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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9일 화요일

JK 하루는 이세계에서 창녀가 되었다 11화 창녀의 사랑

 그곳이 아직 밝고 건전한 군대였던 시절, 나도 종종 군인 아저씨에게 데이트 권유를 받아 막사 밖으로 마중을 간 적이 있었기에 장소는 알고 있었다.

 시크라소 씨가 걱정되서 모습을 보러 가겠다고 말했더니 루페쨩도 따라와줘서, 둘이서 가보기로 했다.

 "아, 저기─"

 하지만, 전에 왔던 때와 달리, 문 앞에 군인 아저씨가 서있고 삼엄한 분위기다.

 군대라고는 해도, 이곳으로부터 북쪽에 있는 전선에서 몬스터와 싸우기 위해 온 군인 아저씨들이라, 시민들에게는 평소에도 인상이 좋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역시 그 백대장이 온 이후로 줄곧 이런 느낌이다.

 게다가 표정도 다들 딱딱해서, 어째 무섭다.

 긴장이 돼서, 나와 루페쨩은 딱 달라붙었다.

 "엉, 뭐냐 너희들은?"

 "'야상의 청묘정'인데요, 이쪽에 우리 시크라소가……"

 "누구라고?"

 "위, 위문으로, 노, 노래를 부르러 온 아이가 있잖아요!"

 "아아"

 군인 아저씨는, 드디어 알아들었는지 씨익 웃었다. 하지만 시크라소 씨에 대해서는 가르쳐주지 않고, 그 대신 나와 루페쨩의 귀여운 얼굴부터 윤기가 흐르는 허벅지나 발목, 가슴 등을 노골적으로 쳐다봤다.

 "추가 인원이 왔나. 눈치가 빠르구만"

 "……네?"

 "이봐, 무슨 일이냐"

 "아, 십대장님"

 난처한 때에 막사에서 아는 사람이 나왔다. 비스크 씨였다.

 나와 루페쨩은 안도감이 들어서 인사를 했다.

 "저, 저기, 시크라소 씨는 있나요? 슬슬 약속된 기간이 지났다고, 마담한테 들어서……"

 비스크 씨는, 여전히 착 달라붙은 듯한 미소로 우리를 본 뒤, '전령을 보내지 않았나?'라고 문 앞에 서있는 군인 아저씨에게 물었다.

 "네……? 넷, 죄송합니다!"

 군인 아저씨는, 처음에는 어리둥절했지만 비스크 씨가 쏘아보자 경례를 하며 사과했다.

 "미안하구나. 그럼, 마담에게 전해주겠어? 우리 백대는 곧 전선으로 나가게 되거든. 시크라소에게는, 그때까지 위문 활동을 하며 병사들을 위로해줬으면 좋겠거든. 그녀의 승낙도 받았고, 가게에도 전령을 보낼 생각이었어. 늦어서 미안하구나"

 "아…… 그, 그랬군요. 아, 아뇨, 그런 거라면 우리는…… 괜찮겠지?"

 "으, 응. 시크라소 씨는 잘 지내죠?"

 "그럼. 매일 우리를 위해 좋은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어"

 시크라소 씨를 만나보고 싶은걸. 하지만, 나도 루페쨩도 왠지 말하기가 껄끄러워서, 난처한 상황이었다.

 "오늘 밤, 내가 가게로 가서 마담에게 설명할게. 이야기는 그때 천천히 하자"

 "아, 네"

 도중까지 마차로 배웅해주겠다고 비스크 씨가 말했지만, 우리는 사양하고 걸어서 돌아가기로 했다.

 어째 막사 분위기가 무섭기도 하고. 루페쨩의 표정도 딱딱하고.

 "……시크라소 씨, 밥은 제대로 먹고 있을까?"

