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느날의 방과후. 미리카가 자리에 앉아 뭔가 열심히 자습하는 모습이 신경쓰였다.
"뭐 보고 있어?"
레도는 미리카에게 말을 건다.
"아, 이거?"
미리카는 보고있던 데이터를 레도의 커뮤니케이터로 전송한다.
레도의 앞에, 6개의 그래프가 나타났다. 클래스 전원의 성적 변화다.
유년학교의 성적 평가에는 다양한 요소가 얽혀있다.
쪽지시험이나 정기시험의 점수가 크게 가미됨은 물론이거니, 실기 성적, 레포트 등의 제출물, 수업 태도까지도 매일 가산되며, 복잡괴기한 것이다.
미리카는 그 전부를 보존해, 다양한 방향에서 분석하고 있었다.
"이거, 뭐하는 거야?"
무심코 참견을 한다. 레도는 자기 성적도 이렇게까지 자세하게 본 적이 없다. 큰 시험을 전후로 체크하는 정도이다.
"클래스 모두가 어디서 막히는지 조사하고 학습 플랜을 만드는 거야"
"아하, 과연"
레도는 압도당했다.
그러나 학습 플랜을 만든다고 해도, 그들이 순순히 할까?
"학급 반장의 지시를 고의로 무시하면 감점이 되는걸. 싫다 싫다 말하면서도 나름대로 하고있는 모양이야"
"그렇구나"
"예를 들어 돌은 계산이 약해, 이건 반복 숙달하는 수밖에 없겠지. 계산 문제 레포트를 내주니까 성적이 올랐어"
레포트를 낸 뒤의 성적과, 내지 않았을 경우의 가상 성적이 그래프가 되어 나타난다.
확실히, 오른 것처럼 보인다.
"라이디는 이과계열이 따라오질 못하니까, 잠시 복습 커리큘럼을 만들어야……"
"그거, 전부 혼자 하려고?"
"응. 아, 레도 군, 반 1등 축하해"
"어?"
말을 듣고 자신의 성적을 확인한다. 근소한 차로 미리카를 제쳤다.
"고마워. 몰랐어"
문득 깨닫는다.
"론도는…… 어때?"
그렇게 말한 순간, 미리카의 표정이 험악해진다.
"론도는 정말 곤란해. 어디가 취약한지 문제가 아니라, 굉장히 어려운 시험에서는 좋은 점수를 내는 주제에 간단한 문제는 점수가 낮기도 하고"
미리카가 한숨을 내쉰다.
"학습 플랜을 내주긴 했는데, 전혀 하지도 않고…… 감점이 늘어나기만 할 뿐이라서 만드는 것도 관뒀어"
"흐음……"
미리카는 그저 공부를 좋아하는 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클래스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
"과연 반장이야. 아, 나도 그렇지"
자신이 얼빠진 소리를 했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깨닫는다.
"괜찮아. 내가 좋아서 하는 거니까. 나 자신의 복습도 되고"
같은 클래스 사람끼리 서로 도와줌으로써 같이 능력이 향상된다. 미리카의 행동은 인류 은하 동맹의 사상을 체현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고보니 내 학습 플랜은 없어?"
"격투기 때에 도와줬잖아? 그거 말고는 내가 레도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는걸"
"그렇구나"
"갑자기 왜 그래?"
"아니, 클래스 모두나 미리카도 이렇게 열심히 단련하니까, 나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같아서"
그렇게 말하자 미리카가 살짝 미소짓는다.
"레도도 의욕 넘치네! 우선 자신이 취약한 부분을 찾아보면 되지 않을까?"
"취야한 부분?"
"공부는 꾸준히 쌓아가는 거니까. 어느 한 부분을 따라가지 못하면 그 뒤로 계속 영향이 나타나거든. 그러니까 취약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단련하는 점이 중요하다고 나는 생각해"
"과연"
격투기 때를 떠올린다. 아무 관계도 없다고 생각했던 격투기와 머신 캘리버 조종 기술이 이어져있었다.
