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뮬레이터 시트에 몸을 맡긴 채 미리카는 꿈을 꾼다. 항상 꾸는 꿈이다.
끝없는 어둠. 별조차 없는 어둠 속에, 작디 작은 하얀 점이 떠있다.
희미하게 깜빡이는 하얀 점. 그 깜빡임은 서서히 불규칙적으로 변하더니, 깜빡이는 간격이 늘어나고, 이윽고, 끊긴다. 깜빡임이 끊김과 동시에 빛은 그늘지며, 점은 어둠 속에 삼켜진다.
미리카의 귀에 들릴까 말까 한 작은 비명소리가 들린다. 그건 아기의 울음소리와도 닮아있었다.
생명이 하나 사라졌다, 라고, 미리카는 짐작했다.
그 사실을 깨닫자, 미리카의 몸은 어둠 속에 내던져진다.
어둠 속에서 알몸으로. 아니, 등에 망토가 한 장 걸쳐져있다.
강한 냉기가 몸을 침식한다. 발끝을 깎고, 귀를 도려내고, 유방 끝을 얼려버리는 냉기에 미리카는 비명을 지른다. 아무리 몸을 떨며 비명을 질러봐도, 진공에서는 아무것도 울려퍼지지 않는다.
냉기를 견뎌내며, 미리카는 망토로 몸을 감싼다. 조인다. 미리카의 몸은 점점 둥글게 말아지고, 찌그러져, 점이 되어간다.
아까 봤던, 하얀 점!
미리카는 불현듯 이해했다.
그 하얀 점도 추웠던 것이다. 추워서 몸을 둥글게 말고, 점점 작아지다가 점이 되고, 그래도 추위로부터 도망가지 못한 채, 결국에는…… 사라졌다.
그래선 안된다. 절대 안된다.
눈을 가리고서는 아무것도 붙잡지 못한다.
미리카는 추위에 대항하며, 망토 안에서 몸을 뻗었다. 발끝에서 손가락끝까지 전부 쫙 편다.
버텨내기 힘든 추위 속에 내던져진 몸은 뼛속까지 얼어붙어가기 시작한다.
그래도 미리카는 손가락을 뻗는다. 무언가를 찾아서. 허공 속을 휘젓는다.
그러는 사이에도 진공 우주의 극저온은 미리카를 괴롭힌다. 발가락이 얼어붙고, 귀가 떨어져나간다.
그래도 미리카는 손가락을 뻗는다. 손톱이 뽑히고, 감각따윈 벌써 예전에 사라진 손가락이, 그 순간, 분명히 무언가에 닿았다.
마지막 힘을 쥐어짜 손을 뻗어서 붙잡는다. 저쪽에서도 맞잡아온다.
저건 손가락이다. 손이다. 팔이다. 사람이다.
서로 얼싸안는 사이에 온기가 생겨난다.
그 온기도 금방 사라진다는 사실을 미리카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한쪽 손으로 남자를 끌어안고, 다른 한 손을 뻗는다.
그 손에 닿은 것은, 아직 어린 아기였다. 미리카는 아기를 지키듯이 남자와 자신의 사이에 품는다.
이제 곧 한기가 온몸에 베어들어와, 나는 퍼석퍼석하게 되어 죽어버리겠지. 하지만, 그때까지는. 적어도 잠시라도 길게 이 아이를 지키자. 그렇게 생각한 미리카와 남자는 둘이서 손을 뻗어 많은 아기를 그 가슴에 품었다.
아기의 온기는 기분 좋았지만, 냉기는 가차없이 그녀를 침식한다.
이윽고 전신이 얼어붙어 영원히 눈거풀을 감게 될 것만 같았던 그 순간.
──아아, 그렇구나.
미리카는, 깨달았다.
그 때, 등에 두르고 있던 망토. 추위로부터 지켜준 망토. 지금부터 미리카는 그 망토가 되는 거다. 냉기에게 몸이 깎여나가, 퍼석퍼석한 천이 되어버린 자신은, 아기들이 자립하기 위한 망토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아기들이 자라나, 어둠 속에 손을 뻗고, 또다시 새로운 생명과 만나며, 새로운 생명을 키운다.
그렇게 해서 사람은 생명을 이어간다.
그렇게 해서 목숨을 이어온 것이다.
엉망진창으로 망가져버린 미리카의 몸은, 이제는 냉기조차 느끼지 못한다. 한편, 그 마음속은 이태껏 경험하지 못한 따스함으로 가득 차있었다.
눈을 뜬 미리카는, 손을 뻗는다. 손가락 끝까지 쭈욱 뻗는다. 이 손가락 끝에 무엇이 있을까. 이 손가락에 닿는 온기는 무엇이 있을까.
꿈 속에서 끌어안았던 남자를 떠올린다. 얼굴이 보이지 않았는지, 잊어버렸는지.
아무튼 지금까지 줄곧 몰랐던 남자의 얼굴은, 오늘 꿈에선 레도와 닮아있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2-
쪽지시험은 우주전술 기초였다.
