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하게 그 사람만이 특별하게 보였다.
비를 맞는 창을 배경으로, 단정하고 윤곽이 뚜렷한 옆모습과 옅은 녹색 눈동자로 점내를 바라보고는 술을 입에 머금는다.
은빛 머리칼과 정돈되지 않은 수염. 아무것도 먹지 않고, 누구와도 말하지 않는다. 눈이 매처럼 날카로워서, 다른 여자애들은 그를 보고 '무섭다'고 말한다.
나에게는──'쓸쓸하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있지, 씨름부"
"네?"
"오늘 밤은 어떡할래? 위로 갈까?"
"어, 아뇨, 오늘은……"
씨름부는 그 이후로 매일 밤마다 오게 되었지만, 세 번에 한 번 밖에 사주지 않는다.
섹스도 슬슬 익숙해졌는데도, 내 불평이나 깡통차기 이야기를 기쁜 듯이 듣고, 땀을 흘리고, 그것만으로 만족해주는 별난 손님이다.
그럼 또 수다 떨자, 라고 했더니 씨름부가 얼굴을 붉히고는 '네'라며 웃는다.
출구까지 배웅해주고나서, 나는 그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갔다.
"이야기 상대는 어떠신가요~? 30분에 25루버인데요~"
"됐다"
아니, 아무리 봐도 그렇지 않아서 말을 걸어본 건데.
오늘 밤도 영 반응이 좋지 못한 은발 아저씨에게, 나는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그러고보니, 최근에 손님을 투기장 근처에서 봤는데요. 그 근처에 사시나요~?"
"…………"
"저는 깡통차기 링을 했는데요, 마침 그날 깡통차기와 운명의 만남을 가졌거든요. 저 깡통차기 링 업계에서는 꽤나 유명한 선수였는데요, 본 적 없으신가요?"
"…………"
"실례했습니다~"
칫. 나는 쳐다보지도 않네.
뭐지, 혼자 마시는 게 즐거운 걸까? 그렇다면 어째서 이 가게를 오는 걸까?
조금은 이야기해줬으면 하는데……라면서 시무룩해진 순간.
"잠깐"
은발 아저씨가, 처음으로 날 불러세웠다.
"깡통차기링이란 뭐지?"
굉장히 구수한 목소리와, "기링"이라는 귀여운 울림의 갭이 굉장히 내 자궁을 찌른다.
게다가 테이블 위에 놓인 25루버를 보고, 날아올라갈 것 같은 기분이 되버렸다.
"저는 하루예요! 잘 부탁드릴게요!"
"그런가. 그래서, 깡통차기링은 뭐지?"
헤─, 나에 대한 흥미는 깡통차기 이하구나─라는 느낌이지만, 아무튼 처음으로 테이블에 앉혀준 것에 감동하며 깡통차기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그래서, 아군 셋이 잡히더라도, 누군가 깡통을 찰 수만 있으면 득점할 수 있어요. 단 아군이 한 명 잡히는 시점에서 1포인트씩 실점되죠. 어느 정도 손해를 각오하고 작전을 짤 수 있는가, 그리고 디펜스하는 측은 그 작전을 어디까지 읽어내 적을 찾아내는가를 겨루는 맛이 있다고나 할까요"
"전략이라. 아이들이 놀면서 전쟁하는 방법을 익힌다. 인간다운 발상이군"
은발 아저씨는 내 이야기를 재밌다고 생각하는지 재미없다고 생각하는지, 잘 파악할 수 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매같은 눈이, 매처럼 내 얼굴을 노려본다. 콱 사로잡아줬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해버렸다.
"깡통차기란 의외로 국민적인 놀이라고나 할까 스포츠라서, 어린 시절에는 다들 하는 것 같지만요. 본 적 없나요?"
"그 놀이는, 비가 내려도 할 수 있나?"
"아뇨, 비가 내리면 중지돼요"
"그럼 본 적 없군"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고는 창밖을 바라본다.