미리카의 말대로, 잘 못하겠다고 방치해버리면 보다 넓은 범위로 악영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표면적인 이유도 있지만, 성적으로 신청할 수 있는 머신 캐리리버 프라모델은 한 종류만이 아니다. 양산형, 지휘형, 정찰형 및 각종 장비 등, 다양한 모델이 존재한다. 게다가 이번엔 롤아웃하는 최신 모델까지 모형으로 배포될 예정이다.
점수가 오르면 보다 빨리 그들을 컴플리트 할 수 있다.
"생각해볼게"
"열심히 해"
-2-
자기 방으로 돌아와 자습을 하면서, 약점에 대해 생각한다. 이번 수업에서는 취약하다는 의식도 없고, 모르는 곳도 없다.
격투기에서 미리카에게 이기지 못하는 건 취약하다거나 약점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정공법으로 미리카를 쓰러트리려면 시간이 걸리리라. 트레이닝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그거 말고 취약한 부분은──.
문득 떠올린다.
레도가 받았던 첫 시험. 가상공간에서의 전투. 노인이 도움을 청하던 목소리가, 귀에 뚜렷하게 들려온다.
벌써 몇달도 전 기억인데,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었다는 사실에, 레도는 스스로도 깜짝 놀랐다.
어디서 틀렸는지는 알고 있다. 점수가 낮은 대상을 상대로 무모한 행동을 했다. 이해득실을 계산하고 빠지는 게 올바른 병사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면 된다. 그뿐이다.
하지만, 그렇게 딱 잘라 말할 수 없음을 레도 스스로도 느꼈다.
그때도, 스스로의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어째서, 돌격해버렸을까. 다시 한 번 같은 상황에서 돌격하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있을까──.
그날 밤, 레도는 잠에 들지 못했다.
신청을 통해 대여한 바벨을 들어올리며 몸을 피로하게 만들고 나서야 겨우 잠에 들 수 있었다.
꿈 속에서 노인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3-
"어제 그 뒤로 취약한 부분에 대해서 생각해봤어"
"응"
미리카는 흥미롭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잘, 모르게 되버렸어"
"레도, 그다지 취약한 부분이 없는걸"
"그런 말이 아니라…… 첫 선발 시험에 대해 생각했거든"
"레도, 굉장해"
미리카가 존경스럽다는 눈빛을 하자, 레도는 난처했다.
"굉장한가?"
"응, 굉장해. 한참 전의 시험을 제대로 기억하고 고치려 한다니"
"그럴까"
"그렇고 말고. 점수를 올리려고 하면, 다음 시험만을 생각하면서 이미 끝난 시험은 잊고 마는걸"
사실은 그러면 안되는데, 라며 미리카는 말을 잇는다.
"과연──"
"아, 그러고보니 레도는 왜 선발 시험에서 점수가 낮았던 거야?"
"중간에 죽었거든"
"에, 거짓말. 죽어버리면, 패널티를 받아서 더 낮아지지 않아?"
"그런가? 아무튼 죽은 건 분명해"
"굉장해. 어떻게 했어?"
레도는 시험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 처음 히디어즈, 쓰러트릴 수 있구나. 나, 도망치기만 할 뿐이었어"
"도망치는 편이 더 안정적인 점수를 받을 수 있을지도 몰라. 죽을 가능성도 있으니까"
"레도는 칸막이벽을 썼다고 했지. 기억해둬야지"
"그 다음 말인데……"
레도는 결국, 노인을 구하려다가 실패했던 사실을 이야기한다.
"그렇구나─ 욕심이 지나쳤어"
"욕심?"
"거기까지 계속 잘 풀렸으니까, 이번에도 점수를 딸 수 있다, 라고 생각했지?"