적과 아군의 수가 같을 때 및 적이 다수일 때나 소수일 때에 취해야 하는 진형을 묻는 문제에, 레도는 생각했다.
생각할 것도 없이, 답은 알고 있다.
아군이 다수라면 포위진. 소수라면 포위를 뚫을 예각진. 적과 아군의 수가 같다면 기동 중시의 구체진.
교과서같은 답안을 적어둔 뒤 레도는 생각에 잠긴다.
교과서에는 그렇게 나와있지만, 과연 이것을 그대로 적는 게 맞을까? 어째서 기동성을 중시하면 구체진을 짜야 할까? 아군이 소수일 때에는 꼭 예각진이여야 할까?
나중에 미리카에게 물어보자고 생각한다.
다음 문제는 계산문제였다.
문1) n체의 머신 캘리버 부대가, 공격력y, m체의 히디어즈 진형과 전투할 경우, 시간당 전황 변화를 식으로 기술하시오.
문2) x, y, m, n이 아래 수치일 경우의 전황 변화를 계산하고, 시간 순서대로 기술하시오.
시험지가 원하는 답은 단순한 방정식을 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실전에서 방정식대로 잘 풀릴까? 또다시 레도는 생각에 잠긴다.
결국 풀긴 풀었지만, 시험이 끝날 즘이 되자 레도는 완전 녹초가 되버리고 말았다.
"수고했어"
미리카가 손을 흔들자, 레도도 대답한다.
"시험 어땠어?"
"일단 다 쓰긴 했어"
"자신 없어보이네. 답 맞춰볼래?"
"그래"
레도가 전송한 해답과 미리카의 해답은, 대부분 일치했다.
"응, 다행이다. 이거면 되겠지. 레도가 어렵다는 듯한 표정 하고 있어서 걱정해버렸어"
"걱정이라니?"
"레도, 우주전술 기초는 자신있는 과목이잖아. 그런데 시험에서 고전하는 것 같아서, 어딘가에 어려운 함정 문제가 있나 했어"
"응, 그건 없었다고 생각해"
어제까지만 해도 고민하지 않았을 텐데.
"그냥, 이 답이 정말 옳은지 생각되서"
"무슨 뜻이야?"
"예를 들면…… 전술 추이의 문제였는데, 실전이라면 오차도 나올 테고, 어쩌면 전혀 다른 형태가 될 지도 몰라"
"그건 그러네"
"그렇다면, 이게 과연 옳은 답일까?"
"레도, 너무 깊게 생각했어"
미리카는 질린 듯한 소리를 낸다.
"수업에서 배운 답이 옳은 답이잖아?"
"그렇지만, 그래도 실전에선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지도 몰라"
"졸업할 때까지는 실전에서도 가능하게 되겠지. 제대로 공부한다면 말이야"
"그건 그렇지"
미리카가 수업을 절대시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수업을 신뢰하고 있다. 자신도 어제까지는 신뢰하고 있었을 터였는데.
제인드가 말하는 '생각해라'는, 이런 것일까.
-3-
다음날, 점수가 발표되었다. 레도와 미리카는 거의 만점이었다. 돌, 스톡, 라이디의 점수는, 미리카에 의하면 '거의 예상대로'라는 모양이다.
론도의 점수는 극단적으로 낮았다. 전체 문제의 절반 정도밖에 맞추지 못했다.
"쟤, 또 대충했네……"
미리카가 한숨을 쉰다.
"내가 가볼게"
"……응, 부탁해"
미리카는 조금 고민하는듯 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론도, 잠깐"
"왜애?"
"어제 시험 말인데……"
"아아. 네가 오리라곤 생각 못했어"
"나도 반장이잖아"
"그랬지"
론도가 살짝 웃는다.
"해답, 보여주지 않을래?"
"응, 뭐 좋아"
론도에게 전송받은 해답을 보고, 레도는 절규했다.
"이거, 뭐야?"
전황 추이의 문제. 본 적도 없는 식과 변수가 줄지어있었다.
"미리카가 진지하게 하라고 시끄럽게 굴어서"
론도는 겸연쩍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레도는 자신이 아는 범위에서 식을 역산해본다.
기본적으로는 레도의 식과 같지만, 머신 캘리버의 연속 가동 시간의 한계 등, 새로운 변수가 추가되어있다.
레도의 식에서는 소대가 히디어즈를 섬멸하기까지 걸린 시간이 240시간으로 나온다.
하지만 듣고보니 머신 캘리버가 보급 없이 전력으로 가동할 경우, 열흘동안 쉬지 않고 계속해서 싸우기에는 무리가 있다.
"숫자의 설정이 나빴어. 10시간 정도였으면 좋았을 텐데"
론도는 보급을 전제로 한 로테이션을 식에 포함해 재계산했다.
보급중에는 공격할 수 없고, 또한 보급중인 부대를 호위하는 부대도 필요하다. 이에 따른 전력 감소를 포함해 재계산할 경우 결과는──인류의 패배다.
