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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18일 월요일

취성의 가르간티아 외전 ~소년과 거인~ 제2장 클래스메이트

-1-

 시뮬레이터 시트는, 시트라는 이름이 붙어있긴 하지만 단순한 의자 이상의 존재이다. 외견은 커다란 철제 고치, 캡슐에 가깝다.

 투명한 해치를 열면 내부에서 시트가 천천히 올라온다. 시트에 앉아 그대로 작업할 수도 있고, 시트 채로 캡슐 내부로 들어갈 수도 있다.

 어린아이들은 태어나자마자 바로 각자의 시뮬레이터 시트를 배당받는다. 그것은 요람이며, 생명유지장치이기도 하다.

 수면 학습장치를 지닌 교사이기도 하며, 게임을 할 수 있는 오락설비이기도 하다.

 시뮬레이터 시트는 머신 캘리버의 콕핏과 같은 형태이며, 어린아이들은 게임을 통해 유년기부터 전투에 익숙해진다.

 지금 레도는 자신의 시뮬레이터 시트 앞을 돌며 망설이고 있었다.

 시뮬레이터 시트에는, 자주기능 또한 있으며, 주인이 이사함에 따라 장소를 이동하기도 한다. 문제는, 도착하는 장소였다.

 초등교육 수료시험을 통과한 유년병은, 정신 적성에 따라 심신 협화 이론에 기초하여 최적의 성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그룹으로 편성된다.

 이번 시뮬레이터 시트의 목적지는, 클래스메이트가 있는 교실이다.

 새로운 클래스메이트와 만난다는 불안감이 레도의 발을 붙잡고 있던 것이다.

 불안은 그뿐만이 아니다. 가령 적성 시험에서 불합격이라고 판단된다면……

 부적합자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구체적으로는 레도도 모르지만, 어렴풋이 상상은 간다.

 예를 들어.

 시뮬레이터 시트에서 약이 투여되고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처리 시설'로 옮겨진 뒤 자원으로써 해체당한다던가.

 아니 그건 걱정이 지나친 거겠지.

 레도는 다시 한 번, 커뮤니케이터에서 자신의 시험 결과를 불러낸다. 득점은 그리 높지 않지만, 편차치를 보는 한 불합격이라고 볼 수는 없다, 고 생각한다.

 숨을 들이키며 시뮬레이터 시트에 올라탄다.

 시트는 평소처럼 부드럽게 리클라이닝을 마치고 레도의 전신을 받쳐준다. 해치가 닫히자, 이윽고 천천히 시트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복도를 빠져나와 인증 작업이 끝난 문이 열리며, 미지의 구역으로 들어간다.

 지금 여기서 시트를 뛰쳐나가면 어떻게 될까, 레도는 생각한다.

 시트에서 구속구가 튀어나와 자신을 구속하지는 않을까? 긴급 경보가 발령되고 탈주자의 포획을 명령하지는 않을까?

 거기까지 상상하자, 레도는 자신이 너무 바보같아서 웃어버리고 말았다.

 아마 성적 평가가 조금 떨어지고 끝이겠지.

 어차피 시뮬레이터 시트에서 내려봤자 도망칠 곳도 없다. ID를 표시하지 않으면 식사나 물의 배급도 받지 못한다. 늦으나 빠르나 돌아올 수밖에 없다. 그런 상대를 적극적으로 붙잡을 필요는 없지.

 시시한 망상이다. 하지만, 그래도 시간을 보내는 데에는 의미가 있었다.

 시뮬레이터 시트가 감속하더니, 곧이어 멈춘다.

 레도는 해치를 열고, 시트가 변형되는 것보다 빠르게 몸을 일으켰다.

-2-

 두 개의 눈동자가 레도를 내려보고 있다. 커다란 눈에, 짙은 눈썹.

 "너, 이름은?"

 "어?"

 눈썹도 크지만 목소리도 크다.

 "레도인데, 너는?"

 짙은 눈썹은 대답도 않은 채 커뮤니케이터를 조작한다.

 레도는 우선 시뮬레이터 시트에서 내린다.

 다음 순간, 배에 묵직한 충격이 전해진다. 이어서 전해지는 고통과 구역질.

 "뭐냐, 이 점수는"

 짙은 눈썹이 내뱉는다.

 ──맞았다.

 어째서. 왜. 이녀석은 누구지. 수많은 의문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열등생이 같은 클래스라니 민폐잖아"

 동급생인가.

 확실히, 클래스는 서로 협력해야 한다. 협력하며 달성해야만 하는 과제도 있고, 클래스 전체의 성적이 개인의 성적에 반영되기도 한다.