엄청 비같은 아저씨다. 땅에게 있어서는 신이겠다.
"아저씨는 어린 시절에 그렇게 놀지 않았나요?"
"내가 태어났 곳에는 애초에 놀이같은 게 없었으니까"
뭘까. 이곳이 아닌 마을에서 왔다는 뜻이겠지만, 나는 그때 어째선가 친근감 비스무리한 것을 느꼈다.
이 아저씨도 어쩌면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이라거나. 뭐 그런?
"제가 태어난 곳은 놀이밖에 없었지만요~"
도쿄와 친구와 핸드폰. 지금도 분명히 떠올릴 수 있는 그리운 환경.
아저씨는 나를 지긋이 바라보고는, 처음으로 살짝 웃었다.
심장을 움켜잡히는 기분. 하지만 아저씨는, 나를 보고 있지만 내가 아닌 사람을 보고 있었다.
"내 자식도 놀기 좋아했지. 부모 몰래 마을에 나가, 자주 인간 아이와 놀았던 모양이더군. 그 시절에 깡통차기라는 게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저씨가 처음으로 자기 이야기를 해주었다. 애가 딸렸다는 사실이 좀 충격이었지만, 뭐, 이 나이에 이 정도 미남이면서 독신일 리가 없겠지. 오히려 있을 법하다.
두근거리며 다음 말을 기다린다. 하지만 아저씨는 그 이상 말하지 않으려는 듯이 술로 입술을 축일 뿐이었다.
"결혼하셨군요─. 아이는 한 명인가요?"
내가 좀 더 찔러본다.
아저씨는 너무 떠들었다고 생각했는지 조용히 침묵한다. 벽이 굉장히 두꺼운 사람이구나. 비를 너무 많이 맞아서 그런가?
어째 좀 서글퍼진다. 어째서 그렇게나 사람을 거부할까? 내게 그 이유를 알 수 있는 날이 올까? 아니면 창녀 따위에게는 마음을 열어주지 않겠다는 걸까?
은빛 머리칼을 쓸어올리는 긴 손가락이 너무 섹시해서, 그 손에 안겼을 얼굴도 모르는 여자에게 질투심이 샘솟는다.
"이 마을에는, 일 때문에 오셨나요?"
일에 관한 일이라면 조금은 말해줄지도 모른다. 남자들이란 의외로 그런 이야기를 좋아하니까.
"그렇지. 일. 내가 하던 것은 일이었을지도"
내가 화제를 바꾸자, 조금은 책임감을 느꼈는지 아저씨가 생각에 잠기듯 반복해서 말한 뒤.
"이따금씩 이곳에, 인간을 보러 온다"
라고, 무표정을 유지하며 말한다.
인간 관찰? 그거 제일 재미없는 녀석이잖아. 사람을 슬쩍슬쩍 쳐다ㅏ보면서 재밌네 어쩌네 하는 녀석들은 다 시시껄렁한 인간들이었다.
"재밌겠네요─. 저도 인간 관찰 좋아해요─"
하지만 취미야 남자에 따라 바뀌는 법이니까.
내가 다가가자, 어째서인지 아저씨는 약간 표정을 찡그렸다.
"시시한 취미로군"
그건 좀 아니지☆
"인간은 시시하다. 생명이 떼지어 몰려다니는 것 외엔 볼거리가 없지. 하지만──"
거기서 말을 끊더니, 가게 안을 곁눈질한다.
바보처럼 왁자지껄 법석을 피우는 남자들과, 애교부리는 여자들.
평소의 내 직장 풍경이다. 손님들이 즐거워하도록 만드는 것이 우리 일이고, 많은 미소와 불평과 자기자랑과 섹스가 눈앞에서 돈으로 변해간다.
아저씨에게는, 이게 시시하게 보이는 걸까?
