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방패'가 예상 외의 변화를 일으켰다"
"'정열' 및 '이단'으로부터 영향을 받을 거라고 예상은 됐지"
"하지만 영향을 받은 정도가 예상을 넘어섰어"
"'방패'의 변화란 뭐지?"
"가벼운 감정 상실. 목적 의식의 동결"
"'방패'의 전의는 떨어졌나?"
"아니. 전의에는 문제가 없다"
"'방패'는 죽음을 두려워하는가?"
"아니. 죽음은 두려워하지 않는다"
"'방패'는 명령에 복종하는가?"
"그래. 복종하겠지"
"변화에 의한 장해는?"
"불명"
"그렇다면 문제 없지"
"문제 없지"
-2-
졸업식이 시작된다. 그렇다곤 해도, 웅장한 식이 거행되지는 않는다. 지정된 방으로 갈 뿐이다.
방에 들어가자, 여섯 대의 시뮬레이터 시트가 늘어서있다. 아마도 여기 앉으면, 유년학교에 왔던 때와 같이, 시트가 이동하고, 레도가 바라는 부서, 머신 캘리버 파일럿으로서의 부서로 옮겨다 주겠지.
"안녕. 문제 없이 파일럿이 되었니?"
미리카가 쾌활하게 말을 건다.
"됐어. 미리카는 뭘 골랐어?"
"나? 나는 카운셀러"
그 말에 레도는 제인드의 죽음을 떠올렸지만, 레도의 마음은 이상하게도 아프지 않았다. 죽음에 대한 슬픔이 마비된 것처럼 멀리 느껴졌다.
"미리카라면, 좋은 카운셀러가 될 수 있을 거야"
"그럴 생각이야. 레도같은 무모한 짓을 하는 아이가 늘어나지 않도록 해야지"
"미안"
"괜찮아"
작게 미소짓는다. 멀어졌던 거리가, 꽤나 돌아온 듯이 느껴진다. 하지만, 전과 같이 되지는 않았다.
큰 웃음소리가 들려서 돌아본다. 스톡 일행이다.
"인사하러 갔다 올게"
"놔둬도 상관 없을 텐데"
"일단, 반장이었으니까"
"그럼 나도 갈게"
레도가 끄덕이고, 미리카와 함께 걸어간다.
"안녕"
스톡과 돌, 라이디가 레도와 미리카를 수상쩍게 바라본다.
"뭐야?"
돌이 일어서서 레도를 노려본다. 양 팔이 모두 멀쩡한 모습을 확인하고, 레도는 안심한다. 시험이 끝났으니까 당연한 말이지만, 그래도, 졸업 전에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다들 뭐가 될지 궁금해서. 나는 파일럿"
"나는 카운셀러"
"자랑하러 왔냐"
돌이 내뱉듯이 말한다.
"인류 은하 동맹을 운영하려면, 온갖 무수한 직업이 모두 중요해"
막힘없이 술술 말하는 자신의 마음이, 어딘가 차갑다고 레도는 느낀다.
"너의, 그런 점이 열받는다니까"
돌이 레도의 배를 가볍게 때린다.
그러고보니, 처음 만났을 때도 이렇게 맞았던 기억이 난다.
"나는 도크 워커야. 내가 없으면 늬들 다 굶어 죽을걸"
도크 워커는 무중력 구역에서 물자를 운반하는 일이다. 육체 노동이 심해서 인기는 별로 없다.
"나는 조리부야. 다들 곧 내가 지은 밥을 먹을 수 있겠지"
라이디가 조금 기쁜듯이 말한다.
"나는 인재 관리부야"
득의양양한 모습의 스톡.
"헤에"
레도가 무심코 소리를 낸다. 이 클래스 안에서는 틀림없이 출세한 사람일 것이다. 온갖 부서의 임명권을 지닌 인재 관리부는, 구 시대에서 말하는 정치가와 가깝다.
"네 실수만은 엄격하게 조정해주지"
독설도 이게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약간 마음이 누그러진다.
"기대하고 있을게"
"그래서, 론도는 어떻게 됐어?"
라이디가 소박하게 묻는다.