 그건 클래스메이트끼리 협력해야함을 시사하는 룰이지만, 다른 관점에서 봤을 때 열등생이 있다는 점은 확실히 성적을 떨어트리는 요인이 된다는 소리이기도 하다.

 상대가 말하는 바를, 레도는 겨우 이해했다.

 이해하자, 분노가 치밀어올랐다.

 확실히 자신은 성적이 낮지만, 그렇다고 해서 갑자기 두들겨 팰 필요는 없잖아.

 짙은 눈썹이 째려본다. 레도보다 머리 반 정도 크기만큼 키가 크다.

 눈이 무섭기는 했지만, 히디어즈보다 무섭진 않다. 배의 통증은 아팠지만, 찢겨 죽을 때보다 아프진 않다.

 레도가 맞받아치며 노려본다.

 "돌, 그쯤 해둬"

 가느라단 눈의 소년이 옆에서 끼어든다.

 "여어, 레도. 환영할게. 난 스톡이야"

 상냥한 말을 건네면서, 스톡은 레도의 발끝을 짓밟았다.

 "응……"

 뭔가 실수겠지. 무심코 발을 밟는 정도는 누구라도 한다.

 "우리들 분명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스톡은 미소를 지으며, 잘근잘근, 발끝을 짓누르고 있었다.

 레도도 겨우 그것이 일부러 하는 행동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망설임이 분노로 바뀌며, 레도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문득 생각한다. 자신이 목표로하는 머신 캘리버의 파일럿은, 여기서 싸우기를 선택할까? 답은 아니었다.

 언제나 냉정하며 침착해야하는 심우주의 전사가 될 머신 캘리버의 파일럿이, 이정도의 도발에 굴복할 수는 없다.

 레도는 스톡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주먹을 내렸다.

 "잠깐 거기, 뭐하고 있어?"

 "인사야"

 말을 건 소녀에게, 스톡이 뻔뻔스럽게 대답하며, 슬쩍 발을 뗀다.

 "괜찮아? 저 사람들 난폭하니까"

 소녀가 망설임 없이 레도의 손을 잡더니 방 끝으로 부른다.

 "나는 미리카. 레도 군, 잘 부탁해"

 "응, 잘 부탁해"

 레도가 딱딱하게 대답한다.

 커뮤니케이터로 이름을 검색한다. 돌, 스톡, 미리카.

 돌의 성적은 레도보다 낫긴 하지만, 별 차이 없는 수준이었다. 스톡은, 의외로 상위권. 덧붙여 미리카는 넷 중에서 1등이었다.

 "성적따위 신경쓰지 않아도 돼. 열심히 하면 금방 오르니까"

 레도의 시선을 느끼고, 소녀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 그렇지"

 사실 레도는 성적을 신경쓰고있던 게 아니다. 별 차이도 없는 돌이 왜 자신을 때렸는지 생각하고 있었을 뿐이다.

 "도와줄까?"

 "괜찮겠어?"

 "클래스메이트인걸"

 "그럼 부탁할게"

 활짝 꽃이 피는듯한 미리카의 미소.

 "다행이다! 그럼 우리들 친구네"

 미리카가 레도의 손을 잡는다.

 어째서 그렇게나 기뻐하는 걸까? 레도는 살짝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미소도 손의 따스함도, 일단 불쾌하지는 않았다.

 버저가 울리며 교사가 나타난다. 홀로그램에 의한 원격 수업이다.

 학생들은 각각 자신의 시트에 앉는다.

 수업이 시작된다.

-3-

 "모든 생명을 기르는 어머니인 우주. 그 우주가 만들어낸 셀 수도 없이 많은 생명들은, 사실 두 종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예속형 생명. 또 하나는 개척형 생명이죠. 예속형 생명이란 태어난 환경에 지배당하는 생물로──"

 처음 맞이하는 수업. 교사가하는 말은 이미 알고있는 말 뿐으로, 미묘하게 재미없다고 생각된다.

 교사에게 듣지 않아도 레도는 전부 대답할 수 있다.

 예속형 생명이란, 태어난 환경에 예속되는 불완전한 생명이다. 적응하면서 변화하지만, 변화해봤자 환경에 예속된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개척형 생명이란 인류를 나타낸다. 인류는 완성된 생명체이며, 자신은 변화하지 않고 도구를 사용해 환경을 정복, 또는 새로운 환경을 개척한다.

 인체야말로 우주가 만들어낸 최고로 우수한 예술품이며, 온갖 생명보다 우월한 존재이다. 머신 캘리버가 인간 체형을 띄는 것 역시 그렇기 때문이다.

 오른쪽 옆의 미리카는 레도와 같이 잘 알고있을 텐데, 열심히 들으며 노트에 필기를 하고있다. 레도와 시선이 맞자, 살짝 웃으며 교사를 가르킨다. 진지하게 수업을 들어, 라는 말인가.