과연 그랬을까? 미리카에게 듣고 보니,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런, 걸까"
"고득점은 리스크를 동반하니까 어려운걸. 하지만 함정이었다면, 함정이라는 표식이 있으니까 그것만 까먹지 않으면 돼. 3m짜리 히디어즈가 나타난 시점에서 물러났어야지"
확실히 미리카의 말대로다. 교과서같은 올바른 공략법이다.
하지만. 이라고 레도는 생각한다.
교과서대로 했던 격투기에서는, 스톡과 돌에게 조차 이기지 못했다. 실제 전장에서는 정말 위험한 곳에 '함정이라는 표식'따위가 존재할 리 없다.
그렇다면, 어떡하지?
"하지만, 실제 전투는 시험처럼 준비된 표식이 있다는 보장이 없잖아"
"그야 당연히 없지. 하지만 표식을 찾듯이 항상 주의하면 위험 징조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과연. 시험에서 표식을 찾는다는 것은, 주의력을 갈고닦기 위해서란 말인가. 듣고보니 그 말대로다. 레도는 미리카를 다시 봤다.
"그러니까 실수를 잊지 않으려고 한다면, 다음은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거야. 레도라면"
"그렇겠지. 열심히 할게"
그렇게 말하고나서 레도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으음, 조금 달라"
"응? 뭐가아?"
"나는…… 그래, 나는, 그 노인이 신경쓰여"
"신경쓰인다니……"
"비명소리만 듣고, 얼굴을 보지 못했어"
"잘 모르겠는데, 설정이 알고 싶다는 말이야?"
"설정?"
"얼굴이라던가, 이름이라던가. 어쩌면 처음부터 설정되어있지 않고 소리만 존재할지도 몰라"
"아아"
미리카가 하는 말이 이해된다. 노인은, 시험 프로그램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게 신경쓰인다니 이상한 이야기다.
하지만 분명히 신경쓰였다.
"시험에 관한 문의라면 카운셀러를 부를 수밖에 없겠지만……"
"흐음"
유년학교에는 교사와 별개로 카운셀러가 존재한다.
"그러네. 상담해보도록 할게"
"하, 하지만…… 레도가……"
카운셀러에게 상담을 받는다는 뜻은 고민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며, 그는 곧 유년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겠다, 라고 스스로 자백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카운셀러에게 상담을 받으면 평가가 떨어진다고, 어렴풋이 들은 기억이 있다.
레도는 그에 대해 소문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상담할 뿐인데 성적이 떨어진다니, 그런 것을 일부러 설치해둘 리가 없다는 간단한 이유였다.
"……조심해"
미리카는 그렇게 딱 잘라 생각하지 않다는 듯이, 레도에게 기묘한 말을 건냈다.
-4-
카운셀러는 두 종류가 존재한다. 인간 카운셀러와 AI 카운셀러다.
레도가 고른 쪽은 AI 카운셀러였다. 시험 내용에 관한 문의라면, 인간보다 AI가 더 잘 알고 있으리라 판단한 결과였다.
"실례합니다"
예약한 카운셀링 룸 입구에서 이름을 대자, 문이 열린다.
"들어오세요"
여성의 목소리. 불안해하는 상담자를 따듯하게 반겨주는, 우아하고 부드러운 목소리. 레도는 문득 첫 시험의 소녀가 선보인 완벽한 인사를 떠올린다.
카운셀링 룸 안에는, 익숙한 시뮬레이터 시트가 있었다.
"레도 군이죠. 편히 앉아주세요"
"네"
레도가 시트에 걸터앉자, 부드러운 동작음과 함께 시트 전체가 움직이며, 레도의 체형에 맞게 변형된다.
시트가 리클라이닝을 하고, 레도는 전신을 시트에 맡긴 채 엎드려 눕는 모양이 된다. 뭐라 말할 수 없는 충족감. 시트의 해치가 닫히고, 시야에 부드러운 빛이 가득찬다.
따듯한 빛 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질문은 무엇이죠?"
