 "나도 똑같아요. 열심히, 자유롭게. 당신처럼"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들고 올려다본 하늘은, 끝없이 맑고 투명했다.

 지금은 머나먼 남쪽, 수평선 너머에 있을 보이지 않는 시간의 기둥.

 그것이 돌아오더라도, 이제 에너지를 방사하는 일은 없다.

 "시간의 기둥은 돌아오더라도, 이제 사람들의 삶을 지탱해주지 못해요. 이제부터는 두 국가 모두 힘든 상황이 되겠죠"

 "알아. 하지만…… 우리들이라면 괜찮아. 그런 느낌이 들어"

 랏셀은 군대를 나와, 해상 주민의 모습으로 돌아가있었다. 스카야는 반대로 검은색과 어두운 붉은색의 군복을 두르고 있지만, 짧게 자른 은발은 그대로였다.

 두 사람은 서로의 나라로 돌아가기로 정했다.

 "육지의 세상에, 희망이 있다고 말하는 건가요?"

 "그거야 언제는지, 몇번이라도 확인해보면 되지. 우리들은, 언제라도 다시 만날 수 있으니까"

 스카야가 흐릿한 미소를 띄운다.

 "고마워요, 랏셀"

 "뭘, 스카야"

 랏셀이 악수를 권하는 손을 내민다. 그를 알아채고, 스카야가 오른손에 끼고있던 장갑을 벗는다.

 "아, 그거…… 아직 하고 있었구나"

 하얗고 가느다란 손목에, 랏셀이 건네준 해상 주민의 팔찌가 끼워져있었다.

 "육지에서 살 수 있는 팔찌도 손에 넣었으면서"

 "한 번도 빼본 적 없어요. ──보물이니까"

 "……헤헷"

 수줍게 말하는 스카야에게, 랏셀이 코끝을 검지로 문지르며 목에 걸쳐뒀던 끈을 끌어당긴다. 끈에 끼워져있던 반지가 푸른 하늘의 태양빛을 머금으며 빛난다.

 "난 이거야"

 맹세의 증표를 서로 확인하며, 두 사람은 다시금 악수를 교환한다.

 "건강해"

 "당신도요"

 그러자, 높은 곳까지 닿는 완만한 판에서 '어─이!'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콕스다.

 다섯 사람의 그림자가 올라온다.

 콕스, 테아시와 다시 손을 잡고, 랏셀은 리베리스탄 본국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스나이더와 스키더, 그리고 호킨스는 이 땅에 남아 양 국가의 관리에서 벗어날 조계 땅에서 '나쁜 꿍꿍이'를 시작하려는 듯하다.

 맑게 갠 표정의 다섯 사람에게, 랏셀과 스카야가 손을 흔든다.

***

 타이어노트 호에서 뻗어나온 연결기가 풀리며, 돛단배가 출발하기 시작한다.

 혼례를 기념하며 신혼 여행을 떠나는 레도와 에이미를, 가르간티아 사람들이 배웅한다.

 조금씩 멀어지는 배의 모습 저편에 펼쳐지는 온화한 바다를 바라보며, 리지트가 크게 말한다.

 "자아, 우리들도 그들을 따라가죠. 난바다에서 연결 작업을 시작합니다. 대 작업이 예상되니, 모두들 힘내죠"

 오오, 하는 함성이 울리며, 각각이 자신의 맡은 바 임무로 향한다.

 연결 개시 보고가 여기저기로 알려지며, 모든 배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 중앙에 거대한 크레인 타워를 세워올린 가르간티아 호가 큰 파도를 내며 나아간다.

 모든 배에, 리지트의 지령이 전달되었다.

 <가르간티아 선단, 출항!>



 멀리 펼쳐진 넓디 넓은 바다를 나아가는 하얀 배.

 크고 작은 수많은 배가, 하얀 파도를 일으키며 나아간다.

 하나, 또 하나, 연결기가 이어져간다.

 이윽고 그것들은 하나로 모이며, 바다에 세워진 마을이 된다.

 마치 한사람 한사람이 작은 힘을 모아 살아가는 장소를 만들듯이.

 은하길은 다시 짜여지고, 그들의 앞길 어디까지나 펼쳐진다.



 그 모습을, 랏셀과 스카야, 수많은 육지의 사람들이 바라본다.

 은총을 잃은 육지의 미래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난관이 기다리고 있겠지.

 그래도, 희망이 끊기는 일은 없다.

 이 광경이 가슴에 남아있는 한.

***

 차가운 어둠 속.

 사람의 손이 도저히 미치니 않는 깊은 심해 속에서, 인광이 빛난다.

 흔들리며 서로를 둘러싸듯 뭉쳐있는 젖먹이들──고래오징어의 유아체.

 길고 긴 여행을 하고, 리브는 태어난 고향으로 돌아왔다.

 흔들흔들거리며 빛을 내뿜는 젖먹이들이 리브를 맞이한다.

 기쁘다는듯이, 또 새로운 생명이 부화한다.

 알에서 태어난 것은, 어딘가 사람의 모습과 닮은 무쇠같고 거대한 석상이었다.

 일찍히 머나먼 우주를 누비며, 사람과 함께하고, 지금은 홀로 조용함 속에 가로누워있다.

 그 거구가 몸을 일으키는 일도, 두 눈에 빛을 머금는 일도, 이제는 없다.

 그래도 그는, 곁을 멤도는 취색 파도의 은총을 받으며, 별에 퍼진다.

 끊임없이 태어나는 생명을 지키는 파수꾼처럼.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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