 잠시동안 진지하게 수업을 들었지만, 역시 질려서 눈을 돌린다.

 레도의 왼쪽 옆에는 기묘한 학생이 있었다.

 레도 일행과 비교하자면 머리 하나는 작은 자그마한 체구의 소년. 아마 나이도 더 어리겠지. 수업은 완전 무시하며 손으로 뭔가 만지작거리고 있다. 커뮤니케이터는 아니다. 단순히 뾰족한 돌멩이. 그것을 공구로 깎고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 윤곽이 이따금 희미해지는 것은, 그가 실체가 아닌 홀로그램임을 나타낸다.

 그의 본체는 어딘가 먼 곳에 있고, 가상현실을 경유해 수업을 듣는 것이겠지.

 입술 끝으로 이죽거리던 소년을 보고있자니, 레도의 마음속에서 뭔가가 꿈틀한다.

 ──본 기억이 있다.

 어린 옆모습에는, 어딘가 기억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짚이는 곳은 전혀 없다. 애초에 레도는 다른 소년과 만난 적 자체가 별로 없다. 혹은 교재 어딘가에서 본 얼굴과 닮은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계속 바라보자, 소년도 이쪽을 보더니 손을 흔든다.

 저쪽에서도 이곳이 보이는 모양이다. 교사와 교탁만이 아닌, 교실 전체의 풍경이 가상현실 내에 재현되어있다, 라는 말인가.

 레도도 같이 손을 흔들어서 대답한다. 문득 미리카의 시선을 느끼고, 당황해서 수업에 집중한다.


 수업 중, 클래스 전원이 교사에게 지적되며 질문을 받았다. 레도는 막힘없이 대답할 수 있었다.

 레도의 옆에 앉아있던 학생은 론도라는 이름이었다.

 클래스메이트는 레도와 미리카, 돌과 스톡, 론도 외에도 라이디라는 자그마한 체구의 소년까지 총 6명이었다.

 이 6명은 앞으로 2년 동안 운명을 함께하는 공동체가 되었다.

 돌, 스톡과 같은 클래스라는 점은 마음이 무겁지만, 이것도 심신 협화 이론에 기초한 최적의 조합일 테지. 그 두 사람과 함께하게 된 것도, 지금의 자신에게는 알 수 없는 의미가 있겠지.

 수업이 끝나고 교실에서 나올 때, 돌이 어깨를 부딪치며 지나가는 바람에, 레도는 한숨을 쉬고 말았다.

-4-

 시뮬레이터 시트는 유년학교의 교실에 고정되었으며, 대신에 개인실이 지급되었다.

 지내는 데에 익숙했던 시뮬레이터 시트에서 떨어지게 되서 살짝 쓸쓸하긴 하지만, 개인실이라는 울림에는 뇌를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레도의 개인실은 길고 좁은 자그마한 방으로, 안쪽이 2층으로 나뉘어 있었다. 1층은 자는곳, 2층은 물건을 둘 수 있는 공간이다. 벽과 바닥에는 책상과 의자가 수납되어있어서, 필요에 따라 꺼내서 쓸 수 있다.

 나쁘지 않다, 고 레도는 생각한다. 마음에 드는 물건을 둘 수 있다는 점이 좋다.

 둘만한 물건은 전혀 갖고있지 않지만, 분명 앞으로의 성적에 따라 물자를 청구할 수 있을 터였다.

 레도는 청구 가능한 물자 중, 머신 캘리버의 프라모델을 발견하고는 몸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우선은 전력으로 성적을 올려야겠다고 결심했다.



 바깥 우주를 탐색하는 머신 캘리버는 때때로 수 개월 이상까지 보급 없이 행동해야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한 장기간 체재에서도 쾌적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시뮬레이터 시트는 척수의 완곡에 맞춰 변형하며, 항상 최적의 밸런스를 유지한다. 또한 조종자의 체온이나 맥박, 근육의 움직임 등을 모니터링하며, 그에 맞춰 내부의 기온, 습도, 명도를 컨트롤하여 쾌적한 수면을 유지하는 기능도 있다.

 그에 비하면 개인실의 침소는 딱딱하고 추워서 잠들기 힘들다. 레도는 굉장히 난감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앞으로의 인생에서 항상 시뮬레이터 시트로 최적화된 휴식을 취할 수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딱딱한 곳에서의 취침에 익숙해지는 것 또한 서바이벌 훈련의 일환이겠지.

 레도는 그렇게 자신을 억지로 타이르며 잠에 들었다.

 눈을 감자 떠오르는 것은, 손을 잡던 때 보인 미리카의 미소와, 그리고 기묘한 돌멩이를 만지던 자그마한 체구의 소년, 론도였다.

