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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12일 수요일

JK 하루는 이세계에서 창녀가 되었다 9화 엔드리스레인(치바랑은 관계없는 이야기)

 버프네스 백대장은, 그 뒤로도 자주 부하를 데리고 마시러 왔다.

 그때마다 군인 아저씨들의 모습이 점점 변해갔다. 몸에는 상처가 늘어나고, 특훈이 빡세다고 불평을 늘어놨다.

 하지만 모두 입을 모아 말한다.

 "버프네스 백대장님은 훌륭한 사람이셔. 오해받기 쉽지만, 어떻게 하면 우리가 강해질지 진지하게 생각하시거든"

 섹스도 변했다. 전에는 좀 더 친절했던 그들도, 술집 아저씨들과 비슷해져서, 창녀를 성처리 도구로 사용하듯이 거칠게 대했다.

 "남자는 싸우기 위한 생물이다"

 근육의 아름다움이나 부드러운 머리칼 같은, 멋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게끔 되었다.

 아가씨와 가벼운 화제로 대화를 즐기기 보다도, 백대장의 대수롭지 않은 한 마디도 흘려듣지 않으려고 안광을 빛내며 그를 중심으로 둘러싸 앉았다.

 그리고 술 마시는 중간중간 백대장의 허가를 얻어 아가씨를 안는다.

 마치 화장실이라도 가는 것처럼, 투박하게 안는다.

 "여자는…… 정액을 버리는 구멍이다…!"

 까슬까슬한 빡빡이가 된 예전 복실이가, 내 안에 난폭하게 사정했다.

***

 "그 녀석들 요즘 좀 살벌해졌다니까─. 시크라소 씨의 남친은 어때요? 이상해지지 않았어요?"

 개점 전에 항상 앉는 벤치에서 불만을 쏟아내는 나에게, 시크라소 씨는 한숨만 쉴 뿐 아무런 대답도 해주지 않는다. 예전같았으면 자랑스럽게 횟수까지 알려줬을 텐데.

 나랑 루페쨩이 양옆에서 얼굴을 슬쩍 들여다봤더니, 시크라소 씨는 '아무것도 아니야─'라며 무릎을 끌어안았다.

 "이거 최근에는 안 했나보네"

 "달콤~한 단백질이 부족한 거야, 분명"

 "시끄러워. 딱히 상관없는걸. 어차피 나도 진심은 아니었고. 진심이 될 리도 없고"

 "어, 헤어졌어?"

 "아니, 그런 말을 한 건 아니지만…… 데이트도 전혀 해주지 않는걸. 가게에 오더라도 지명해주지도 않는 거 있지"

 "먼저 찾아가면 되잖아요. 부하들한테도 소개된 사이인데"

 "음─, 그런 거는…… 좀 그래. 뭐랄까, 불리지 않으면 가기 껄끄러워. 알잖아?"

 "그래도 사귀는 사이잖아요!"

 "무리야. 그래도 괜찮아. 간단히 끝날 거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어. 그러니까 나도 최근에는 진심으로 상대해 주지도 않았고"

 진심이 아니라. 그럴 리가 없다.

 그저, 이쪽은 너무나도 입장이 약하다. 그야 매일 밤 다른 남자에게 안기니까.

 그래서 응석부리고 싶어도 할 수 없다. 사귈 수 있다는 자신감 따위 결국 없다. '어차피 오래가지 못해'라며 스스로 보험을 걸어두고, '그래도 아직 모른다'라며 자그마한 기대를 무릎과 함께 품으며 기다릴 뿐이다.

 그게 창녀의 사랑이다.

 "이제 곧 겨울인가─"

 시크라소 씨는 이쁜 입술을 ㅅ자로 삐죽이며, 악세사리가 잔뜩 달린 오렌지빛 앞머리를 잡아당기고는 빙글빙글 돌리더니, 다시 한숨을 쉰다.

 "올해도 혼자서 겨울을 지내야 하나……"

 나도 루페쨩도, 과연 침묵할 수 밖에 없었다.

 "나중에 셋이서 냄비 요리 만들어보지 않을래요?"

 "괜찮네─. 나, 요리는 못하니까 먹기만 할 뿐이지만"

 "시크라소 씨는 진짜 노래 외에 뭔가 배우는 편이 좋을 거라고 생각해"

 "먹기만 하면 돼"

 "그래요 그래요, 그럼 냄비 축제──개최 결정!"