나도 여기 올 때까지는 계속 즐기기만 하는 사람이었으니 깨닫지 못했지만, 분명 어떤 세계의 어떤 놀이도, 뒤에서는 돈과 노고가 잔뜩이겠지.
하지만, 그런 것에 신경을 쓰다보면 그야말로 노고의 보답도 받지 못한다. 돈을 벌어서 바르게 사용하며 노는 사람이 정의인 것이다. 그리고 이곳은 즐기고 싶은 사람이 모이는 곳이다. 아저씨도 즐기라구!
그 옆모습은, 변함없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도 어째서 이렇게 멋있는 걸까 라며, 오히려 고양이귀를 끼고 하고 싶다고 생각해버렸다.
"──슬슬 시간이군"
"네?"
"30분이잖아?"
확실히, 정확히 30분이다. 체내 시계 굉장하잖아.
"……85루버면 2층의 제 방에 초대할 수 있는데요……"
슬쩍 올려다보며 말한다.
절대 안 되겠지─라고 생각하며 말했는데, 역시 안 됐다.
아저씨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출구로 향했다. 나는 그 등을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배웅해줬다.
다음은, 언제 비가 내릴까?
***
오늘은 주점이 꽤나 떠들썩하네─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군인 아저씨들이 단체로 몰려왔다.
시크라소 씨가 그 테이블에서 상대를 하고 있었다. 저 중에 한 명이 남자친구겠지.
"이 사람, 비스크 씨라고 해"
맥주잔을 나르던 나에게, 시크라소 씨가 쑥쓰러워하며 소개해줬다.
물빛의 굵은 앞머리를 가볍게 옆으로 흘려겨 눈을 살짝 가린 사람. 전부터 가게에 오던 사람이라 본 적은 있었지만, 제대로 소개받은 건 처음이다.
뭐, 확실히 평범해보이는 얼굴이다. 하지만, 미소는 의외로 좋은 느낌이다.
"시크라소 언니가 신세지고 있어요~"
"오, 귀여운 애 왔잖아"
군인 아저씨 귀한 단골이라 가게에서도 대접이 융숭하다. 한 번에 잔뜩 와서 먹고 마시는 데다가, 젊어서 아가씨도 금방 사준다. 평소 쌓여있는 만큼 변태긴 하지만, 기운이 넘쳐서 마시는 상대만 해도 꽤나 즐겁다.
게다가 그들이 있으면 평소 비매너 손님도 얌전해진다. 치바도 리얼충 분위기를 견뎌내지 못하며 금방 돌아간다. 좋은 일 뿐이다.
나도 가끔씩 군인 아저씨들에게 팔린다. 가게 밖 데이트도 한 적 있다.
수도에서 파견나온 사람이나, 시골에서 지원해 입대한 사람들은, 고향에 여자친구나 아내가 남겨져있어서, 가끔씩은 데이트 기분을 맛보고 싶어지는 모양이다.
개중에는 군인 숙소로 불려가 떡치는 아가씨도 있는 듯 하지만, 나는 그런 관계는 거절하고 있다. 초대받은 적 없는 게 아니라구.
그들의 가벼운 대학생틱한 모습은 싫지 않지만, 멋있다고 생각되는 사람이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일이 아닌 섹스는 간단히 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든 생각이지만.
"자, 맥주 마실 사람!"
"아, 나"
술을 따르거나 대화 상대를 해주거나, 함께 마시고 부산스럽게 자리를 옮기느라 군인 아저씨 테이블은 바쁘기도 하다.
비스크 씨가 십대장? 인가 뭔가를 맡은 부대원들로, 한 마디로 말해 여깄는 사람들 모두 그의 부하라는 모양이다. 다들 상냥하고 재밌고, 좋은 느낌이다.
"하루쨩은 이 일 오래했어?"
시크라소 씨가 다른 군인을 상대하는 사이에, 비스크 씨가 말을 걸어왔다.