 "그 사람, 가만 놔두면 풀떼기랑 물만 먹고 사니까─. 그래도 괜찮아. 군인 아저씨들이랑 같이 있으면 잔뜩 먹을 수 있다니까─"

 "어째…… 그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는 시크라소 씨라니, 상상이 가질 않는걸"

 시크라소 씨는, 노래를 부르고 있을 때에는 최고로 멋있지만, 사실은 생활력이 멸망적인 수준이다. 옷가지도 같이 세탁해주지 않으면 산더미처럼 쌓아버리는 칠칠치 못한 사람이다. 즉 아티스트인 것이다.

 군대같은 곳에서 밥을 우걱우걱 먹는 그녀의 모습은, 솔직히 나도 상상이 가지 않지만.

 "비스크 씨도 오늘 밤에 온다고 했으니, 어떻게 지내는지 물어보자"

 "응"

***

 이런 때에는 꼭, 날씨도 좋다.

 혼잡한 점내를 바쁘게 움직이며, 슬쩍 한숨을 쉰다. 은발의 아저씨, 뭐하고 있을까. 또 나를 안아주러 오지 않으려나. 슬슬 안기고 싶은 기분인데─.

 "하루쨩"

 약속대로 가게에 와준 비스크 씨가, 카운터에서 잔을 닦는 내게 다가온다.

 "마담에게는 허가를 받았어. 지금까지의 대금도 지불했고"

 "아, 그렇군요. 고생하시네요~"

 "조금 얘기할래?"

 "어, 네, 그래요"

 돈도 받아서, 나는 그의 앞에 앉았다. 루페쨩도 부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내 몫의 돈만 받았으니 뭐.

 뭐, 나중에 말해두면 되겠지.

 "시크라소 씨, 열심히 일하고 있나요? 그 뒤로 루페쨩이랑 말하면서 깨달은 건데, 갈아입을 옷이라던가 괜찮으려나─ 해서요. 2일 분의 옷 밖에 가져가지 않았다고 생각해서요"

 그 사람, 스스로 세탁을 한다는 발상도 할 수 없으니까. 지금쯤 군복을 입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루페쨩과 이야기하면서, 겨우 루페쨩도 웃어주었다.

 "으응"

 비스크 씨는, 듣는 둥 마는 둥 잘 이해할 수 없는 표정으로 웃었다.

 이 사람의, 언뜻 보기에는 사람 좋아보이는 미소가, 어째 살짝 기분 나쁘단 말이지. 마음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지. 다음에 가져와주면 고맙겠어"

 나는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되서, 쓸데없는 말대꾸라고 생각될 수도 있어서 살짝 망설였지만, 그래도 물어보기로 했다.

 "저, 일단 한 번 이쪽으로 돌아올 시간도 없나요?"

 갈아입을 옷을 여기서 가져갈 필요가 있나?

 어째 처음에 들었던 이야기와 다른 느낌인걸. 위문이라는 게 그렇게까지 빡빡한 일인가? 우리 마담조차 유급이라는 개념은 있는데?

 비스크 씨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야'라며 더욱 웃어보인다.

 "하루쨩, 시크라소가 걱정되나보구나?"

 "아, 아뇨, 비스크 씨도 곁에 있으니까 전혀 걱정되지 않지만요. 그저 그녀는 밥을 조금 먹을 때가 있고 많이 먹을 때가 있어서 귀찮고, 벗은 옷도 여기저기 뿌리고 다니고, 노래를 부르면서 목 관리도 잘 안 하는 데다가, 양치도 말하지 않으면 안 하고, 정말이지 진짜 손이 많이 다는 사람이니까─"

 어라? 나, 시크라소 씨의 엄마인가?

 "그렇게 걱정되면"

 비스크 씨가 내 손을 잡는다.

 그 차가움에 등줄기에 오한이 흐른다.

 "너도 막사에 와서 도와주지 않을래? 그래준다면 시크라소도 좀 편해질 거라고 생각해"

 "그치만 저 노래는 전혀…… 태고같은 거라면, 칠 수 있지만요"

 "하핫, 괜찮네. 꼭 와서 쳐줄래"

 물론 돈도 낼게. 라고, 비스크 씨가 얼굴을 들이대며 말한다.

 그리고, 테이블에 100루버를 올려두었다.