 "이예이─!"

***

 뭐, 이러쿵저러쿵해도 단체 손님이 오는 횟수도 늘었기에 그 백대장님의 존재도 가게 입장에서는 플러스인지라, 마담도 '정중히 접객하도록'이라며 한 마디 하셨다. 그런 것도 있어서 그 뒤로도 군인 아저씨들과는 좋게 지내고 있었다.

 단지 뭐랄까, 이 새끼들 어디 군대냐 싶을 정도로 변해버리고 말았지만.

 "야, 너!"

 "꺅?"

 루페쨩이 핑크빛의 복슬머리 단발 군인에게 움켜잡혔다.

 내가 당황해서 일어서자, 옆에 있던 비스크 씨가 어깨를 잡고는 다시 끌어앉혔다.

 루페쨩은 버프네스 백대장에게 술을 따르고 있었다. 그때 그의 군복 바지에 술을 조금 흘린 모양이다. 주위에서 소란피우던 군인 중 누군가가 부딪친 게 뻔하겠지만.

 "백대장님께 무슨 무례를 범한 거냐! 빨리 사과해!"

 갑자기 난폭하게 머리채를 움켜잡혀서, 사과할 겨를도 없었다. 그런데도 루페쨩은 '죄송합니다'라며 고개를 숙이고 사과한다.

 백대장은, 남 일이라는 듯이 술잔에 담긴 술을 들이키고 있었다. 젖어버린 군복은 그대로 둔 채.

 "바로, 닦아드리겠……"

 "이봐"

 "아, 아팟!"

 "백대장님께 무례를 범해놓고서, 고개만 숙이면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나. 여자는 여자답게 봉사해서 사죄하란 말이다"

 무릎 뒤를 발로 차여서, 루페쨩이 백대장 다리 사이에 앉혀지는 모습이 된다.

 젖어버린 다리가 바로 눈앞에. 군인들의 천박한 시선이 루페쨩에게 집중된다.

 "아─, 그런 거라면, 제게 맡겨주시죠~"

 고양이라던가 개라던가 불리면서 비슷한 일을 했던 적이 있으니까, 그때는 좀 더 뭐랄까 그런 분위기였고, 나라면 딱히 꺼릴 것도 없고.

 하지만, 일어서려고 하자 이번엔 다른 군인에게 배를 맞았다. 너무해라. 폭력은 너무해.

 루페쨩이 아이컨택트를 보낸다. '괜찮으니까 맡겨줘'라고.

 핑크빛의 귀여운 혀를 뻗어서, 백대장의 허벅지를 핥짝핥짝 핥는다.

 백대장은 아까부터 남 일 보듯한 표정으로 술을 마시며 무시할 뿐이다. 그러더니 생각났다는 듯이 웃는다.

 "요전에 고블린 오크놈들의 목을 가져올걸 그랬군. 그놈들을 핥게 하는 것도 꽤 흥미롭겠는데"

 "하하하핫, 그거 재밌겠네요!"

 "백대장님의 지휘 덕분에, 놈들은 거의 전멸이었으니까요"

 "저, 이번에야말로 열 마리를 토벌해보이겠습니다!"

 "말은 잘 하는구나, 하하하핫"

 루페쨩은 강아지처럼 핥짝핥짝 혀를 움직인다.

 군인들은, 그녀에게 이런 굴욕적인 짓을 시켜놓고서 까맣게 잊어버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별 시시껄렁한 이야기나 하면서 웃는다.

 뭐야 이거. 괴롭힘이잖아. 엄청 열받는데, 그런데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입술을 깨문다.

 루페쨩…… 나는 제대로 보고 있으니까. 엄청 에로해. 나이스 혀 기술이야.

 그러는 사이, 백대장이 허리를 움직이면서 지퍼를 내리기 시작했다.

 툭 하고 커다란 자지가 나온다. 군인 아저씨들도 순간 놀란 것처럼 굳어버렸다.

 "……다음 원정이 기대되는걸"

 "그래. 또 우리 부대가 가장 큰 공을 세우자고"

 하지만, 금방 화제를 바꾸며 눈을 돌린다.

 그리고는 다른 손님이나 가게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게끔 자리를 바꾼다.

 "그런 행위는 돈을 내고 2층에서──"

 열받아서 할 말은 하겠다는 내 허벅지를 비스크 씨가 억누르더니, 200루버를 테이블 위에 올린다.