"아직 일 년도 안 됐어요~"
"헤에, 꽤 익숙한데. 인기 많지?"
"아뇨아뇨─, 시크라소 씨의 발치에도 못 미치죠"
"발도 이쁘고, 귀엽네"
비스크 씨가, 내 허벅지를 만졌다.
시크라소 씨는 눈치채지 못했다.
"에─, 그렇지 않아요~. 아, 잔 빈 사람 있어요─?"
자연스럽게 자리를 일어나 이동한다. 아─, 놀라라. 의외로 그런 짓을 하는 사람이구나.
눈치채지 못했겠지─, 시크라소 씨.
"이번에 오는 백대장이 꽤나 위험한 사람이라는 이야기가 있잖슴까"
"아─, 중앙에서 거하게 저질렀다고 하대? 그래도 무슨 대신의 친척이라며?"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때려서 병원으로 보낸 녀석도 있대. 게다가 어디 시골 귀족의 딸을 강간했다는 소문도 있더라고"
"어떻게 된 거 아니냐, 그거"
"이쪽 전선으로 보낸다니, 그쪽에서 보면 그냥 귀찮은 놈들을 짬시키는 거잖아. 우리도 위험하지 않나?"
"비스크 대장은 그런 놈 뜻대로 되지 않을 거라고. 그치, 대장?"
비스크 씨, 순간 표정이 굳는다 싶더니 싱긋 웃으며.
"뭐, 너희들은 내가 지켜줄 테니 걱정하지 마라"
"멋지잖아─"
"지켜지고 싶어─"
운동 계열 서클같은 군인 아저씨들의 세계에도 이런저런 사정이 있나보다. 뭐, 일단 나도 사회인 경험 일년 차지만 여기서 다양한 인생도 봐왔고. 어디든 녹록치 않구나.
"나, 하루쨩 방에 가고 싶은걸"
복실복실한 머리칼의 젊은 군인이 꼬드긴다. 마침 내 수다타임도 끝날 시간이다.
"에─, 좋아. 데려가줄게"
"잠깐 기다려. 나도 하루가 좋아"
그러자 짧은 머리의 군인도 끼어들었다. 이런 때는 많은 돈을 내는 사람이 이기지만, 그들 다 동료기도 해서 '누구 먼저 할래?'라며 모두 받기로 했다.
"내가 먼저 말했잖아"
"그래도 내가 선배잖아?"
"아─, 그랬지~"
단발 아저씨가 먼저 하기로 결정. 가벼워서 좋네, 이 사람들.
방으로 들어갔더니 갑자기 껴안더니 키스를 당했다. 키스는 15루버. 이건 아가씨가 마음대로 가격을 매긴다.
"전에 애는 10루버였는데"
"난 비싸거든, 미안해. 대신 잘한다고들 하더라"
"그래. 뭐 됐어, 자 15루버"
키스를 계속하면서, 침대로 밀려 쓰러진다. 옷 위로 가슴을 주무르면서 조금씩 옷이 벗겨진다. 젊은 섹스라는 느낌이다. 군인 아저씨 상냥한걸.
나도 가슴을 핥아준다. 탄탄하게 부풀어오른 흉근. 어깨도 빵빵하다. 맛있는 몸이다.
"꽤 운동했나봐?"
"맞아. 팔 굽혀 펴기라던가, 개인적으로도 매일 하고 있지"
"인기 많아지려고?"
"당연하지"
자기 몸이 부대 내에서 가장 좋다며 단발이 웃는다. 좀 귀엽다고 생각했다.
"앙, 앗"
근육질 몸이 내 위를 덮치더니, 울끈불끈한 자지를 삽입한다.
나는 그의 목에 팔을 감고, 다리도 허리에 휘감으며 움직임을 맞춘다. 몸에 자신이 있는 남자는, 이렇게 꽉 달라붙어서 응석부리는 걸 좋아한다는 통계가 있다. 출처는 나.