"몰라. 시험 망쳐서 제거된 거 아냐?"
스톡이 천박하게 웃자, 레도는 역시 이 녀석을 좋아하게 될 수는 없겠다고 생각을 고친다.
"안타깝네. 그렇게 되지는 않았어"
"론도!"
문을 열고 론도가 들어온다.
"늦었잖아"
"잠깐 잊은 물건이 있어서"
"다행이다"
졸업하고 헤어지기 전에, 여러가지 하고 싶은 말이, 해야만 하는 말이 있었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이렇게 론도를 앞에 두니, 말이 잘 나오지 않는다.
"레도는, 파일럿이 되었어?"
"물론이지. 론도는?"
"음─. 나는 비밀이라고 해둘까"
론도가 웃는다.
"에─ 뭐야, 그게"
"곧, 다시 만날 수 있으니까, 그 때 말할게"
론도는 그렇게 말하고 미소짓는다. 투명한 미소였다.
압착공기가 튕기는 음이, 회화를 중단시킨다. 시뮬레이터 시트의 뚜껑이 차례차례 열린다. 졸업식이 시작된 것이다.
커뮤니케이터에 메세지가 도착한다. 이제부터 전원 시트에 착석하고, 순서대로 이 방에서 나가게 된다. 레도의 순서는, 론도 다음이다. 클래스에서 마지막, 이었다.
제일 먼저 나간 사람은 라이디다. 시트에 착석하기 직전, 불안한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는 모습이 보인다. 돌과 스톡이 그 뒤를 이어 사라진다.
"그럼 갈게, 레도"
미리카가 자리에 앉는다.
"응, 어딘가에서 다시 만나자"
레도가 손을 흔들며 배웅한다. 뚜껑이 닫히기 직전, 미리카가 고개를 푹 숙인 것처럼 보였지만, 착각이었을지도 모른다.
둘 사이에 무언가가 있었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그 무언가는 이제 없다. 그것은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론도의 차례가 찾아왔다.
"론도…… 나……"
레도의 말문이 막힌다.
"재밌었어, 너랑 있어서"
"나도야. 휘파람이라던가…… 아직 불지 못하지만……"
"그러네. 레도의 음악, 언젠가 듣고 싶어"
투명한 미소로, 론도가 돌을 집어든다. 아니, 분명, 히디어즈의 손톱이었다고 했던가. 론도의 비밀이 들어있는 손톱.
"이거, 줄게"
"괜찮겠어?"
"응. 아직 완성하지 못했지만"
"그렇구나"
"그러니까……"
제한시간을 초과했는지, 시뮬레이터 시트의 셔터가 자동으로 닫힌다.
론도의 입모양이 레도의 눈에 박힌다.
잊.어.버.리.지.마.
그 입모양은, 그렇게 말한 게 아닐까? 모르겠다. 이젠 모르겠다. 되물어볼 수도 없다.
홀로 남겨진 레도는, 마지막 시뮬레이터 시트에 착석한다.
그리고 꿈을 꾼다. 강철 거인의 꿈을.
-3-
레도는 꿈을 꾼다.
머신 캘리버 파일럿에 취임하고, 그 꿈은 그다지 꾸지 않게 되었다. 대신 꿈을 꾼다.
미리카와 론도와 함께 즐겁게 이야기하는 꿈을. 그 꿈에서는 미리카도 론도도 서로 사이가 좋아서 다툼따위는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 장소는 교실일 때도 있고, 유년학교의 개인실일 때도 있다.
레도는 론도에게, 그 하얀 돌, 히디어즈의 손톱에 대한 비밀을 묻는다. 그리고 론도가 가르쳐준 답에, 그렇구나 하며 놀란다.
하지만, 그건 꿈이다.
미리카와는, 이따금씩 스쳐지나갈 때가 있었다. 확인해보지는 못했지만, 통로에서 스쳐지나가며 본 사람, 아마도 그건 미리카였을 거라고 생각한다. 어른이 된 미리카. 아이들 앞에서 상냥하게 미소를 띄우고 있다. 그 모습은 어딘가 제인드와 닮아있었다.