론도의 최종 해답은, 단기간에 상대 전력을 최대한 줄이고 그대로 이탈하든가, 장기전이 필요한 경우에는 원군의 합류를 전제로 한 방어진을 짜서 계속 버티든가 둘 중 하나였다.
"굉장해! 확실히 그 말대로야"
레도가 흥분해서 소리친다. 그리고 깨닫는다.
"어라, 하지만 점수는……"
"뭐 그렇지"
론도는 익숙하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한다.
레도는 겨우 깨닫는다. 어쩌면, 론도의 점수가 여태껏 계속 낮았던 이유는, 모두 이렇게 '너무나도 완벽'한 답이었기 때문이라고──.
"이 답은 나보다 훌륭해. 이 답이 점수를 받지 못했다니 이상해"
"난감하네. 신경쓰지 마"
론도가 쓴웃음짓는다.
"괜찮아. 반장으로서 항의하면……"
"부탁이니 그러지 마"
론도가 별로 보여주지 않는 진지한 표정을 짓는다.
"어째서?"
"이건 내 문제야"
클래스메이트의 문제는 클래스 전체의 문제고, 반장의 문제이기도 하다.
미리카라면 그렇게 말하겠지.
레도도, 그건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론도의 의사를 무시하고 멋대로 진행하는 행동이 반장의 역할이냐고 묻는다면, 그건 좀 아니라고 생각된다.
"알겠어"
"고마워"
"시험은 둘째치고, 내가 파일럿이라면 론도같은 지휘관이 좋겠어"
"내가? 지휘관?"
론도가 눈을 똥그랗게 뜨고는 웃어보인다.
"너 재밌는 말을 하는구나"
"론도가 더 재밌는걸"
"그런가"
"그래"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레도가 말을 잇는다.
"괜찮다면 방에서 얘기할래?"
-4-
학생끼리 개인실을 왕래하는 것은 딱히 금지되어있지 않다.
레도가 지금껏 아무도 부르지 않았던 이유는, 그냥 그럴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례할게"
론도가 찾아왔다.
"오늘은 마스크 하지 않아도 괜찮아?"
"응. 오늘은 몸상태가 좋거든"
실습 수업에서는 론도도 가끔씩 홀로그램이 아닌 실제 몸으로 올 때가 있다. 때에 따라서는 산소 마스크를 하고 있거나, 점적기를 질질 끌고 오는 등 다양하다.
"그건 다행이네"
그렇게 말한 레도는, 론도의 얼굴을 말똥말똥 바라봤다. 홀로그램이 아니라 희미하지 않고 말끔한 론도의 얼굴은, 확실히 어딘가에서 본 듯한 느낌이 들지만, 아무래도 생각이 나질 않는다.
"저……"
론도가 불편하다는 듯이 몸을 움츠린다.
"아 미안. 전부터 신경쓰였는데, 론도의 얼굴은 어딘가에서 본 것같은 느낌이 들어서"
"내 얼굴이?"
"아마 교재나 어딘가의 자료라고 생각은 하는데……"
"으음─ 모르겠는걸. 내 얼굴같은 건 별로 신경쓰지 않았으니까"
"그런가. 나도 그렇긴 해"
얼굴을 마주보며 웃는다.
한참 웃어댄 론도가 레도의 방을 둘러보자, 레도는 왠지 낯간지러운 기분이 들었다.
론도의 눈이 선반 위에서 멈춘다.
"굉장한 콜렉션인걸"
"그래? 고마워"
론도가 흥분해서 말을 하고는, 얼굴을 빨갛게 물들였다.
부끄러움을 감추려고, 프라모델 하나를 집어든다.
"이거, 어제, 도착한 녀석이야"
"강습형 개(改)구나. 최신모델이네"
론도의 말을 듣고 레도가 기뻐한다.
"론도도 머신 캘리버를 잘 아는구나"
프라모델의 손발을 바꿔끼우고, 길다란 포문을 가진 무기를 장비시킨다. 무기에서 뻗어나온 튜브를 머신 캘리버의 복부에 연결한다.
"그리고, 이거!"
"빔 팔랑크스구나"
"그래! 어마어마한 신병기지"
"무기 자체에 동력로를 내장하고, 머신 캘리버의 동력로와 공명하게 만들어서 이전보다 20배나 되는 파괴력을 구현할 수 있다고 했던가"
"그래 맞아! 이게 있다면 히디어즈따위는"
레도는 머신 캘리버를 마구 휘두른다.
"꽤 좋은 스펙이지"
론도가 살짝 쓴웃음을 짓고있다는 사실을 레도는 깨닫지 못했다.
"론도도 있어?"
레도가 건네주는 머신 캘리버를, 론도가 떨어트려버린다.
금속 바닥에 육중한 울림이 퍼진다.
레도가 당황해서 프라모델을 줍는다.
"미안, 괜찮아?"