-5-

 유년학교의 수업은 필기와 실기로 나뉜다. 실기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기계 정비, 실험, 그리고 격투기를 중심으로하는 스포츠가 메인이다.

 그 중에서도 레도가 좋아하는 것은 기계 정비였다. 기계를 만지고, 그 내부 구조를 조금씩 이해할 때마다, 머신 캘리버를 향한 길이 가까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정비 수업의 해설에 따르면, 파일럿에게 요구되는 자격과 정비에 요구되는 지식은 다르며, 정비에서 좋은 성적이 반드시 파일럿 적성 평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배워서 쓸모 없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언젠가 머신 캘리버의 기체를 사용한 실습이 예정되어있고, 레도는 한결같이 그날을 기다리고있을 뿐이었다.

 꺼려지는 수업은, 격투기였다.

 그래도 몸을 움직이는 데에 거부감이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잘하는 편이다. 꺼려지는 이유는, 돌과 스톡 때문이었다.

 스포츠 실기는 어느정도 넓은 체육관에서, 수많은 클래스가 합동으로 이루어진다. 그렇기에 교사의 눈이 미치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돌과 스톡이 자주 레도에게 반칙 공격을 걸어댔다.

 덕분에 정공법으로 리드해봤자, 교사의 사각을 틈탄 반칙 공격으로 역전되서 그대로 져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 승부가 직접 성적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레도는 기분이 나빴다.

 그래도 레도는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라이디라는 소년은 돌과 스톡에게 완전히 이용당하고 있었다.

 격투기 수업에서는 불쌍할 정도로 얻어맞았고, 시도때도 없이 괴롭히고, 명령하고, 셔틀처럼 부려졌다.

 미리카는 돌과 스톡과는 다른 류의 강적이었다. 유년학교에서는 남녀 구별이 없다. 그렇기에 격투기 수업도 남녀 혼합으로 진행된다.

 미리카의 타격은 빠르고 정확해, 레도의 블록을 쉽게 빠져나가 뇌를 뒤흔든다.

 체격차가 있어서 정면공격이나 지구전으로 들어가 이길 때도 있지만, 대부분 그 전에 넉다운되고 만다.

 "아까전엔 미안했어. 하지만, 수업은 제대로 받아야 하니까"

 미리카는 시합이 끝나면 항상 그렇게 말했다. 봐주지 않고, 어떤 수업에서도 전력으로 임하는 그녀는, 레도에게 있어서 호감이 가는 아이라 생각되었다.

 클래스메이트의 마지막 한 명, 론도는 건강에 문제가 있었기에 오랫동안 운동을 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당연히 격투기 수업에는 참가하지 않았지만, 기계 정비 실습 등, 스스로 손을 움직이지 않으면 의미 없는 수업에서는 가끔씩 직접 참가하기도 했다.

-6-

 레도에게 전환기가 온 것은, 격투기 교사가 호출했을 때였다.

 "너 몸은 멀쩡한데 왜 대충대충 하지?"

 갑자기 훅 들어오는 바람에 레도는 혼란했다.

 "대충한 적 없습니다"

 그 말밖에 할 수 없었다.

 "네가 전력을 다한다면, 돌이나 스톡도 이기지 못할 상대는 아니야"

 그건 반칙을 쓰니까,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 말은 눈앞에 있는 교사의 시야가 좁다는 사실을 추궁하는 말이기도 하다.

 어떻게 말해야 좋을까 생각하던 차에, 교사가 입을 연다.

 "네가 머신 캘리버의 파일럿을 지망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그러니 몸을 움직이는 일은 대충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딱히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던 레도는, 어안이 벙벙했다.

 그 모습에 정곡을 찔렸다고 해석했는지, 교사는 더욱 말로 쏘아붙였다.

 "하지만 말이다. 파일럿이기에 격투기는 필요한 법이다. 머신 캘리버가 인간의 모습을 하고있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도구를 사용해 다목적 행동을 취할 경우, 인간의 모습이 가장 합리적이고 우수한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레도가 교과서대로의 답을 술술 읊는다. 인류야말로 가장 우수한 생명체이며, 인간의 모습이야말로 가장 합리적인 형태라는 사실은, 인류 은하 동맹의 근본이 되는 원리였다.

 "음. 그렇다면 말이다. 자신의 몸을 어떻게 움직여야하는지 모르는 녀석은, 머신 캘리버 역시 잘 다루지 못하기 마련이다. 격투기 수업은, 말하자면 파일럿의 예행 연습같은 것이다"

 그 말을 듣자, 레도의 마음에 불이 지펴졌다.