"유년학교의 선발 시험에 관해서입니다"
"유년학교의 선발 시험 말이죠. 관련 데이터를 다운로드합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른다.
"다운로드를 종료했습니다. 질문하시죠"
"제 시험 마지막에 나온 노인은…… 역시 죽었을까요?"
예상 외의 질문이었는지, AI의 대답이 들려오기까지 약간의 타임랙이 있었다.
"참가자 레도의 사망과 동시에 시험은 종료, 가상현실 시뮬레이트도 정지되었습니다. 정지 시점에 관한 질문이라면, 노인은 생존했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그럼, 제가 한 행동에는 의미가 있었을까요?"
"시험중에 취한 행동은 시험 결과의 판정 기준으로써 의미를 갖습니다"
"그 노인의 이름은 뭐죠?"
"해당 가상현실은 레도의 사망과 동시에 종료되었습니다. 따라서 그 정보는 무의미합니다"
상냥하고 부드러운 완벽한 목소리. 하지만 말하는 내용에는 온기라곤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신경쓰여요"
레도는 분노를 표출하듯이 말했다.
"신경쓰인단 말이군요. 어째서 신경쓰이죠?"
"현실에서, 누군가 구해내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신경쓰일 거라고 생각해요"
"긍정합니다. 현실에 있어서 자신이 구해내지 못한 인간이 신경쓰이는 경우는 있겠죠"
미리카의 말을 떠올린다. 시험을 위한 시험은 의미가 없다. 시험은 현실과 이어져있다. 그래야만 한다.
"가상현실이긴 하지만, 현실에서 쓸만한 것을 배우기 위해 존재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시험이라도 현실과 똑같이, 저는 그 노인이 신경쓰여요"
"가상현실을 현실과 동등하게 생각하려는 태도에는 긍정합니다. 그렇기에 노인의 정보는 무의미합니다"
"어째서죠!"
"가상현실에 있어서 레도는 사망했습니다. 사망한 인간에게는, 노인의 이름을 알 기회도, 그를 떠올리며 고뇌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읏"
자신이 꺼내든 이론이 깔끔하게 역이용당하자, 레도는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그래도, 신경쓰여요"
"이미 들었습니다"
"네, 그래도"
"그 이상의 흥미는 무의미합니다"
"무의미한가요?"
"과거를 반성하는 행동은 유익하지만, 바꿀 수 없는 과거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행동은, 비효율적일 뿐입니다"
"……"
"효율을 떨어트리지 않도록 노력하세요. 면회를 종료합니다"
해치가 열리고, 바깥 세상의 빛이 들어온다.
시트가 천천히 상승한다.
그 움직임은 인간 공학적으로 이상적일 만큼 매끄러웠으며, 육체적으로는 쾌적하다고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레도는 AI에게 방에서 쫓겨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5-
시뮬레이터 시트에서 레도가 보인 반응은 온갖 각도에서 분석되었다.
스스로 했던 말 자체보다도 그 음성, 어조의 강약이나 타이밍, 맥박, 표정 등이 총합적으로 분석된다. 이를 토대로 레도라는 개인의 심리적 모델을 만들어낸다.
인류 은하 동맹에 있어서 모든것은 관찰되며 분석된다.
"'방패'의 정신 구조는 복잡화되고 있군"
"성장이란 복잡화를 뜻하지"
"'방패'의 복잡화는 바람직해"
"너무 단순한 정신 구조는 상정 외 상황에 대응할 수 없지"
"적당한 복잡성은 다양한 상황에서의 대응력을 증가시킨다"
"과도한 복잡성은 '방패'의 목적, 기능을 잃게 하지"
"현재의 복잡성은 아직 과도까지는 아니야"
"복잡화의 경위는?"
"클래스메이트의 상호작용이다"
"그 중에서도 '정열' 및 '이단'의 영향이 크다"
"결론. 현 시점에서 간섭은 불필요하다. 관찰을 계속하라"
-6-
"어땠어?"