"하아, 하아, 하루, 좋아, 읏"
"나도, 좋앗, 굉장해, 기분좋앗"
팔 굽혀 펴기를 하듯 허리를 움직인다. 이걸 계속한다면 체력이 위험하겠다는 느낌으로, 충분히 나를 즐긴 뒤 단발 아저씨는 사정을 하고 아래로 돌아갔다.
샤워를 마친 나도 주점으로 내려간다.
"하루쨩, 제대로 몸 씻었지? 선배 거가 남겨져있으면 최악이야, 진짜로"
"너, 시끄럽구만"
복실이는 나를 기다린 모양이라, 단발한테 맞으면서도 빠르게 나를 사줬다.
2층으로 데려가서 옷을 벗겨준다. 단발 정도는 아니지만 꽤 단련된 몸이다. 가느다란 마초 느낌.
그들의 뭐가 좋냐면, 몸이 맛있단 말이지─.
"아아…… 쩐다, 엄청 잘하네……"
입으로 해줬더니, 복실이가 황홀해하며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가녀리고 긴 자지는 멋들어지게 휘어있었다.
"있지, 나도 하루쨩한테 하고 싶어. 하는 거 좋아하거든, 괜찮지?"
그래서 제대로 씻었나 물어본 거구나. 난 침대 위에서 다리를 벌렸다. 복실이가 머리를 들이밀고는, '이쁜 색이네'라며 키스한다.
"으응"
위험해라, 진짜 목소리가 나왔잖아. 이런 곳을 핥아지는 건 진짜 오랜만인 데다가, 핥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할까, 부드러운 혀로 끈끈하게 핥아대서 보지가 큥큥한다.
갈라진 틈새가 혀로 넓혀진다. 젖어오는 애액을 혀로 옮겨 클리에 발라지자 또 다시 목소리가 나왔다.
"하아……"
쩐다, 너무 잘하잖아. 혀로 이렇게까지 되버린 건 처음일지도. 복실이는 내 허벅지를 잡더니 츄르릅 소리를 내며 빨아들였다. 저릿저릿해서 허리가 튕긴다.
"……뒤로 해도 돼?"
나는 끄덕이며 침대 위에 네 발 자세를 취하고, 준비 됐다며 다리를 벌렸다.
"엄청 쪼인다"
복실이가 내 안에서 기분 좋다는 듯이 부들댄다.
나야말로 기분 좋게 만들어줘서 기뻤으니까, 이번엔 내 차례. 최근 평판 좋은 엉덩이를 뽐내면서 자지를 문질러준다.
하지만, 그도 맞춰준다. 허리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은걸.
"부대에서, 내가 가장, 승미를 잘 하거든. 여자랑 말은, 타는 법이 비슷해"
진짜냐.
하지만, 진짜 능숙하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 둘, 딱 들어맞는 섹스를 하고 있어.
복실이도 나를 타는 맛이 마음에 든 모양이라, 등을 쓰다듬거나 머리에 키스하는 등, 굉장히 응석부렸다.
"하루쨩, 좋아, 엄청 귀여워"
내 손을 꽉 붙잡으며, 연인같은 섹스를 한다. 나도 맞잡으며 엉덩이를 밀어붙이고 받아준다. 이런 거 좋다. 왠지 오랜만이야.
"하루쨩, 간다앗…!"
뜨거운 것이, 내 안에 끼얹어진다.
나까지 가볍게 가버려서, 살짝 부끄러웠다.
"다음에 또 살게"
"고마워─"
특별 서비스로, 볼에 키스를 해줬다.
샤워를 마치고 주점으로 내려왔더니, 아직도 혈기왕성한 군인 아저씨들이 손짓한다.
오늘 밤은 잔뜩 벌어주겠어~.
***
과음을 한 탓에 약간 머리가 무거운 다음날, 가게를 청소하고 있었더니 울적한 목소리가 들렸다.
"……하루 씨 계신가요?"