"괜찮아. 망가지지 않았어"
안테나가 하나 휘긴 했지만, 레도는 별 일 아니라는 듯이 그렇게 말했다.
"미안. 강도와 재현성을 위해 금속 부품을 사용해서 꽤 무겁거든. 먼저 말해둘걸 그랬어"
레도가 다시 머신 캘리버를 건넨다.
"아니야, 미안해"
론도가 양 손으로 받아들고는, 찬찬히 훑어본다.
──가느다란 팔이구나.
레도는 그렇게 생각했다.
어린아이같은 부드러운 팔이지만, 희미하게 뼈가 드러나 보인다. 홀로그램이 아닌 론도의 몸은, 이렇게나 작았구나, 하고.
레도의 시선을 느꼈는지, 론도가 난처하다는 표정을 한다.
"'부적격'하지"
인류 은하 동맹에서는, 건전한 육체와 건전한 정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가르친다. 육체미는 심적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것이며, 그렇기에 찬미받는다. 한편, 불건전한 육체를 지닌 부적격자는, 온갖 수단으로 배제된다.
그렇지만, 이라고 레도는 생각한다. 론도가 아직 살아남아있다는 말은, 론도가 인류 은하 동맹에 있어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부적격할 리가 없잖아"
레도는 잠시 생각한 뒤 덧붙인다.
"앞으로 성장하지 않을까?"
레도의 그 말에, 론도가 쿡쿡 웃는다.
"그럴지도 모르겠네"
"레도는 파일럿이 되고 싶다고 했던가?"
둘은 침대에 걸터앉았다.
"응. 되고 싶은 게 아니라 될 거야!"
"어떤 파일럿이 될 거야?"
"어떤?"
레도는 상상한다.
머신 캘리버의 역할은 다양하다.
히디어즈와의 전투가 당연히 주 역할이겠지만, 전투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
히디어즈의 본거지에 돌격하고 그를 파괴하는 공격 임무.
미지 혹성을 탐색하고 조사하는 개척 임무.
그리고 침략해온 히디어즈로부터 거주 구역이나 거주 혹성을 사수하는 방어 임무.
가장 인기가 많은 임무는, 이 전쟁을 끝낼 가능성을 가진 공격 임무다.
대박이 터지기도 하는 대규모 개척 임무도 그 뒤를 잇는 인기를 자랑한다. 가장 인기가 없는 종목은 앞을 예측할 수 없는 방어 임무다.
하지만 레도에게 있어서는…….
"고를 수 있다면 방어 임무려나"
"헤에. 어째서?"
어째서냐고 물어도 레도는 곤란하다. 깊은 이유는 없다. 레도에게 있어서, 그 강철 거인은 모두를 지키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모두를 지키고 싶으니까"
"공격 임무로 적의 거점을 파괴하는 것도 모두를 지키는 일이야. 개척 임무로 자원을 발견한다면, 방어력도 오를 테고"
론도의 말에 레도는 눈썹을 꿈틀거렸다. 듣고보니 론도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그럼 공격…… 아니 탐색……"
"신병기를 발명해서 전황의 근본을 변화시키면, 지금보다 더 사람들을 지킬 수 있을지도 몰라. 교육 커리큘럼에 충실하게 파일럿의 능력을 끌어올릴 수도 있어. 진짜와 똑같은 모형을 만들어서 파일럿 지망생을 늘려도 좋겠지"
레도도 그쯤에서 론도가 자신을 놀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쓴웃음을 짓는다.
론도의 말대로다. 온갖 직업은 한 길로 통한다. 그러니 모든 직업은 모두를 지키는 것으로 이어지고, 그러기 위해 존재한다고도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그렇다치고, 레도는 머신 캘리버에 타서 모두를 지키고 싶었다.
"꿈 탓인가. 역시 방어가 좋겠어. 공격이나 개척은 왠지 좀 꺼려져"
"꿈?"
"응"
어린 시절부터 꾸던, 그 꿈을, 론도에게 말해준다. 론도는 잠자코 듣고서는, 과연 하며 맞장구를 쳤다.
"뭐 희망한다고 반드시 되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그건 그렇지만"
레도는 약간 상처입는다.
"론도는 뭐가 되고 싶어?"
역습할 생각으로 물어본 질문은, 론도의 급소를 파고든 모양이었다. 한 순간. 정말 한 순간, 론도의 눈에 진지한 빛이 피어올랐다.
그 빛은 금방 꺼져서, 평소대로의, 어딘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돌아와버렸다.
"나는…… 글쎄. 전쟁을 끝내는 역할은 레도에게 맡기고, 느긋하게 지내고 싶은걸"
"느긋하게라니 뭐를?"
"엄청 도움되지 않는 연구를 하는 거야"
"도움되지 않는…… 연구?"
레도에게 있어서 연구란 인류 은하 동맹에 도움이 되는 지식의 결정체를 뜻한다. 도움이 되지 않는 연구라니,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모순되어있다.