 격투기. 머신 캘리버. 지금까지 각자 별개로 생각되던 두 가지가 레도의 안에서 척 하며 이어졌다.

 "그런가요"

 마음속 흥분과 모순에, 그 말만 겨우 뱉어냈다.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교사의 말은 정신론에 가깝고, 실제로 머신 캘리버의 조종과 격투기 기능은 그다지 관련이 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모르는 레도는 맹렬한 스피드로 두뇌를 풀가동했다.

 격투기의 움직임이 머신 캘리버의 움직임이라면, 격투기에는 어마어마한 가치가 있다.

 확실히 지금까지는 상대가 반칙을 사용했기에 이길 수 없다, 그렇기에 노력해도 방법이 없다.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반칙이 뭐냐. 히디어즈가 정공법으로만 공격해오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말이다, 우선……"

 "감사합니다!"

 "엉, 그래"

 레도는 교사에게 고개를 숙이고, 발빠르게 돌아갔다.

 머릿속에서는 훈련 플랜이 몇개나 떠오르고 있었다.

-7-

 "미리카, 할 말이 있어"

 방과후에 말을 꺼낸다.

 "뭐, 뭔데?"

 "가르쳐줬으면 하는 게 있거든"

 고개를 숙인다.

 "으, 응"

 당황하는 미리카에게 레도가 설명한다. 격투기에서 강해지고 싶다는 것. 격투기를 가르쳐줬으면 한다는 것.

 "응, 맡겨만 줘!"

 레도가 당황할 정도로 환한 미리카의 미소.

 자신이 누군가에게 부탁받는다면, 받아들일 수는 있을지도 모르지만 마음속으로는 귀찮다고 생각할 텐데.

 레도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무튼 그런 식으로, 레도와 미리카는 방과후에 격투에 정진하게 되었다.

 하지만 미리카의 수업은 별로 빛을 발하지 못했다.

 그녀의 속도와 반사신경의 날카로움은, 말로 듣고 움직임을 본다고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미리카는 가르치는 것이 능숙하지 않았다. 필기를 가르치는 데에는 능숙했지만, 몸을 움직이는 실기는 천성이지 설명으로 어떻게 할 수 있지는 않아보였다. 그녀의 관점에서 보자면, 교과서대로 하면 할 수 있겠지, 라고밖에 말하지 못했다.

 하지만 향상심에 있어서, 미리카는 정정당당하게 싸우기 때문에 그녀와의 격투기는 즐거웠다.

 특훈을 끝마치고, 샤워한 뒤 돌아가면서 그날의 특훈이나 수업에 대해 대화하는 것도 즐거웠다.

 격투기를 하는 것과, 미리카와 시간을 보내는 것. 어느쪽을 마음에 들어하는지, 레도는 판단할 수 없었지만.



 어느날, 레도가 미리카와 교실에서 격투기 능력 향상에 대해 대화하고있자, 갑자기 끼어드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래봤자 이기지 못해"

 론도였다. 변함없이 예의 돌멩이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 어린 얼굴에 드러난 비웃는 표정이, 어째서인지 레도의 기억을 자극했다.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다. 하지만, 어디서였지?

 "무슨 말이니? 강해지기 위해선 매일같이 연습할 필요가 있어"

 미리카가 반론한다. 그녀는 수업 태도가 나쁜 론도에게 엄격했다.

 "강해진다고는 하지 않았어"

 "그럼, 어쩌란 말이야"

 "그러니까, 돌과 스톡한테 이기겠단 말이잖아? 어째서 이기지 못하는지는 알지?"

 부드럽고 순수한 목소리에, 무심코 레도가 대답해버린다.

 "반칙을…… 사용하니까"

 "그랬어?!"

 미리카가 놀란다. 그러고보니 말한 적이 없다. 돌과 스톡도 미리카에게는 반칙을 쓰지 않은 모양이다.

 "빨리 선생님께 말해야……"

 과연. 미리카라면 바로 선생님에게 말하겠지. 그 속내를 잘도 간파해냈다. 새삼스럽지만, 레도는 두 사람의 말에 감탄한다.

 "그래,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지"

 론도가 긍정한다.

 "그건 싫어"

 레도는 단호히 말한다.

 "반칙을 당하더라도, 정당하게 이길 수 있도록 되고 싶어"

 "레도…… 그럼 역시 엄청, 엄─청 강해져야겠네!"

 "체격이 다른 미리카의 방법을 흉내내봤자 무리겠지. 그보다 좀 더 간단한 방법이 있어. 반칙은 주로 어떤 종류지?"

 "얼굴 공격이지. 눈이나 코"

 격투에서 안면 공격은 반칙이지만, 우발 사고로 맞게되는 경우에는 추궁당하지 않는다.