론도와 재회하는 일은 없었다. 몇번인가 연락처를 조사해봤지만, 발견하지 못했다.
마음속으로는, 알고 있었다. 쾌활한 론도의 태도나 너무나도 투명한 미소의 의미를. 헤어지던 때 했던 말의 의미를. 그저, 그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레도는 알 수 없었다. 론도는, 어째서 무리해가며 노인을 구하려고 했는지. 조금이라도 성적을 올려서 살아남으려 했던 것일까?
그 사실은 레도의 안에 풀 수 없는 수수께끼가 되고, 응어리가 되어 가슴속 깊은 곳에 가라앉았다. 천천히 흘러가는 나날 속에, 레도가 론도를 떠올리는 일은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그 응어리만은 가슴 속에 남아있었다.
론도의 기억으로부터 눈을 돌리는 행동이, 레도의 안에, 론도가 있을 곳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으리라.
론도만이 아니다.
그 짧고 가혹했던 시험 속에서, 레도의 마음은 무수한 모순을 만나고, 많은 피가 흘렀다. 그 피를 치료하지 못한 채, 레도는, 그저 그것을 잊고, 동결시켰다.
자신 안의 모순으로부터 눈을 돌리면, 세상은 단순해진다. 인류 은하 동맹의 대의와, 히디어즈라는 절대악. 그 세상은 레도에게 있어서, 기분 좋았다.
그렇게 레도는, 여기까지 왔다.
눈 앞에는 머신 캘리버의 신예 기체가 있다. 레도 전용의 기체다.
지금부터 레도는, 이 기체를 타고, 히디어즈를 죽이고, 히디어즈에게 죽고, 동포를 구하고, 동포를 버리고, 그 끝에…… 아니,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 레도는 모른다. 알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파일럿 지원 계발 인터페이스 시스템, 체임버. 레도 소위의 탑승을 환영한다"
시뮬레이터 시트에서 내려오자, 기계적인 음성이 레도의 귓가를 울린다. 전용기인 이상, 각자의 성격 분석을 반영한 전용 학습형 인터페이스가 탑재되어있다.
그 AI 카운셀러의 상위호환인 셈이다. 레도는 마음속으로, 작은 분노가 생긴다. 론도를 버리라고 말했던 AI를 향한 분노가, 무의식 중에 피어난다.
"계발이라니?"
"귀관의 사기 및 전의를 계발해 전과를 늘리는 것이, 본 인터페이스의 기능이다"
사기, 전의. 이론은 알지만, 어딘가 먼 말처럼 들린다.
"멘탈의 관리인가. 문제 없어. 어시스트는 필요 없어"
"자가진단하는 주체에 장해가 있을 때, 자가진단의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알려져있다"
"그럼 멋대로 해"
"동의. 자주성을 발휘해 계발을 속행한다"
각종 수치를 체크하는 레도.
"의의 제출. 콕피트 내에 이물 발견"
"이거 말인가?"
레도는 친구의 유품을 꺼내든다. 아직 의미를 알 수 없는, 비밀스러운 조각.
"신경쓰지 마"
그 말만 하고 레도는 시트를 눕힌다.
"이의. 전투 가속 상황에 있어서 무고정 사물의 위험도를 참조……"
"닥쳐"
"이의. 본 인터페이스의 기능은……"
"알았으니 닥쳐"
"──"
음성이 끊긴 대신, 스크린에 체임버가 제시하는 장문의 이의가 표시된다.
이녀석과는, 그리 잘 해먹지 못하겠는걸, 이라고 레도는 생각했다.
-4-
머신 캘리버 파일럿의 임무는 심히 가혹하다. 특히 방어 임무를 맡은 파일럿은 완전 소모품이며, 평균 수명은 2년 미만이다. 그것은 마더 컴퓨터에 의해 통계적으로 계산된 레도의 수명이기도 했다.
그 운명을 비틀어버린 친구의 노력을, 레도는 평생 알지 못했다.
마음을 얼어붙게 만들어 병사로서 완성된 레도.
그 얼어붙은 마음이 녹아버리게 되는 만남이, 우주의 저편, 취색 별 위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상처받은 소년은 아직 알지 못한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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