으에엑, 키요리잖아.
여전히 전신에 백색의 이상한 옷을 입은 미소녀가, 흐리멍텅한 눈을 하며 가게 앞에 서있었다.
"조금 상당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요……"
"어, 아, 으─음, 그럼, 밖으로 나갈까?"
가게 앞 벤치는 다른 아이들이 점심밥을 먹고 있고, 번화가에서는 떨어지는 편이 좋겠다 싶어서 씨름부네 식당이 있는 근처로 향한다.
어디 가게라도 들어갈까 물어봤더니, 역시나 '여자들끼리만 들어가고 싶지 않다'며 이쪽 세계 수준의 대답을 들었다. 포장마차에서 산 비엔나 비스무리한 고기 요리를 들고 근처 풀밭에 앉았다.
엉덩이에 손수건을 깔고 앉으려는 나에게, 키요리는 '그러면 손수건이 더러워져요'라며 자기 망토에 나도 앉게 해줬다.
여자애답고, 착한 아이라고 생각한다. 분위기는 무겁지만.
자그마한 입으로 비엔나를 냠냠 먹는 모습은, 마치 다람쥐같다. 말 한 마디 안 해도 남자한테 인기를 끌 것 같다. 성격까지 확실하게 뜯어고쳐줄 남자랑 사귄다면, 좀 더 밝고 귀엽게 될 텐데.
그렇게 된 다음에, 친구가 되자.
"그래서, 나한테 상당하고 싶다는 게 뭔데?"
어차피 치바에 관한 일이겠지─라고 생각하며, 나는 마지못해 물어본다.
"굉염의 이노디에이터 진홍의 엔드리스레인 넥스트 이노베이션 씨에 대해서 말인데요"
"그게 누구야"
너무 너저분에서 모처럼 기적의 엑스재팬이 묻혀버렸잖아. 멍청아.
"치바면 돼. 그 녀석 본명, 치바야"
"치바……? 처음 들었어요"
"군마나 이바라키라고 불러봐. 엄청난 기세로 '치바'라고 대답할 테니까 나중에 시험삼아 불러봐"
그나저나 치바의 이름 진짜로 까먹었네, 나. 이쪽 세계에 막 왔을 때에는 기억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새로 기억해야 하는 사람한테 너무 머리를 써서 그런가…… 도쿄의 친구들, 잊은 건 아니지만, 지금 당장 떠올리지 못하는 사람도 늘어나는 듯한 느낌이 드는걸─.
"그러고보니 치바랑 사귀게 됐다며? 이제 전선 저편이라는 곳으로 갈 수 있겠네?"
"아직 전선으로 가본 적은 없지만, 사귀고는 있어요. 그 일로 하루 씨에게 사과 한 마디 정도는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요"
"그건 진짜 관계없다고 전에도 말했잖아"
"그치만, 치바 씨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은걸요"
"걔는 남의 마음 따위 모르는 타입이니까. 나나 키요리쨩의 마음도, 별로 깊게 생각하지 않으면서 자기는 인기가 많다고 생각하는 거야. 자기 기준에서밖에 생각하지 못한다고나 할까"
나도 아마 그런 면이 없지는 않다고 생각하지만.
하지만 핸드폰도 쓰지 못하게 되버리고, 이런 일에 종사하며 처음으로 안 사실인데, 직접 만나는 것 밖에 커뮤니케이션을 취할 수단이 없다는 건, 정말 불편하고 이것저것 생각하게 된다.
제대로 상대방의 얼굴을 보고, 모르겠다면 금방 물어보고, 자기 의견도 똑부러지게 말하고, 틀렸다면 정정하거나 대화의 진행 방향을 바꾸거나, 아무튼 그 장소에서 전부 해결해야 하니까, 굉장히 머리를 써서 말해야만 한다.