 루페쨩은 나를 힐끗 보더니, 눈빛으로 '괜찮아'라며 그곳으로 혀를 뻗는다.

 "음, 츄룹, 츄릅, 쮸웁"

 혀를 야하게 움직이면서, 루페쨩은 백대장의 자지를 핥는다.

 끈적하게 얽혀드는 혀놀림. 역시 루페쨩이야. 엄청 공부가 된다. 대단해.

 "아─, 빨리 마물 놈들을 쳐죽이고 싶은걸!"

 "흥분하지 말라고, 하핫"

 그런데, 이놈들은 최악이다. 꽤 좋아했는데, 개놈들.

 "비스크 십대장"

 루페쨩에게 계속 핥게 하면서, 백대장이 말한다.

 "너, 이 가게 여자랑 사귄다고 했나?"

 검고 무표정한 눈이다. 잉크로 색칠한 것처럼 보이는 새까만 눈동자.

 "네. 오늘은 없는 것 같습니다만"

 스테이지에서 노래하는 시크라소 씨를 한 번도 보지 않고, 비스크 씨도 옅게 웃으며 대답한다. 이 사람도, 마치 스티커를 붙인 것처럼 위화감이 드는 웃음이었다.

 "흠, 그런가"

 루페쨩을 무릎꿇린 채로, 마치 황제라도 된 양 버프네스 백대장은 의자에 앉아 몸을 젖히고 수염을 쓰다듬는다.

 "다음에 병영으로 데려와도 좋다"

 순간 비스크 씨의 미소가 사라졌다.

 하지만 그건 엄청 가까이에 있었기에 눈치챌 수 있었을 정도로, 그는 금방 천진난만할 정도로 미소지었다.

 "네, 백대장님께도 소개시켜드리죠"

 비스크 씨는 내 허벅지를 계속 쓰다듬으면서, 그 뒤로도 즐겁게 다른 대원들과 담화했고, 루페쨩은 계속 백대장의 자지를 핥았다.

 뭐냐고, 이거. 이놈들의 대화는 차갑고 무섭다. 만져지는 것도 싫다.

 30분이 지나자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서 루페쨩을 도와주자.

 "으읏!"

 그런 생각을 하던 찰나, 백대장이 갑자기 루페쨩의 머리채를 움켜잡고는 자기 얼굴 앞으로 끌어올렸다.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탓에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질 정도인데, 루페쨩은 금방 손님 접대용의 발정난 표정을 만들며 입술을 핥는다.

 백대장은 '훗'하며 입가에 미소를 띄운다.

 "아무나 이 여자랑 자고 와도 된다"

 "아, 넷, 제가!"

 아까부터 백대장 옆에서 계속 루페쨩의 펠라를 탐난다는 듯이 쳐다보던 남자가, 기뻐하며 그녀를 데려간다.

 안심해야 하나 어쩌나, 반대로 루페쨩이 없어진 탓에 내가 좀 불안해졌다.

 잊고 있었지만, 아까부터 어째선지 비스크 씨가 내 다리를 계속 만지고 있었는데, 어느샌가 팬티까지 만지고 있다는 사실을 겨우 깨달았다.

 "잠깐, 그만하세요!"

 무심결에 큰 소리를 내며 거절해버렸다.

 여러모로 열받아있던 탓에, 그만 손님에게 저질러버리고 말았다.

 그것도, 군인 아저씨들에게 둘러싸인 상황에서.

 "이봐, 너. 십대장님께 무슨 말버릇이냐──"

 단발머리가 주먹을 쥐며 일어선다. 비스크 씨는, 이제 나에게 흥미를 잃었다는 듯이 다리를 꼬고 술을 마신다.

 상사에 대한 무례의 제재는 부하에게 시키는 것이 군대의 방식이다. 지금의 이 녀석들이라면 여자라도 가차없이 때린다. 나는 눈을 질끈 감고 몸을 웅크리려던──

 그때, 비가 창가를 두들겼다.

 갑자기 호우가 천둥번개까지 동원하며 쏟아졌고, 음악대가 놀라서 음악까지 멈춘 탓에 가게에 정적이 찾아왔다.

 그 타이밍에 문이 열리며 손님 한 명이 들어왔다.

 은발의 아저씨다.