 "오늘도 격투 수업이 있었지. 코가 주저앉은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데"

 "최근에는…… 직접 노리지는 않아. 그냥 페인트를 보여주기만 해도"

 "그것만으로도 몸이 움츠려든단 말이군"

 레도가 끄덕인다. 몇번이나 아픈 꼴을 당했으니, 몸이 저도 모르게 얼굴을 감싸버리고 만다.

 "그럼, 똑같이 되갚아주면 되잖아"

 "반칙을 쓰고 싶지는 않아"

 "그게 아니야"

 론도는 천천히 설명을 시작한다. 말하면서 몇번인가 기침을 심하게 콜록거린다. 윤곽이 흐릿한 홀로그램 너머로, 희미하게 피가 퍼지는 모습이 보인듯한 기분이 들었다.

-8-

 다음 격투기 수업.

 스톡과 겨루게 되었다.

 "우선, 상대방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봐"

 론도의 말을 떠올리며, 스톡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스톡은 옅은 웃음을 지으며 레도의 시선을 맞받았다.

 "싸우는 방식은 신중하게. 체력을 너무 허비하지 않도록"

 격투기 실력은 레도가 더 높다. 평소대로, 스톡을 조금씩 압도한다.

 "상대가 페인트를 걸만한 타이밍이 되면, 먼저 페인트를 넣어"

 수없이 당해온 준비 동작. 주먹을 높게 치켜들고선 얼굴을 가격하겠다는 듯한 어필을 한다.

 그 순간, 스톡이 얼굴을 감쌌다. 론도가 말한 대로였다.

 레도는 망설임 없이 텅 빈 복부를 가격했다. 스톡의 몸이 꺾인다.

 "한 번 우위를 점하면, 용서없이 마음껏 두들겨 팰 것"

 론도가 말한 대로, 상대가 다운될 때까지 전력으로 두들겨 팼다.

 이렇게 되니 스톡은 더 이상 반칙을 사용할 여유가 없어졌다. 애처로운 표정을 지어보이는 스톡을 보고 손이 멈출 뻔했지만, '지금 싸우고있는 상대는 인류의 적, 히디어즈다'라며 스스로를 타이른다.

 인간의 형태를 한 히디어즈의 복부를 수없이 가격하자, 그녀석은 몸을 둥글게 말았다. 무방비하게 드러난 옆구리를 있는 힘껏 공격하자, 주먹 끝에 늑골의 감촉이 느껴진다. 부러지지는 않았겠지만, 금 정도는 갔을지도 모르겠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스톡을 보고, 겨우 교사가 KO 선언을 한다.



 뒤이은 돌과의 격투는 더 간단했다.

 시작하기 전부터 돌은 안절부절 못했다. 레도가 노려보자 쩔쩔매더니 가벼운 페인트를 넣었을 뿐인데 호들갑을 떨며 얼굴을 감쌌다.

 그 뒤로는 스톡과 똑같이, 혼신의 힘을 다해 두들겨 패버릴 수 있었다.

 "오오, 레도, 잘 했다. 연습의 성과가 나왔구나"

 핀트가 빗나간 교사의 칭찬에, 레도는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도움이 됐던 것은 연습이 아닌 분석이었다. 이기기는 했지만 주먹은 아프다.

 경기로써의 격투기는 둘째치고, 맨몸으로 사람을 때려눕히는 것은 좋아질 마음이 들지 않는다. 레도는 내심 그렇게 생각했다.



 세 번째 상대는 미리카였다.

 레도가 노려봐도 미리카는 미동도 없이 시선을 맞받아쳤다.

 격투가 시작된다. 레도의 무거운 타격을 미리카가 가볍게 흘려보낸다. 레도가 가드를 굳히자, 미리카는 그 좁은 틈새를 파고들듯이 날카로운 타격을 넣는다.

 흉골 한가운데를 정확하게 맞아, 레도는 한 순간 호흡이 멎었다.

 레도는 거리를 벌리며 자세를 고치고는, 안면 공격 페인트를 넣었다.

 미리카가 거의 반사적으로 박아넣은 카운터에 레도가 쓰러지자, 오히려 미리카가 당황한다.

 "아, 미안. 뭔가 엄청난 녀석이 들어가버렸어"

 "아, 아니"

 레도는 고통을 참으며 대답한다.

 론도의 말대로네, 라고 레도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비겁하지 않아?"

 그날, 반칙을 되갚아주는 설명을 들은 미리카는 교실에서 그렇게 말했다.

 "비겁도 뭣도 아니야. 오히려 약점이지. 그래, 시험삼아 미리카한테 써보면 좋겠는걸"

 이런 경위로 시험해본 결과, 깔끔하게 패배했다.