 "……저, 그건 시크라소 씨가……"

 "시크라소가 왜?"

 "그야 저도 이런 일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친구의 남자친구랑은 좀. 죄송해요. 헤헷"

 적당히 웃어넘기고, 손을 빼려고 했다.

 하지만 비스크 씨는 손을 놓아주지 않는다. 점점 얼굴이 가까워진다.

 "시크라소도 다른 남자랑 자잖아"

 그렇지요. 그런 일이니까요. 하지만 알면서 사귀는 거니까, 조금은 남자의 넓은 아량으로 그녀를──

 "……하고 있나요?"

 무심코 무서운 상상이 입 밖으로 나오고 말았다. 오싹했다.

 "시크라소 씨…… 군인들이랑 하고 있어요?"

 비스크 씨가 소속된 버프네스 부대가 그 막사에 있다. 그 차갑고 난폭한 군인들이 백인.

 설마.

 라고 생각해 쳐다보자 비스크 씨의 얼굴에는 평소와 같은 미소가 못 박은 듯이 달라붙어 있었다.

 감정을 어딘가에 두고 온 듯한 눈동자가, 날 바라본다.

 "이제 곧 우리 부대는 전선으로 갈 거야. 백대장은 그때까지 마을로 나가는 것을 금했어. 감각을 갈고 닦기 위해서 말이지. 나는 오늘 밤만, 교섭을 위해 이 창관으로 올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았지만. 시크라소의 건으로"

 비스크 씨는 내 손을 떼고는 턱을 괴었다.

 그래도 거리는 떼지 않는다. 오히려 목소리가 점점 더 작아진다.

 "나도 그녀에게 무리를 강요하고 싶지는 않아. 하지만, 버프네스 백대장님은 그게 날 위한 일이고, 병사들의 사기를 고양시키기 위해서라고 말하셨어. 군 내부에서 상관의 명령을 거역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기도 하고"

 "주…… 죽는다구요!"

 "설마. 우리는 시민을 지키는 군인이야. 그렇게 난폭하게 하지도 않고, 제대로 생활하고 있어. 그저, 알잖아? 우리는 이제 곧 목숨을 걸고 전선에 나가게 돼. 개중에는 공포로 마음이 흐트러지는 녀석도 있지. 배출구가 필요한 거야"

 "가게로 오면 되잖아요? 우리들은 그러기 위해서 있는 거라구요!"

 "짐승은 우리에서 빠져나온 순간이 가장 강해. 그게 버프네스 백대장님의 지론이라서 말이지"

 우리가 몬스터를 숲에서 나오지 못하게끔 전선을 구축하는 것도 똑같은 일이라고, 비스크 씨가 말한다.

 "우리는 우리 안에 있어. 하지만, 조금 정도는 안식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야. 시크라소는 열심히 우리를 위해 일해주고 있어"

 "……마담은 이 사실을 알고 있나요?"

 "글쎄. 오늘도 노래를 위해서라고만 설명했으니까. 하지만, 그 사람도 당연히 알고 있겠지. 몇 번이나 시크라소의 상태를 물어봤으니까. 그래도, 창관이 군의 명령을 거역할 수는 없지"

 어쨰서 그런 짓을 자기 연인에게 시킬 수 있는 건지, 나는 정말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남의 일이라는 듯이 설명하는 이 사람이 무서워졌다.

 이쪽 사람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여자를 도구 취급하고,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참아야하는 일이 잔뜩 있다.

 나랑 이 이세계는, 진짜 맞지 않는다. 열받는 일 뿐이다.

 "……내가 교대할 테니까, 시크라소 씨를 돌려보내줄 순 없나요?"

 내가 먼저 비스크 씨의 손을 잡았다.

 사람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남아있기를 기도하면서, 내 체온을 전한다.

 비스크 씨가 내 손을 내려본다. 그 치고는 긴 침묵이 흐른 뒤.

 "그래…… 하루쨩이 그렇게 말한다면"

 전선으로 출발까지 3일 남았다고, 비스크 씨가 손가락을 세우며 말한다.