 주위에서 집중되는 시선을 신경쓰지도 않고, 오늘도 기다렸다는 듯이 창가의 자리를 향해 일직선으로 걸어간다. 무거운 구두소리를 울리며, 젖은 코트를 질질 끌듯이.

 그가 자리에 앉자, 어째선지 빗소리가 조금 멀어졌다. 늑대의 신음소리같이 낮은 목소리로, 평소처럼 주문만 읊는다.

 "라즈주"

 은발 아저씨의 굉장히 구수하고 멋진 모습에 점내가 침묵하는 와중, 백대장이 낮게 중얼거렸다.

 "……내 말이 비에 젖겠군"

 군인들이 당황해하며 일어서더니 가게 밖으로 달려간다.

 조금 뒤에 비스크 씨도 일어난다. 나나 시크라소 씨는 쳐다보지도 않고, 그대로 가게를 나간다.

 마지막으로 백대장이, 은발의 아저씨를 슬쩍 보고, 나를 보더니, '또 오지'라는 말을 남기고 나갔다.

 이제 안 와도 되는데.

 "무슨 일이라도 당했니?"

 시크라소 씨가 걱정스러워하며 다가온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야'라며 웃어보이고, 테이블 정리를 다른 아가씨에게 부탁한 다음 은발의 아저씨에게 갔다.

 "아저씨"

 딱히 나를 도와주려고 생각한 행동이 아니라고는 알고 있었지만. 비남(雨男)이라는 것도 그냥 우연이고, 애초에 술을 마시고 싶을 뿐인 손님을 방해하면 안 된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고마워요"

 나는, 은발 아저씨에게 고개를 숙였다.

 아저씨는, 놀랐다는 표정 하나 짓지 않으며 말한다.

 "뭐가 말이지?"

 그냥 멋대로 감사 인사를 하고 싶었을 뿐이예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아저씨는 '그런가'라며 술을 머금었다.

 "……실례했습니다~"

 스커트 끝자락을 움켜잡고 살짝 목례.

 아─, 부끄러워라. 어째 부끄러운 짓을 해버렸어.

 나도 참, 실수했네~.

 "잠깐"

 그런데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도망가려던 나를, 아저씨가 불러세운다.

 또 무슨 볼일이라도? 지금은 그다지 나를 몰아넣지 말아줬으면 하는데.

 아저씨는, 창녀가 정말 좋아하는 루버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25루버. 내 수다값.

 "덤이다. 네 보잘것없는 이야기를 앞으로 30분 정도 들려주겠나"

 이 녀석. 이 초 사디스트 녀석.

 좋아, 나를 더 부끄럽게 만들고 싶다면 그렇게 하라구. 웃음이 새어나오려는 것을 억누르며 자리에 앉아, 심호흡을 한 번 하고 고개를 든다.

 "냄비 요리. 라고 말하면 재료를 닥치는대로 넣기만 할 뿐인 간단한 요리잖아─ 라고 남자들은 말하는데, 그냥 냄비 하나만 가지고 표현할 수 있는 세계관이 무한할 정도로 넘쳐나거든요. 그 중에서도 제가 이번에 가게 친구한테 먹이려고 생각하는 어둠의 냄비라는 이름의 어둠. 이건 거의 죽음과 마주할 정도의 요리로──"

 고작 30분 정도로 내 보잘것없는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구.

 그런 기세로 나는 계속 떠들었다.

 "──거기다 초코 포테이토 칩을 뭉개서 집어넣다니, 어떡하면 그런 발상을 할 수 있냐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게다가 끓이면 끓일수록 맛있어진다니까요, 이게. 우리 언니가 그런 것에 관해서는 이따금씩 기적을 일으키는 사람이여서 어둠 냄비의 천사가 아닐까 하고──"

 "초코포테이토칩이라니?"

 "잠깐만요, 그 구수한 목소리로 초코랑 포테이토랑 칩을 따로따로 다시 한 번 말해주겠어요?"

 "초코, 포테이토, 칩"

 "좋다아─, 엄청 좋은걸요─"

 칩이 되고 싶다아.

 "너, 정말 별나군"

 이미 비어버린 잔을 두고, 아저씨는 무표정한 모습 그대로 감탄했다는 듯이 중얼거린다.

 "단어 구석구석에, 익숙하지 않은 단어나 울림이 있어. 다른 나라의 말도 아니고, 최근 생겨난 말도 아니군. 그걸 입에 담는 것이 너에게 있어서는 자연스럽고, 익숙함이 그대로 배어나올 뿐이지"

 너는 그걸 자연스럽게 흘려넘기는 데에도 익숙하다. 라고, 아저씨는 매같은 눈을 살짝 가늘게 떴다.