"으음, 과거에 대해서 조사한다든가, 음악을 만든다든가. 조각도 좋겠어"
"조각?"
익숙하지 않은 단어에, 레도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네가 갖고있는 프라모델 비슷한 거야. 단 모델이 없어도 된다는 점이 있지"
"그런 게 있을 리 없잖아"
레도는 농담이라 생각하고 웃어넘긴다.
모형이란, 무언가 형태를 모방해서 만드는 것이다. 아무것도 모방할 것이 없다면 모형이 아니다.
"마음 속에 있는 것을 만드는 거야"
론도의 눈은 어딘가 먼 곳을 바라보는 듯해서, 레도는 그 말이 농담이 아니라는 사실을 뒤늦게나마 깨달았다. 그리고 불현듯 떠올린다.
"혹시 항상 깎던 그 돌?"
"그건 돌이 아니라, 히디어즈의 발톱이야"
"그렇구나. 히디어즈의 발톱을 깎아서 조각을 만드는 거야?"
"그거랑은 조금 다른데. 비밀이야"
론도가 즐겁다는듯이 웃는다.
"비밀이라니─"
"힌트는 음악"
"음악?"
레도가 눈썹을 꿈틀거린다.
"뭐, 완성하면 알려줄게"
"응"
"그러기 위해서도, 레도가 힘내서 히디어즈를 퇴치해줘야겠지만"
"아니아니, 론도도 도와줘야지"
"응, 할 수 있다면"
"론도라면 할 수 있어"
레도의 말에, 론도는 곤란하다는듯한 미소를 띄웠다.
-5-
다음날.
레도는 발걸음도 가볍게 교실로 향했다. 론도라는 친구가 생겼다는 사실이, 그의 기분을 들뜨게 만들었다.
"안녕, 레도"
"안녕, 미리카"
이미 자리에 앉아있는 미리카를 보고, 레도는 당황했다. 반장으로서 론도의 '잘못'에 대해 말하려던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론도는 어땠어?"
"아…… 그거 말인데. 론도는 잘못하지 않았다고 생각해"
미소짓던 미리카의 표정이 굳어진다.
"어?"
"저기, 그러니까 말이야……"
레도는 횡설수설하며 설명을 해본다.
"식을 봤는데, 보다 정확하고 맞다고 할까……"
"또 해버렸나보네"
미리카가 한숨을 쉰다.
"또?"
"뻔하지, 이제부터 배울 식을 쓴 거잖아. 쟤는 항상 그랬어"
"항상 그랬구나……"
"하지만, 레도. 잘못은 잘못이야"
"어째서 잘못일까. 답은 맞는 답인데"
"그야, 배운 범위를 확인하기 위한 시험인걸. 배우지도 않은 범위의 지식으로 문제를 풀어봤자잖아"
"으음, 하지만, 보다 정확한 식을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은, 배운 범위는 이미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좋지 않을까?"
"이해했다면, 이해했다는 사실을 보여줘야지"
미리카의 논리는 명쾌했다.
"확실히 그렇긴 한데……"
레도는 답답함을 느꼈다.
"레도, 괜찮아?"
미리카가 정말 걱정하는 듯해서, 레도는 왠지 화가 났다.
뭔가 반격하려던 차에, 예비종이 울리고, 레도도 자리로 돌아갔다.
-6-
방과후. 레도는 미리카와 눈을 맞추지도 않고 교실을 나갔다. 목표는 카운셀러실이다.
"안녕. 오늘은 뭐니?"
"어제 들었던 말에 대해 생각해봤어요. 들어주세요"
레도가 의자에 걸터앉는다.
"그래, 말해볼래?"
"규율이 완전하더라도, 그 이해가 불완전할 경우, 규율에 따라 행동해도 잘못을 저지르는 경우가 있어요"
"그렇게 되겠구나"
"잘못이라고까지 하지 않더라도, 완전함에 다가갈 여지는 있죠"
"그럼"
"그렇다면, 규율의 의미나 목적을 생각할 필요가 있어요"
"확실히 그렇구나"
"예를 들어, 시험에서 정답을 맞추는 것에서 끝내지 않고, 무엇을 위한 시험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죠"
"그래"
제인드는 말을 아끼며, 이어질 말을 재촉하듯이 맞장구를 쳤다.
"그리고, 규율의 이해가 불완전하다면, 채점이 불완전할 가능성도 있어요"
"확실히, 그렇겠구나. 그건 론도 군에 대한 말일까?"
정곡을 찔려, 레도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는다.
"그건……"
"카운셀러는 담당 학생 전원의 데이터를 갖고 있단다. 네가 하고 싶은 말은 잘 알겠어"
"론도에게는, 그 일은 말하지 말라고 들었어요"
"그래, 나도 채점에 불만을 재기할 생각은 없단다. 그러니 안심하렴"
제인드가 살짝 얼굴을 드리민다. 닿지도 않았는데 이마가 뜨겁다.