 스톡은 스스로가 안면 공격을 하고 있다. 그렇기에 레도가 평소와 달리 기합을 넣고 노려보며 안면 공격을 해오던 때, 당한다, 라고 생각했다.

 이어서 돌은, 레도가 스톡을 쉽게 제압하는 모습을 보고 틀림없이 반칙을 사용했을 것이라 확신했다.

 그렇기에 가벼운 페인트로 승부가 결정됐다. 몇번이고 시합을 한다면, 레도가 페인트밖에 넣을 생각이 없다는 사실이 들통나겠지만, 레도는 그렇게 되지 않게끔 있는 힘껏 그 둘을 두들겨 팼다. 앞으로도 떠오를 공포감을 새겨넣은 것이다.

 미리카의 경우, 레도가 반칙을 사용할 거라고 생각지도 않았다. 그렇기에 레도의 안면 공격 페인트는 의미가 없었다.

 그녀의 시점에서 보는 레도의 행위는, 엉뚱한 방향으로 팔을 올려 가드를 풀었을 뿐이었다.

 스톡과 돌은 반칙을 사용했기에 페인트에 당했다. 자업자득인 셈이다.

-9-

 스톡과 돌을 뭉게버린 날의 방과후. 레도는 드물게 직접 수업을 받으러 온 론도에게 말을 걸었다.

 "잠깐 괜찮을까"

 "응, 좋아"

 기묘하게 생긴 하얀 돌을 깎는 론도를 보면서, 레도는 다른 클래스메이트가 돌아가기를 기다렸다. 돌은 뾰족하게 생겨서 자연물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도감에서 본 동물 화석이라는 것의 손톱과 살짝 닮은 것처럼 보였다.

 ──그 돌은 뭐야?

 그렇게 물어보려고 하던 차에, 갑자기, 기묘한 소리가 들렸다.

 레도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소리. 굳이 말하자면, 바람 소리같다. 칸막이벽에 구멍이 뚫렸던 때, 진공으로 빨려나가는 바람이 내는 새된 소리에 가까웠다.

 하지만 레도의 귀에 들리는 소리는, 그것보다 부드럽고, 미끈한 움직임이 있었다.

 여기저기 둘러본 레도는 그 소리가 론도에게서 들린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거, 뭐야?"

 달리 물어볼 말이 없었다.

 "응, 이거?"

 론도가 말하자 소리가 멈췄다.

 "아, 방금전 소리"

 "아아, 이건 말이지. 음악이라는 거야"

 "……음악? 몇번?"

 "번호는 없어. 멋대로 만들었으니까"

 "만들었다니…… 음악이란 만들 수 있는 거야?"

 레도도 음악 정도는 알고 있다.

 은류 은하 동맹에 있어서 음악이란, 사기 고양을 목적으로 공공장소에서 재생되는, 일종의 음성 파일이다.

 그 곡들은 고대부터 계승되던 것들이며, 모든 곡에는 넘버링이 매겨져있다. 승인이 되지 않은 음악, 이라기보다 애초에 '작곡'이라는 개념이 동맹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간단해. 봐"

 론도가 다시 입술로부터 음악을 만들어낸다. 단순한 멜로디였지만, 레도에게 있어서는 태어나서 처음 접하는, 생 연주였다.

 "음악이란 만들 수 있는 거였구나"

 "물론이지. 지금 있는 음악 역시 옜날에 누군가가 만들었을 테니까. 그럼 지금도 역시 만들 수 있을 거야"

 "확실히 그러네"

 미리카가 있었다면 '그게 뭐 어쨌다고'라고 말했겠지.

 스스로 새로운 곡을 만드는 데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공식 음악과 비교해본다면, 너무나도 빈약한 음인 데다가, 아무리 노력해봤자 성적에는 반영되지 않는다.

 "그런 짓이나 하고 있으니 성적이 낮지. 어째서 더 노력하지 않는 거야"

 그런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오는 듯해서, 레도는 웃어버렸다.

 "재밌네"

 진심으로 한 말이다.

 "고마워"

 론도는 부끄럽다는 듯이 고개를 돌린다.

 "……그래서, 할 말이 뭔데?"

 론도에게 듣고나서, 레도는 겨우 볼일을 떠올렸다.

 격투기 수업의 전말을 설명하고, 새로이 감사의 말을 전하자, 론도는 손사레를 치며 '신경쓰지 마'라고만 말했다.



 그날 밤 레도는 잠자리에 들면서, 입술을 오므리고 '음악'을 만들려고 해봤지만, 아무리 해봐도 '음악'은 되지 못한 채, 휘 휘 하는 소리가 울릴 뿐이었다.

 돌에 관해 물어보려 했는데 깜빡했네, 라고 레도는 생각했다.