다음날 방과후. 미리카가 작은 목소리로 레도에게 묻는다.
"AI 카운셀링? 별로 도움이 되지는 않았어. 계속 신경써봤자 소용없으니까, 신경쓰지 말라는 말만 들었어"
"융통성이 없네─. 하지만, 나도 그러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
미리카가 끄덕인다.
"미리카에게는 미안하지만, 한 번 더 갔다 올래"
"다시 가봤자 똑같잖아?"
"카운셀러는 한 명 더 있잖아"
"교관? 만나본 적 없지만, 괜찮으려나"
"뭐가 괜찮은지 모르겠지만, 그냥 가서 물어볼 뿐이야. 미리카는 뭐가 걱정인데?"
"그렇게 물어보면 글쎄……"
미리카가 쓴웃음짓는다.
"나로는, 안 돼?"
"응?"
"미안, 이상한 말 했네"
푹 숙인 미리카의 얼굴이 조금 빨갛다. 왜일까.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으, 응. 아니, 아니야. 미리카는 언제나 내 말을 들어주고 있는걸"
무심결에 고개를 끄덕이고나서, 당황해하며 정정한다.
스스로도 이상한 표정을 하고 있겠지, 라고 생각한다. 미리카도 쿡쿡 웃는다.
"괜찮아, 그 말대로인걸"
"어……"
건성으로 그리 대답한다.
미리카와 헤어지고 방에 돌아올 무렵, 레도는 카운셀러 일이야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자습을 끝마치고 평소처럼 잠자리에서 머신 캘리버 모형을 만지작대면서도, 어째 전혀 집중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마음에 떠오르는 모습은, 대우주를 건너는 무적의 거인이 아닌, 마음속에 강렬하게 새겨진 미리카의 웃는 얼굴이었다.
──나로는, 안 돼?
맥락없는, 그 한 마디가 어째선지 신경쓰인다. 어째서 미리카는 그런 말을 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결론이 나오지 않는다.
소년은 현재와 미래를 살아간다.
과거의 시험에 대한 의문은, 현재의 중암감 앞에, 잊혀지고 사라진다.
그랬다면 레도의 인생은 조그맣지만 확실한 변화를 달성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다음날.
수업이 끝남과 동시에 미리카가 서둘러 돌아갔다. 말을 걸려고 생각했던 레도는, 자신만 남겨진 것같은 기분이 들었다.
불안하고, 그리고 어딘가 안심되는 기분이다.
불안한 것은 미리카를 화나게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안심한 것은, 미리카에게 어떻게 말을 걸까, 무슨 말을 하면 좋을까, 스스로도 몰랐기 때문이다.
자리에서 멀뚱멀뚱 서있던 레도에게 '음악'이 들려온다.
어딘가 슬픔을 불러일으키는 론도의 '음악'을, 레도가 귀여겨 듣는다.
론도는 입술로 음악을 연주하면서, 예의 기묘한 뾰족돌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이윽고 곡이 끝난다.
"듣고 있었어?"
"듣고 있었어. 민폐였다면 미안해"
"민폐는 아니야"
"그럼 다행이다. 괜찮다면, 앞으로도 계속 듣고 싶어"
론도가 갑자기 시선을 피한다.
"그러고보니, 어제, 미리카랑 뭔가 있었어?"
"응?"
"오늘 수업중에 계속 널 바라보던걸. 진지한 그녀 치고는 드문 일이지"
"흐음. 그럴만한 일이 있었나"
"뭔가 짚이는 구석은?"
"으─음"
어제 미리카와의 회화와 이어질 듯한 기분은 든다. 하지만, 어떻게 연결지어봐도, 레도에게는 도통 알 도리가 없었다.
그렇기에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결국 레도는 카운셀러에 대해 미리카에게 상담했다고만 말했다.