일기일회같은 위험한 느낌인데, 나중에 누군가에게 불평하거나 위로받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반성같은 것도 혼자서 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상식도 모르는 나는 이쪽 세계 사람과 맞지 않으니까. 하지만 덕분에 여기서 살아갈 자신도 조금씩 생겼다.
치바는, 치트를 써서 타인과 다른 방식으로 사는 모양이니까, 여전히 도쿄 고등학생인 채로 있는 거겠지만.
"……그건, 어렴풋이 알겠어요. 제가 원하는 바를 전했는데도, 그의 이해와 엇갈리는구나 하는 느낌이 들어요"
라며, 키요리도 말했다. 얘네들 오래 가지 못하겠네, 아마도.
"그보다말야, 숲에 들어가 모험을 하고 싶어서 치바한테 말을 건 거잖아. 그런데 어째서 데려가주지 않는데? 일단 그 부분을 먼저 말해야되는 거 아냐?"
"그건…… 부탁해보긴 했지만, 자기는 노 대미지 사냥밖에 하지 않으니까, 라고. 회복을 할 일이 없어서, 저는 지금도 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어요"
치바가 할 법한 말이네.
치트네 경험치 16배네 하면서 잔챙이들 상대로도 레벨을 올릴 수 있다.
그렇다면 굳이 위험한 곳으로 갈 필요도 없다. 아픈 경험은 하기 싫으니까. 오히려 다른 사람들에게 치트를 들키고 싶지 않으니, 편하게 경험치를 버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은 거겠지. 그런 주제에 최강이 되겠다니, 말은 잘 해요.
"그럼, 치바랑 사귀는 의미 없잖아?"
키요리는, 좀 더 자기 힘을 시험해보고 싶어서 치바에게 말을 걸었다고 했었다.
애초에 팬이었다고는 해도, 당연히 불만이 쌓이리라.
"솔직히 말하자면, 실망한 점도 있어요. 하지만 저도 그다지 남자에 대해서 잘 모르고, 그의 강함에 이끌린 것도 사실이니까요. 가능하면 이 인연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싶어요"
"흐─응. 뭐, 첫 상대라며? 그야 소중히 생각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까지 얽매일 필요는 없다구"
"하, 하루 씨는 굉장히 기탄없이 말하시네요. 처, 처음…… 확실히 저는, 남자랑 사귀어본 게 처음이지만, 어떻게 아셨……?"
"당연히 치바가 지 입으로 떠들었지. 걔 말야, 그런 이야기를 거리낌없이 다른 여자한테 말해버리는 놈이라고. 조심하는 편이 좋아"
키요리, 불쌍할 만큼 새빨개졌다.
나도 좀 심했나, 반성하자.
하지만 치바가 어떤 놈인지, 이 아이는 아직도 착각에 빠져 사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쓸데없는 말까지 하고 싶어졌다.
"까놓고 말해서, 섹스할 때에도 이것저것 요구사항 많지 않아? 그것 때문에 나한테 온 거 아냐?"
정곡이었는지, 비엔다를 쥔 채로 고개를 푹 숙인다.
어째, 안타까운걸─. 교회나 시스터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 건 멀리하면서 살 것 같고.
"치바 씨는, 제가 부족해 불만인 모양이라, 그, 항상 하루 씨는 이렇게 해준다고 말하거든요"
최악이구만, 그 새끼.
여심이 그 한 마디로 얼마나 무너지는지 생각하기는 하는지. 자각이 없다고는 해도 너무하잖아.
뭐, 그 점에 대해서는 원래 세계 동지인 내가 따끔하게 설교하기로 하고.
키요리도 자신감이 너무 없어서 문제다.
자기가 귀엽다는 사실을 알고서 치바에게 말을 걸었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진짜 용기를 내 행동했나보구나. 좁은 세상에서 살아왔으니까.
첫 남자는 운이 나빴다 생각하고, 지금부터 남자 보는 눈과 프라이드를 높여가야하지 않을까? 응. 이것 만큼은 본인의 마음과 경험이 중요하다.