-10-

 그 승리 이후, 돌은 레도와 거리를 두게 되었다. 스톡도 그랬지만, 이따금씩 이쪽을 기분나쁜 눈빛으로 노려보게 되버렸다.

 그렇지만격투기에서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게 되서, 레도의 순위는 점점 올라갔다.

 원래부터 필기는 특기였으니, 레도의 순위는 금방 미리카와 나란히 설 정도가 되었다.

 오른 성적으로, 레도는 곧장 머신 캘리버 프라모델을 신청하고, 선반에 올려두었다.

 손으로 머신 캘리버를 움직이며 상상 속의 우주공간을 비약하며 히디어즈 무리와 싸우는 것이 레도의 매일밤 일과가 되버렸다.

-11-

 1학기 수료는, 클래스의 반장 선출 시기이기도 했다.

 반장은 지도자로서 높이 평가되기도 하지만, 클래스메이트가 문제를 일으키거나 낮은 점수를 받은 경우에는, 지도 책임을 져야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선출은 클래스 전원의 만장일치가 필요하며, 기간 내에 의견이 일치되지 않는 경우에는 전원이 점수를 잃게 된다.

 "미리카랑 레도면 되잖아?"

 방과후 회의에서 그렇게 말한 사람은, 예상 외로 스톡이었다.

 돌 역시 싫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라이디는, 쭈뼛쭈뼛하며 두 사람의 얼굴빛을 살피고 있었다.

 "어떡할래? 난 괜찮은데"

 미리카가 말하자, 레도도 끄덕인다.

 딱히 반장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지만, 이 중에서 미리카와 함께 행동한다면 아마도 나밖에 없겠지. 그렇게 생각한 것이다.

 반장은 그런 식으로 간단하게 정해졌다.

 론도가 어렴풋이 어깨를 움츠리는 모습이 보였다.



 반장이 된 뒤로, 미리카는 점점 더 클래스메이트를 달달볶게 되었다.

 필기 점수가 낮은 사람은 라이디와 론도였다. 미리카는 특히 수업 태도가 나쁜 론도가 매우 신경쓰이는 듯했다.

 "론도는 성적이 낮으니까, 적어도 진지하게 하지 그래?"

 정기 시험을 눈앞에 둔 어느날, 미리카가 론도를 쏘아붙였다.

 "나는 진지하게 하지 않는 편이 점수가 높아"

 변명처럼 들리는 대답에, 미리카가 폭발했다.

 "그럴 리가 없잖아"

 론도가 애매한 미소를 띄운다.

 "알겠니, 제대로 공부하지 않는다면……"

 론도의 모습이 갑자기 사라졌다. 홀로그램을 끊은 것이다.

 "아아, 정말!"

 그런 식으로 화내는 미리카가, 레도는 살짝 재밌다고 생각됐다.

 "다음엔 레도가 좀 말해봐. 진지하게 하라고"

 "아아, 응"

 레도는 건성으로 대답했다.

 레도는 론도를 잘 이해할 수 없었다. 성적을 올려야만 원하는 미래를 얻을 수 있다.

 수업을 못알아듣겠다거나, 고통스럽다면 이해할 수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론도는 수업을 건성으로 들으면서 대체 뭘 하고 싶은 걸까?

 아무 생각도 없다, 는 건 아니겠지. 요전번 격투기 건만 해도 그쯤은 알 수 있다.

 모르는 채로 설득해봤자, 의견을 바꾸게 만들지는 못하리라 생각된다.

 론도가 하고 싶어하는 일에는, 어쩌면 그 '음악'이 관계있을지도 모르겠다. 단, 그 사실을 미리카가 이해하게끔 하려면, 어째서인지 무척 어려울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응, 부탁할게"

 미리카는 애매한 레도의 태도에 불만을 느낀듯 했지만, 깊이 추궁하지는 않았다.



 며칠 뒤 방과후.

 정기 시험 결과가 발표되고, 미리카는 싱글싱글 웃으며 론도에게 향했다.

 "해냈잖아, 론도!"

 "응?"

 론도의 성적은 레도까지 놀랄 정도로 좋았다.

 "그 뒤로 엄청 공부했지? 아니면 이런 점수는 받지 못하는걸"

 "으─음"

 작은 체구의 론도는 난처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앞으로도 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부탁할게"

 "말했잖아. 이번엔 진지하게 하지 않았을 뿐이야"

 론도는 그렇게 말하고 사라졌다.

 "……뭐야 그게?"

 미리카는, 질렸다는 소리를 냈다.



 그 뒤로, 론도의 수업 태도는 변함없었고, 수업 중 평소대로인 최악의 점수로 돌아갔다.

 미리카는 그 사실을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질타했지만, 론도는 변할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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