"알겠어요……. 그, 교관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론도의 답에 대해"
"레도는 어떻게 생각하니?"
"제 답보다는 훨씬 더 옳고 정확하다고 생각해요"
"흐응. 정확하다는 게 반드시 옳다고 할 수 있을까?"
"보다 진실된 답에 가깝다는 의미에서는 옳다고 생각해요"
"진실된 답이 아니다, 라는 의미라면, 둘 다 잘못된 답이라고도 할 수 있겠구나"
"네, 그렇지만……"
"레도의 답은 간단한 계산이었지. 정확한 계산이 가능하다면, 그건 의미 없는 답일까?"
레도는 잠시 생각한다.
"정확한 계산이 가능한 공식이 있다면, 그 공식을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죠"
"예를 들어, 레도가 전장에 있다고 치자. 히디어즈의 군대가 바로 코앞까지 처들어왔고. 60초 이내에 응전할지 퇴각할지 정해야만 하는 상황이야. 그 때에는 어떻게 할까?"
"그런 상황에서 손으로 계산할 수밖에 없다면, 간단한 계산 방법을 고르겠죠. 하지만 시험 시간은 충분히 있으니까요"
"그럼 다른 상황. 세 명의 부하가 사령관에게 전선 견적을 제출했는데, 견적은 제각각 달랐어. 미리카, 레도, 론도 셋이지"
레도는 상상한다. 미리카와 레도의 답은, 보급을 무시한 어림셈이다. 론도의 답도 그렇다면, 적을 대폭으로 과대평가하게 된다. 반대라면 과소평가하게 된다.
"그런 경우에는…… 계산 방법이 통일되지 않았다고, 사령관이 곤란해하겠죠"
"그렇지"
"과연. 즉, 올바른 답은, 상황이나 상정에 따라 변화한다는 말이군요"
제인드가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그걸 염두해두고,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꾸나"
제인드가 일어선다. 카운셀러가 끝났다는 신호였다. 시간을 보니, 딱 끝날 시간이었다.
-7-
다음날 교실.
"저기, 저기 레도"
미리카가 쭈뼛쭈뼛하며 말을 건다.
"아, 미리카. 내가 틀렸었어"
레도가 맑아진 표정으로 대답한다.
"어?"
"올바른 답은, 상황이나 상정에 따라 변해. 시험이라면 채점자의 의도를 생각해야만 하지.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했어"
"아, 으, 응"
미리카는 어딘가 후련하지 않다는듯이 미소를 지었다.
"레도는, 그거면 돼?"
"물론이지"
"그렇구나"
미리카가 미묘한 표정을 짓는다.
"왜 그래?"
"아니,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어제랑은 말이 갑자기 달라졌구나 해서"
"응, 미리카한테 듣고나서 생각해봤거든"
"그, 그렇구나"
미리카에게 진짜 미소가 돌아온다.
"혹시, 어제, 계속 생각했어?"
"그렇지"
"흐응─"
그렇게 말한 미리카는, 눈을 감았다.
"론도에게도 말해줘야지"
그 말을 듣자, 미리카는 한숨을 쉬었다.
"걔는 알면서도 해버리니까 질이 나쁘단 말이야"
"말해보면 이해해주지 않을까?"
"그럼 좋겠지만"
미리카가 다시 한 번 한숨을 쉰다.
"지난번에, 방에서 얘기했을 때는……"
"어? 누구 방?"
"내 방이었는데"
"어?"
미리카가 놀라던 때, 예비종이 울렸다.
-8-
"레도"
방과후가 되자마자 미리카가 레도의 자리를 향해왔다.
"왜?"
"잠깐 시간 좀 내줄래?"
"그래"
"반장끼리의 회의를 하자"
"할 게 있던가?"
"실기 실습이 다가오고 있으니까"
"아, 그렇지"
레도가 기합을 넣는다.
실기 실습은 말 그대로 인간형 병기, 머신 캘리버의 실제 기체를 사용한 연습이다. 시뮬레이터로 하는 훈련이나, 부품 단위로 하는 정비 실습은 많이 해봤다. 하지만 훈련용이라곤 해도 실제 기체를 타는 수업은, 생각만 해도 온몸의 피가 뜨거워진다.
"회의 말인데…… 둘이서만 말하고 싶으니까 교실이 아니라…… 레도의 방, 어때?"
"어, 괜찮아"
레도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승락한다.
"응, 그럼 잘 부탁할게"
뭘 잘 부탁한다는지 모르겠지만, 미리카는 엄청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9-
둘이서 개인실에 거의 다 왔을 때, 레도의 마음 속에 불안감이 생겨났다.
방이 지저분하지는 않을까? 지저분할 일은 없지만, 그렇지. 선반에 잔뜩 쌓인 프라모델이 있다. 그걸 보면 미리카가 뭐라고 생각할까?
론도를 불렀던 때에는 신경쓰지도 않았는데, 어째선지 지금은 그 사실이 엄청나게 신경쓰였다.