 신나서 너무 떠들었나. 자 그럼, 어떻게 흘려넘겨야 할까 머리를 굴리고 있자니, 아저씨가 중얼거린다.

 "이계에서 찾아온 자인가"

 빈 글라스를 두들기고, 익숙한 동작으로 다른 아가씨에게 추가 술을 주문한다.

 아마 파랗게 질려있을 내 얼굴을 보고는, 창밖으로 시선을 옮긴다. 조금 피곤하다는 듯이 한숨을 쉼과 함께.

 "……신은, 포기하는 것이 느리지"

 그 가벼워보이는 신을 떠올린다. 머리가 나쁜 것 같았다. 그러니 적당히 끌고온 사람이 나랑 치바 뿐일 리가 없다.

 몇 명이나 있다고 가르쳐주지는 않았지만.

 "──아저씨도?"

 어떻게든 목소리를 쥐어짜서 물어본다.

 마르기 시작한 은빛 머리칼이, 조금씩 다발로 뭉쳐 이마에 걸리는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답다고 생각하면서.

 이 세계에서 만날 수 있었던 것이 운명이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아니. 나는 이 세계에서 태어났다. 밖에서 온 인간을 이따금씩 봤을 뿐이지"

 살짝 실망이다. 운명아, 가끔은 나한테도 일 좀 해줘.

 아니 그보다도.

 "여, 역시 다른 곳에도 있나요?"

 "음. 있었지. 내가 알던 녀석들은, 모두 죽었지만"

 라고, 평소처럼 담담하게 말하며 새로 나온 술을 입에 머금는다. '죽음'이라는 단어마저 멋있고 너무나도 잘 어울려서, 조금 싫은 기분이 되었다.

 어쩌면, 신에 가까운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아저씨에 대해서 알고 싶어요"

 이제 곧 시간이 끝난다.

 왜 재미도 없는 어둠의 냄비 이야기를 30분이나 해버렸을까. 나 진짜 바보 아니냐구.

 좀 더 이 사람에 대해 알고 싶다. 1분 1초라도 허투로 쓸 때가 아니었다.

 "85루버, 내주지 않을래요? 나중에 꼭 돌려드릴게요"

 가게에서 할 수 있는 거래는 이게 한계다. 뒷일은 아저씨가 나를 믿어줄지 말지에 달렸지만.

 "내면 어떻게 되지?"

 아저씨가, 지긋이 내 얼굴을 바라보며 말한다.

 나도 한 순간, 무슨 말을 들었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벙쪘다.

 어?

 "2층에 있는 내 방으로 초대할 건데요……"

 "네 방에서 이야기하나?"

 "……어, 아뇨?"

 진짜로? 라고 생각하며 자그마한 목소리로 말한다.

 "섹스할 건데요"

 아마도 처음 보는 표정이다. 아저씨는 살짝 눈썹을 치켜올렸다. 놀랐나보다.

 "여기는 그런 가게였나"

 몰랐냐고, 아저씨이이이이.

***

 "먼 이세계에서 찾아와서는"

 아저씨는, 처음으로 들어오는 내 방에 아무런 흥미도 없다는 듯이, 그저 날 내려보고 있었다.

 "어째서, 이러한 일을 하지?"

 그에 대해서는 나도 불만이 없지는 않지만, 이 세계에서 태어난 사람이라면 이해해줘야한다고 생각한다.

 "생활을 위해서죠"

 아저씨가 조금은 여자 방에 흥미라는 것을 떠올리기 시작했는지, 살풍경한 방을 둘러보며 '그런가'라며 중얼거린다.

 "여자가 이계에서 살아가기란 힘들지"

 정말 그렇다니까요. 긍정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내 턱에, 아저씨가 손을 갖다댄다.

 "아직 어린아이인데, 이런 일을 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나"

 애 취급은 둘째 치고, 크고 따스하고 거친 감촉에, 오랜만에 진심으로 당해버렸다.

 머릿속에서 딩동거리며 로또 1등을 맞은 듯한 종소리가 울리고, 눈가가 촉촉해지면서 얼굴이 뜨거워진다. 허리 근처에 뭔가 팟 올라와서, 생각지도 안 했는데 까치발을 서버렸다.