"하루 씨에게는 폐를 끼치겠지만, 저도 치바 씨를 향한 마음이 전과 달라지지는 않았어요. 부족한 부분은 가능한 노력하고 싶어요. 답례는 반드시 할게요. 부디 가, 가르침을 내려주실 수 없을까요?"
"답례는 신경쓰지 마. 인터넷도 없으니 이런 때에는 불편하지"
"인터넷……?"
"아무것도 아니야─. 알겠어? 그럼 시작할 테니까, 잘 보고 따라해봐"
이런 일도 있으리라 생각해서, 비엔나를 산 거라구.
***
씨름부랑 오랜만에 섹스하고 아래로 내려갔더니, 주점이 떠들썩하다.
또 군인 아저씨들이 왔나 싶었는데, 비스크 씨 일행과 함께 모르는 아저씨도 와있었다.
"하루쨩, 여기야─"
25루버를 보이더니, 요전번의 그 복실이가 날 부른다.
네네─라고 대답하며 술을 들고 테이블로 갔더니, 그 아저씨가 깐깐한 눈빛으로 나를 노려본다.
"여긴 촌구석에서 올라온 여자밖에 없나. 너희들, 이런 곳에서 마시는 게 재밌냐?"
다른 군인들은, 긍정하는 웃음기를 띄우고 있다.
굉장히 군인같다는 느낌의 수염과, 가슴팍에 달린 이상한 훈장같은 거.
아─, 이 사람이 전에 말했던 수도에서 온 백대장? 인가 뭔가하는 사람?
촌구석 여자같아서 미안하게 됐네요. 이쪽 세계 유행에 대해서는 모르는걸. 그보다, 어차피 너네 세계에서 수도라고 말해봤자 말이 다니는 완전 옛날 시대잖아. 말똥이나 밟아라 틀딱아.
"이쪽 분, 굉장히 댄디하시네요─. 새로 부임하신 분인가요?"
말똥같은 생각을 하면서도 미소는 만들어진다. 내 영업 토크를 얕보지 말라구.
백대장은 '흥'하며 수염을 쓸어내릴 뿐이었다. 비스크 씨가 대신 '이번에 부임하신 백대장 버프네스 씨야'라고 설명해준다.
"뭐, 이런 촌구석에서는 가게를 고를 수도 없나. 이봐, 너. 돈은 내가 내지. 이 녀석 몫은 돌려줘라"
복실이가 낸 25루버를 내게서 빼앗더니, 대신 500루버를 테이블 위에 올려둔다.
"달리 부르고 싶은 여자가 있다면 불러라. 원하는 만큼 마셔라"
그러더니, 부하들에게 여자를 붙여준다. 군인 아저씨들은 비굴하리만치 기뻐하더니, 아가씨를 지명하기 시작한다.
버프네스인가 뭔가하는 아저씨의 얼굴에는, 이상할 정도로 큰 X자 흉터가 새겨져있었다. 눈은 뭘 바라보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검다.
"여자. 나한테 쓸데없는 아첨 따윈 부리지 않아도 된다. 그럴 틈이 있다면 내 부하들이나 기쁘게 해라"
비스크 씨가 옆에서 '백대장은 상냥하신 분이다'라며 끄덕인다. 처음에는 괜찮게 보였던 그 미소가, 사실은 가면을 뒤집어쓰듯 만들어낸 것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침대에서도 말대꾸하지 마라. 뭐든 원하는 만큼 해줘"
나는 이 아저씨가 무섭다고 생각했다.
타인의 마음을 아무렇지도 않게 갈갈이 찢을 수 있는 놈이다. 찢어서, 자기 것으로 삼는 남자다.
"물론이죠~"
그래도 나는 웃는다. 프로니까 웃는다.
백대장은 씩 웃으며 입꼬리를 올렸다. 이렇게 불길한 표정으로 웃는 사람은 처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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