"교관 카운셀러라"
"론도는 만난 적 있어?"
"있지. 그래서 말인데, 레도는 가지 않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
"이유는?"
"나처럼 될 거야"
비뚤어졌긴 하지만 언제나 밝은 친구의 자조에는, 뭔가 오싹해지는 어둠이 있었다.
"잘, 모르겠어"
솔직하게 말하자, 론도는 어깨를 움츠렸다.
"이상한 말을 했네. 신경쓰지 마"
"……으응"
우연히도 론도의 말은, 어제 미리카가 한 말과 똑같아서, 레도의 호기심을 크게 자극했다.
"신경쓰지 않는 걸로 해둘게"
론도는 무언가 말하고 싶은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홀로그램을 끊었다.
-7-
다음날 방과후. 미리카와 론도가 이미 돌아갔음을 확인하고, 레도는 카운셀러실로 향했다.
둘의 경고를 무시했다는 사실에 약간 죄악감을 느낀다.
이게 가상현실의 시험이라면, 두 인물로부터 나온 경고는, 너무나도 명박한 함정의 표식일 것이다.
하지만 이건 현실이다. 공적으로 준비된 카운셀러가 함정일 리 없겠지.
레도는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문을 열었다.
"어머, 어서오렴"
부드러운 여성의 목소리. 그러나 AI와는 다른 활기가 있었다.
나타난 사람은 여성이었다. 얼굴에 부착한 투명한 장비는 데이터 글라시스.
시야 전체를 사용해 대량의 정보를 한 번에 처리할 때 사용하는 장신구로, 레도는 처음보는 물건이었다.
"레도 군이지, 앉으렴"
데이터 글라시스를 읽고 여성이 말한다. 지금 흘러가는 문자는, 아마도 레도에 관한 상세한 정보겠지.
그렇게 생각하자, 카운셀러의 시선이 레도의 온몸을 구석구석 훑어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난 제인드야. 잘 부탁해"
시뮬레이터 시트가 아닌, 평범한 의자에 앉아 주위를 둘러본다.
방은 좁은 데다가, 책상을 사이에 둔 채 둘이서 마주본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무슨 일로 왔니?"
레도는 고민한다.
그 노인의 이름이나 얼굴을 제인드에게 물어봐도 소용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나는 왜 왔을까?
론도에게 경고를 받고나서 오히려 더 신경쓰였다는 점이 솔직한 심정이다. 하지만 레도도 거기까지 자각하지는 못했다.
"잘 표현하지 못하겠니?"
"……네. 죄송해요"
"죄송할 것 없단다. 그게 일인걸"
"그런가요?"
"조리있게 질문할 수 있다면, 다른 선생님이나 AI도 있지. 잘 표현할 수 없는 일이기에 나한테 상담하러 왔잖니?"
제인드의 미소에, 레도도 조금 긴장이 풀린다.
"그럴지도, 몰라요"
"그럼 뭐가 잘 표현할 수 없을까. 둘이서 생각해볼까?"
"네"
"신경쓰이는 부분은 시험? 아니면 친구? 선생님이나 수업?"
"시험, 이요"
"시험이라. 그럼 시험의 어느 부분이 신경쓰이니?"
"그건……"
"전부 말하지 않아도 괜찮아. 떠오르는 것부터 조금씩 말해줄래?"
제인드에게 이끌리는 형태로, 레도는 조금씩 설명하기 시작한다.
유년학교 선발 시험에서 일어난 일. 노인을 구하지 못했던 일. 노인의 얼굴과 이름이 신경쓰이는 일.
"제인드 선생님은, 노인에 대해서 알고 계신가요?"
"제인드라고 불러. 노인은 모르겠구나"
"그런가요……"
알고 있었다고는 하나, 레도는 가벼운 실망을 맛보았다.
"어째서 레도는 그 사람이 신경쓰이니?"
"제가 구하지 못했던 상대라 신경쓰여요"
"가상현실인데도?"