 "그때까지, 네가 우리 상대를 해주겠다면, 시크라소를 돌려보내도록 하지. 약속할게. 하지만, 그 전에"

 재차 100루버를 올리며, 내 손을 맞잡는다.

 "소개하려면, 너에 대해 잘 알아둬야지"

***

 막사 앞에서 시크라소 씨를 만날 수 있었다.

 외출할 때 입었던 옷과 똑같은 옷을 입고, 머리카락도 헝크러져있고, 얼굴에는 맞은 흔적까지 있다.

 "……하루쨩……?"

 비틀거리며 다가와 나에게 매달리는 그녀를, 힘껏 안아주고 쓰다듬어준다.

 "이제 괜찮아"

 괜찮다고, 몇 번이나 말하면서 쓰다듬어줬다.

 힘냈구나 하며 안아주고, 이제 돌아가도 된다고 위로해준다. 시크라소 씨가 진정할 때까지 계속했다.

 그녀 대신 막사로 끌려가는 나에게, 시크라소 씨는 잠깐 멍하니 있더니, 크게 소리쳤다.

 "안 돼. 하루쨩, 안 돼!"

 돌아보지 않는다. 마음을 죽이고 나는 앞으로 향한다.

 "기다려! 나, 아직 할 수 있어. 하루쨩은 돌아가. 부탁이야, 비스크 씨. 하루쨩은 돌려보내주세요! 내가 남을게요!"

 시크라소 씨.

 나, 당신의 노래가 좋아.

 제대로 들어주는 사람들 앞에서 노래해줘.

***

 막사 안에는 징벌을 위한 방이 있는데, 그곳이 내 방이라고 한다.

 "이런 곳이라 미안하네"

 비스크 씨는, 별로 미안하지 않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한다.

 "시크라소가 쓰던 방, 지금은 쓸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서"

 최악이다. 그녀가 당해온 일을 상상했더니 열이 뻗쳤다.

 그리고 내가 앞으로 당할 일을 상상하고, 오한이 들었다.

 하지만 괜찮아. 나라면 아무렇지도 않아.

 시크라소 씨 대신 계약을 지키고, 가게도 지킨다.

 해주겠다고.

***

 무섭다고 생각하니까 무서운 거다. 괴롭다고 생각하니까 괴로운 거다. 기분 나쁘다고 생각하니까 기분 나쁜 거다.

 하나하나 감정을 지워간다. 그러면 내 몸이 단순한 도구처럼 생각된다.

 비스크 씨가 가르쳐준 것이다.



 "그 여자 대신이라고, 스스로 지원했대"

 "진짜 눈물나는구만. 여자한테도 우정이라는 게 있었구나?"

 내 위에서 군인들이 허리를 흔든다.

 내 신세를 군인들이 웃는다.

 "그런 게 있을 리 없잖아. 돈이라고, 돈"

 "오렌지녀, 오히려 화냈다면서? 우리를 가로채지 말라고 말야"

 "맛있는 일을 독점할 수 있어서 잘됐잖냐, 어이"

 몇 명째인지, 세기도 귀찮아져서 그만뒀다. 이놈들, 대낮부터 몇 명이나 들이닥쳐서, 박아댄다. 진짜 일 하는 거 맞냐는 느낌인데.

 "헤에, 꽤 좋잖아"

 "아, 스바야 십대장님"

 점심이 지날 무렵 찾아온 턱수염 아저씨가, 내 몸을 내려보며 입맛을 다신다.

 "아직 10대인가? 여자는 젊으면 젊을수록 좋지"

 다리를 붙잡더니, 쫙 벌린다. 구석구석 훑어본 아저씨가 능글능글 웃는다.

 "좋은 다리군. 달리기가 빠르겠어"

 다리 뒤부터 장딴지까지 핥아댄다.

 기분 나쁘다고 생각했지만, 마음을 지우고 멋대로 하게 둔다.

 "젊은 여자는 좋지. 몸의 반응이 빠르거든"

 내 안에서 허리를 흔드는 아저씨도 비정상적으로 빨라서, 아프다.