 "……JK는 어린애가 아니예요……"

 오히려 발정기라구요. 엄청 하고 싶어요. 아저씨한테 헤롱헤롱 반해버리고 싶은 나이때라구요.

 "제이케이라니?"

 아마도 얼굴이 빨개졌을 나를, 새끼 원숭이 보듯이 엄청 냉정하게 말한다. 나는 그의 시선을 독점하는 중이라고 생각하는 것 만으로, 벌써 이 지경인데.

 "……하고 싶은 시기라구요……"

 오히려 당하고 싶은 시기라고 할까, 내 보지 어떻게 된 거냐고 할 정도로 질척하게 젖어버렸다. 야근을 너무 많이 해서 자율신경이 고장났나 싶어 불안해질 레벨로.

 나는 틀렸다고 생각한다. 이 아저씨에게 꽤 이끌리고 있다. 어느샌가 마음을 도둑맞고 말았다.

 아저씨는 내 바들바들 떨리는 허벅지를 내려보고는, 무표정하게 나를 관찰한다.

 "지금껏 다양한 이계인을 봐왔지만──"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옷을 입은 상태로 바라보는데도 알몸이 되는 것보다 부끄럽다. 페니스보다도 흥분되는 눈이다.

 "──내게 안기고 싶다고 말한 자는, 네가 처음이다"

 이제, 해버리자.

 참을 수 없어져서 아저씨의 코트를 벗긴다. 그대로 셔츠도 벗기고, 드러난 늠름한 근육에 키스한다. 조각같은 몸이다.

 비남인 주제에 어디서 운동한 거야? 내가 키스의 비를 내려주겠어.

 머리가 찡하고, 숨결도 거칠어졌다. 나도 엄청 발정난 표정을 짓고 있으리라는 자신이 있다.

 그런데도 아저씨는 평소와 같이 시원시원한 표정이라 열받아서, 침대로 밀어 쓰러트렸다.

 바지 앞은 제대로 부풀어올라있었다. 기뻐져서 그곳에 뺨을 부볐다. 울끈불끈하다. 두근두근거린다.

 바지를 젖히고, 이얍 하며 꺼낸다.

 ──주키니!

 무심결에 이탈리아어로 감탄해버릴 정도로, 훌륭한 물건의 소유자였다.

 "아저씨…… 멋있다"

 자지 보면서 할 말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진짜 하나부터 열까지 너무 멋있어서 칭송할 수 밖에 없었다.

 아저씨는 머리칼을 쓸어넘기며 나를 지긋이 바라본다. 마음대로 해줘야지.

 살짝 뿌리부분을 맨진다. 10대의 물건이라 생각될 정도로 단단하고 뜨겁다. 이걸 거기에 거시기해버린다니, 상상만으로도 거친 파도에 휩쓸리는 기분이다. 진짜 무리일지도. 허리가 빠질지도 몰라.

 하지만, 핥아버려야지. 의외로 귀여운 아저씨의 불알부터, 거목같은 귀두 끝까지 혀로 핥아댄다.

 아까 전 루페쨩, 이렇게 혀를 좌우로 흔들면서 위로 핥아올라갔지. 실전으로 따라해봐야지.

 "응, 츄릅, 츕"

 자지 혈관을 낼름낼름거리며, 끈적하게 혀를 굴려 아저씨의 열기를 느낀다.

 엄청나게 휘어져있고, 귀두 끝은 마치 사과사탕마냥 단단하고 아름답다. 정말이지 핸드폰을 갖고 있었다면 사진 찍어서 자랑하고 다녔을 정도다. 카톡 프사로 저장해둔다던가.

 입 안에 넣자, 뭐랄까 존재감이 압도적이라, 침이 질질 흘러나온다.

 "으읏, 음, 쥬릅, 읏, 음"

 이대로 계속 핥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참지 못하게 되버렸다고 해야하나, 기분이 나쁠 정도로 흥분해버리고 말았다.

 원피스를 어깨부터 벗어내리며, 아저씨의 허벅지 위에 올라탄다.

 내 보지가 다 젖어버린 사실 들켰겠지. 가슴도 엄청 부풀어올랐고. 벌써 임신해버렸을지도 몰라.

 "아저씨, 그, 넣어도 될까요……?"

 머리도 멍해졌다. 허리, 진짜로 빠져버릴 것 같아.