"내 방 말인데……"
"왜애?"
"그, 조금 이상할지도 몰라"
"딱히 상관 없는데?"
뭔가 재밌다는 듯한 말투다.
"응"
레도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개인실의 문을 연다.
"실례할게"
"들어와"
미리카가 신기하다는 듯이 방을 둘러보는 모습을, 레도가 가슴을 졸이며 지켜본다.
"이상하다는 게, 저거야?"
미리카가 선반 위에 머신 캘리버 프라모델을 가리킨다. 이전에 론도가 왔을 때와 비교하자면, 신형 기체가 또 하나 늘어나있었다.
"응"
"이상하지 않은걸"
"그래?"
"그럼. 과연 파일럿 지망생이네. 이만큼이나 모아두다니. 만져봐도 돼?"
"그럼. 조금 무겁다?"
미리카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모델 하나를 집어든다.
"잘 만들어졌네. 이렇게 움직여봄으로써 내부 구조나 가동 한계를 이해할 수 있겠구나"
"뭐, 그렇지"
확실히, 그게 본래 목적이다.
"촉각 기억이구나"
"그게 뭐야?"
"공부는 될 수 있으면 오감을 사용하는 편이 기억에 남기 쉬워. 머신 캘리버의 구조도, 모델링 데이터를 보는 것보다 이렇게 손에 들고 스스로 움직여보는 편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지"
"과연"
진정되지 않는 마음을 졸이며, 레도는 미리카가 하는 말을 들었다.
"아, 그보다, 실기 실습 말인데……"
"그랬지 참, 미안해"
미리카는 머신 캘리버를 원래 있던 포즈로 만들고는, 선반 위에 조심스럽게 돌려놓았다.
론도가 왔던 때처럼, 침대에 나란히 앉는다. 바로 옆에 미리카의 체온을 느끼자, 어째선지 묘한 기분이 들었다.
격투기를 하던 때가 더 가까웠다곤 하지만, 그때와는 다른, 낯뜨거운 느낌이다.
"──당일 시간 분배 말인데"
미리카가 진지한 표정으로 실습을 할 때 반장이 할 일에 대해 설명한다. 이런 때에 자기만 가까이 앉았다는 사실을 의식하다니 불성실하기 짝이없다.
레도는 심호흡을 하고, 일에 집중했다.
다음주 있을 실기 실습은, 반장이 선도한다. 교사는 지켜볼 뿐이니, 두 사람의 책임이 막중하다.
레도와 미리카는 둘이서 하나씩 예정을 채우며, 프로그램을 확인했다.
"하─ 끝났다, 끝났어"
미리카가 등을 뻗으며 스트레칭을 한다.
"시간이 꽤 걸렸네"
"혼자였으면 더 걸렸을 거야. 고마워, 레도"
"미리카야말로 고생했어"
별일 아니라며 미리카가 고개를 가로젓는다.
"레도 있지"
"왜?"
의식해서 그런지, 미리카의 얼굴이 더 가까워졌다고 생각한 레도는, 몸을 살짝 뒤로 뺐다.
"어째서, 머신 캘리버 파일럿이 되겠다고 생각했어?"
"가, 강해보이니까"
말해놓고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다. 미리카에게서 고개를 돌린다. 진심이긴 하지만, 너무 애같은 대답이었다.
"그렇구나. 강하다는 건 좋지"
미리카의 목소리는 상냥했다.
"어?"
"강한 사람이 있으면 잔뜩 지킬 수 있는걸"
"그렇지"
레도가 고개를 세차게 끄덕인다.
"파일럿이 되고, 머신 캘리버에 타서, 모두를 지키고 싶어"
"될 수 있어"
미리카가 레도의 손을 잡는다.
상냥하게 감싸여지는 듯한 목소리에, 레도는 겨우 용기를 내서 미리카를 바라본다.
얼굴이 가깝다. 호흡이 느껴질 정도다.
콧김이 닿지 않도록, 레도는 숨을 멈춘다. 멈추면서 생각한다.
뭔가 바라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게 뭔지 잘 모르겠다.
"미, 미리카는…… 장래희망, 뭐야?"
"아, 응"
미리카가, 아주 약간 뒤로 물러났다. 정말 약간이었지만, 특별한 순간이 지나가버린 듯한 느낌을 받았다.
잘 빠져나간 건지, 아니면 중요한 무언가를 잃어버린 건지. 둘 다 해당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아이를 잔뜩 만들고 싶어"
"그, 그렇구나"
인류 은하 동맹에 있어서 자손을 만드는 행위는, 엄밀한 계획에 의해 이행된다. 각 사람은 유전자 및 업적의 해석에 따라 최적화된 자손을 남길 수 있도록 배우자를 지정받고, 계획된 인수를 생산한다. 예외적으로 높은 업적을 쌓은 자는, 자유생식권이 부여되며, 동의 하에 임의의 배우자를 얻을 권리가 생긴다.