AI도 비슷한 말을 했었지 라는 생각을 하며 레도는 대답한다.
"네. 가상현실이라도, 현실처럼 대처했으니까요"
"즉, 현실에서, 그런 식으로 노인과 조우한대도 구하겠다, 라는 말이니?"
"그건……"
말문이 막힌다.
그게 잘못된 무의미한 행동이라는 사실은 잘 알고있다.
그렇지만…….
"막상 그 자리에 서지 않으면 모르겠지만, 설령 무리라 할지라도 구하려고 할지 몰라요"
레도는 조금 생각하고 계속 말한다.
"잘못된 거겠죠"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니?"
"그건…… 생산성이 낮은 노인을 자신보다 우선시했으니까요"
"그게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뭐니?"
"동맹의 병사로서의 규율에 반하기 때문이죠. 상황이나 명령을 무시한 행동은 집단 전체에 위해를 가져올 수 있으니까요"
"그래도, 그렇게 하고 싶다는 말이지?"
"그렇게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잘못된 거예요"
"그렇구나"
"네"
제인드의 시선이 재밌다는 듯이 보였다.
"너는 잘못됐어. 그걸 고치면 돼. 그러면 될까?"
"제인드 씨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나는 선생님이 아니니까 답을 알려줄 수 없단다. 네가 생각하는 데에 도움을 줄 뿐이지"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규율의 완전함에 전혀 의문을 품지 않으니까요"
"그래, 확실히 규율은 완전하지. 하지만 규율을 믿는 너는 완전할까?"
"……무슨 뜻인가요?"
"너라는 인간은, 잘못을 저지를 가능성이 있어"
"네"
"그렇다면 네가 규율을 오해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지"
"이론상으로는 그렇죠"
"오해가 아니더라도, 규율의 의미나 올바람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완전히는 이해하지 못했겠죠"
"그럼 규율이 완전해도, 네가 규율이라 생각하는 것은 불완전하다는 말이 되겠구나"
레도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야기가 너무 복잡해서, 어딘가에서 속은 기분이다. 하지만 그게 어디인지 잘 말하지 못하겠다.
"그렇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요"
"글쎄. 그걸 생각해보면 좋겠구나"
"과연. 생각해볼게요"
"그래. 무슨 일이 생기면 언제라도 다시 찾아오렴"
"네"
돌아가는 길에, 레도의 머릿속에서는 여러가지 생각이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8-
밤이 되어, 잠자리에 들며 제인드가 했던 말을 떠올린다.
규율은 완벽하다. 하지만 규율을 이해하는 자신은 완벽하지 않다. 그럼, 어떡해야 좋을까?
교사에게 가르침을 받는 것 역시 하나의 방법이다. 하지만 교사라고 완벽할까?
레도는 격투기 교사가 반칙을 잡아내지 못했던 일을 떠올린다. 완벽할 리가 없다. 혹은 교사가 완벽하다 해도, 자신이 그 완벽한 가르침을 오해없이 이해할 수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친구에게 물어보는 것도, 참고 자료를 읽어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레도 자신이 불완전한 한, 레도가 받아들이는 것 역시 전부 불완전하다는 말이 된다.
거기까지 생각하자, 레도는 오싹했다.
매일을 살아가는 기반이, 목표가, 전부 발밑에서 무너져내리는 느낌이었다.
머신 캘리버를 품속에 끌어안는다.
그날 밤, 레도는, 꿈에서 어느 시험을 봤다.
실제 시험과는 달리, 커뮤니케이터가 있었고, 점수 변화를 하나하나 살펴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점수는 랜덤이라고 밖에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멋대로 늘어났다 줄어들어서, 아무리 봐도 뭘 어떻게 해야 시험을 통과할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노인의 비명과 히디어즈를 앞에 둔 레도는, 더 이상 뭘 해야 좋은지 알지 못한 채, 그저 한결같이 서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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