 "그래"

 아저씨의 담담한 목소리에 전율하면서, 나는 단숨에 허리를 내렸다.

 "아아아아앙!"

 내가 아닌 것 같은 목소리가 나온다. 엄청 에로한 목소리가 나와버렸다.

 하지만 억누를 수 없다.

 아저씨의 자지가 내 보지를 안까지 넓힌다. 엉덩이가 멋대로 움직여버린다.

 "앗, 아읏, 아저씨…… 아앙!"

 엄청나잖아, 이거.

 몸 전체가 찌릿찌릿하는 그거. 가장 좋아하는 남자랑 섹스할 때의 그것.

 내 허리는 본능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저씨의 얼굴을 바라보며, 푹 빠져서 허리를 흔들었다.

 "앗, 아─앙, 아앗, 좋앗, 이거, 굉장해, 아저씨, 좋아앗!"

 커다란 손이 내 등을 받쳐준다.

 만져준 것 만으로도 나는 너무 좋아서 이상한 목소리가 나와버렸다.

 "으으읏, 아저씨, 아저씨이이"

 이제는 자제하지도 않고 달라붙기로 했다.

 아저씨의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으니 최고였다.

 안쪽 깊은 곳에 닿는 단단한 즈키니도, 너무 최고라서 이제 그냥 마음대로 해달라는 느낌이었다.

 "아─앗, 아─앙!"

 완전히 바보가 되버렸나보다. 허리의 감각이 이상해서.

 "아저씨…… 나, 이제, 안 돼, 갈 것 같아!"

 가능하다면 아저씨랑 함께 가고 싶어서, 착 달라붙어 손톱을 세운다.

 "그래. 네게 맞추지"

 내 엉덩이를 가볍게 움켜쥐며 굵은 목소리로 말한다. 거의 프로 수준의 여유가, 싫을 정도로 멋지다.

 이건 완전히 반해버렸다는 사실을 자궁으로 알았다. 엄청 큰 파도가 몰려와, 나는 전신을 전율했다.

 "아아아아아아앙!"

 있는 힘껏 등을 젖히며, 배 안쪽에서 목소리가 나와버리고, 허리 아래 감각이 녹아버린다. 이렇게 가버리는 것은 또 처음 겪는 일이었다.

 온몸이 마비된 것 같은데도, 아저씨의 정액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민감하다. 머릿속이 빙글빙글 돈다.

 풀썩 쓰러져버린 나를, 아저씨가 침대로 옮겨준다. 그리고 곧장 옷을 입으려 한다.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엎드린 채로 나는 필사적으로 엉덩이를 움직였다.

 "자, 잠깐"

 여기서 끝내기는 싫다. 좀 더 오래 느끼고 싶었는데.

 "부탁, 해요…… 연장, 해주세요. 내가 살게요. 85루버, 더 드릴 테니까…… 좀 더 안아줘요……"

 창녀 실격이다. 꼴사납네.

 하지만, 아저씨를 원한다. 한 번 뿐이라니 참을 수 없다.

 아저씨는 어디서 꺼냈는지 내 머리맡에 85루버를 올려두었다.

 "생활이 걸려있는 거잖나? 저가 매도는 하지 마"

 그리고는 전혀 시들지 않은 자지를, 엉덩이 너머 내 갈라진 곳으로 단숨에 쑤셔넣는다.

 "아아아앗"

 불의의 습격을 당한 나는 깜짝 놀라서, 또 커다란 목소리를 내버리고 말았다.

 "아저…… 아저씨, 앗, 아앙, 아저씨!"

 힘차게 박아오는 달콤하고 단단한 섹스에, 나는 시트를 움켜잡으며 필사적으로 이를 콱 물었다.

 하지만 전혀 참을 수 없어서, 저릿저릿하며 몇 번이나 가버렸다.

 아저씨가 나를 사줬다는 사실이 기쁘치만 돈은 내주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어서, 1초라도 오래 안기고 싶은데 이 이상 당하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들어서.

 몸과 마음이 둘로 나눠질 것 같아서, 열심히 시트를 붙잡았다. 꼴사나운 교성을 내지르며 잔뜩 흐트러졌다.

 아저씨는 묵묵히 내 위에서 허리를 움직여줬다.

 나는 창녀인 주제에, 서비스하는 것도 잊고 창문 너머로 기도할 뿐이었다.

 부탁이니까, 비를 멈추지 말아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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