많은 자손을 남긴다는 말은, 그만큼 우수한 유전자 및 업적을 남겼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렇기에 명예로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레도는 그런 사실을 지식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지금껏 흥미를 가져본 적은 없었다.
"아니야, 그런 게 아니라"
미리카의 말이 갑자기 빨라졌다.
"히디어즈와의 전쟁이 우리들 세대에서 끝난다는 보장은 없잖아?"
"확실히 그렇지"
"그렇다면 다음 세대, 다음다음 세대로 이어나가야만 하지"
"그렇지, 응"
겨우 미리카가 하고 싶은 말을 이해한 레도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니 아이들을 있지, 잔뜩 키워서 어른이 되도록 도와주고 싶어"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 그럼 아동교육? 선생님이 되고 싶어?"
"나는…… 뭐든 좋아"
"그래?"
레도는 놀란다.
"아이가 성장하는 데에 뭐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으음…… 여러가지?"
무심코 적당히 대답해버렸는데, 미리카는 만족했다는 듯이 끄덕인다.
"레도처럼, 히디어즈와 싸워서 지키는 사람도 필요하고, 선생님도 필요하고, 기술 개발도, 식량과 에너지의 생산도, 모두가 제대로 일을 해야만 하지"
"응"
"그러니까, 나는 내가 가장,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좋아"
"미리카는 굉장하구나"
"음, 굉장한가?"
"응. 나보다 제대로 생각하고 있어. 론도같아"
"론도, 같다고……?"
미리카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는 사실을, 레도는 눈치채지 못했다.
"응. 내가 머신 캘리버로 모두를 지키고 싶으니까, 방어 임무가 좋다고 말했거든. 그랬더니……"
"그랬더니?"
"공격 임무도, 개척 임무도, 모두 누군가를 지키는 일로 이어진다고 했어. 머신 캘리버의 파일럿 뿐만 아니라, 다른 일도 모두 그렇다더라고. 방금 미리카가 한 말이랑 똑같다고 생각해"
"그럴, 까"
미리카가 미소를 만든다.
"론도랑은, 그 밖에 또 무슨 말을 했어?"
"그 밖에?"
레도는 생각한다. 조각에 대한 말을 하면 미리카가 화낼 것 같다.
"으음…… 론도의 얼굴, 어딘가에서 본 기억이 있는데, 떠올리지 못했거든"
"어딘가에서라니……"
"교재 자료같은 곳에서 봤다고 생각했는데, 론도도 모른대. 미리카는 뭔가 알겠어?"
"안다고 할까, 너희들 몰랐어?"
미리카가, 어딘가 질렸다는 목소리를 낸다.
"그렇게 유명한 사람이야?"
"유명, 하진 않은데……"
"그럼 모르겠어"
"절대로 알 거야"
"무슨 뜻이야?"
미리카가 한숨을 한 번 내쉰다.
"다음번에 세수할 때 잘 봐봐. 둘이 완전 똑닮았으니까"
"어어……"
그 말을 듣자, 레도는 이해했다. 확실히 론도의 얼굴은 자신과 닮아있다는 느낌이 든다. 확실히 떠올리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돌이나 라이디, 스톡보다는 닮았다.
"눈매가 완전 똑같아. 눈치채지 못했어?"
"으음, 다음번에 론도랑 만나면 확실해볼게"
"딱히 확인해보지 않아도 괜찮지만……"
미리카가 고개를 돌려 다시 레도와 마주본다.
"저기, 레도. 얼굴이 닮은 건 좋지만, 너무 론도처럼 되지는 말아줘"
"그녀석도 그렇게 나쁜 녀석은 아닌걸?"
"그게 아니라"
미리카가 조용하게 말한다.
"방금 전에, 레도가 날 보고 론도같다고 말했지?"
"응"
"하지만, 아니야. 나는 있지. 모두를 위해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해. 하지만 론도는 달라"
"론도는……"
"론도는 자기가 맞다고 생각하면 다른 모두는 어떻게 되도 상관 없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그건…… 조금 심한 말이라고 생각해"
레도는 괴로운 기분으로 말한다. 미리카의 말도 어느정도는 맞는 말이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렇다고 론도가 스스로를 위해 주위를 희생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겠다.
"응. 조금 말이 지나쳤을지도 몰라. 하지만, 알잖아?"
"뭐 그렇지"
레도도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레도는, 그런 식으로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
"알았어"
떨쳐내듯이 레도가 말한다.
"고마워"
미리카가 다시 손을 잡는다. 얼굴이 가까워지자, 레도의 온몸이 굳어버린다.
뭔가 하는 게 좋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미리카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늘은, 고마웠어. 마지막에 이상한 말을 해서 미안해"
빠르게 말하는 미리카의 얼굴은, 약간 상기되어 있었다.
"아니, 괜찮아"
"그럼, 내일 보자"
"응, 내일 봐"
미리카의 등이 사라지기를 기다리고, 레도는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부드럽고 따듯한 감촉. 그게 마음속에서 떨어지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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