 하지만 괜찮다. 엉덩이를 맞아도 아무렇지도 않다.

 계속 창녀로서 살아왔다. 이런 손님들 뿐이었다.

 아직, 내 일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이틀째가 되어서도 아침 댓바람부터 군인들이 찾아온다.

 야근인가 뭔가라면서 한밤중에도 갑자기 들어올 정도라서, 나는 거의 잠도 자지 못했다. 하는 도중에 잠들었더니 얻어맞았다.

 그렇지만, 잠이 온다구. 싸고 싶을 뿐인 노잼 섹스가 24시간이나 계속되니까, 나도 나른해진다구.

 식사는 군인과 똑같이 나온다. 화장실도 샤워실도 들어갈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외 시간은 줄곧 박히기만 했다. 사디스트가 이따금씩 찾아와서 얻어맞기도 한다.

 이런 일이 계속된다면, 창녀 경력이 긴 시크라소 씨라도 이상해질 만 하다.

 3교대 정도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지만, 잘 생각해보니 이쪽 세계도 일단은 풍속 규칙이 있다. 찾아가는 서비스는 전면적으로 금지되어있다.

 그렇기에 가게 밖에서 데이트하는 서비스도 '아가씨 파견'이라는 명목으로 하고 있다. 손님의 방에 찾아가는 아가씨도 자유 연애라는 건전한 이유를 댄다.

 즉 이거, 군이 위법 행위를 하고 있는 상태다. 위문이라고 속여서 데려온 이유도 그것 때문이리라.

 그렇게 되자 다른 불안감이 떠오른다.

 나, 제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

 "──물론 약속의 기한이 되면 창관으로 돌려보내줄 거야"

 비스크 씨가, 날 안으면서 웃는다. 이 사람의 자지는 길고 단단하다.

 "하루쨩은 귀여우니까, 나로서는 계속 있어줬으면 좋겠지만"

 내 피부를 조심스레 만진다. 언뜻 보기에는 상냥해보이는 미소와 익숙한 애무.

 섹스룸의 여자를, 이 사람은 마치 연인 대하듯 안는다.

 "처음 봤을 때부터 관심있었어. 나중에 둘이서 놀러 가지 않을래?"

 이 새끼, 진심으로 돌아버렸나? 말도 되지 않는 소리를 하네.

 여기에 내 편은 없구나 하고 생각했다.



 "……아아, 이 녀석인가"

 남자의 체액 범벅이 되서 굴러다니는 나를, 버프네스 백대장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내려본다.

 "꽤 근성이 있군. 여자 치고는 훌륭해"

 상의를 벗고는 부하에게 들게 하고, 벨트도 푼다.


 전에 루페쨩을 괴롭혔던, 흑광을 내뿜는 귀신같은 자지.

 자지를 꺼내더니, '네 발로 엎드려라'라고 내게 명령핳ㄴ다.

 "나도 너희들과 똑같은 여자를 안는다. 우리들은 가족이다"

 "백대장님!"

 버프네스 백대장의 황송한 말씀에, 군인들이 감동해하며 경례를 한다.

 병신들인가?

 "여자"

 내 엉덩이를 붙잡더니, 갑자기 쫙 넓힌다.

 "힘을 빼라. 저항하면 죽는다"

 이상한 곳을 넓힌다. 아니, 항문을 넓힌다.

 "잠깐, 기다…읏!"

 그쪽으로 한다니 들은 적 없다구.

 아니, 들었다고 해도 곤란한데.

 "아, 아아아앗!"

 몸이 찢어지는 느낌. 내장을 밀어올리는 느낌이다.

 뭐가 가족이냐 씨발. 혼자 비즈니스석에 앉는 것처럼 애널에 박지 말라고.

 "후웃, 후웃"

 장 안이 문질러져서, 숨시기가 괴롭다. 이상한 땀도 나오기 시작한다.

 엉덩이를 벨트로 때리고, 말을 조교하듯 범한다.

 "아, 아팟, 아파아!"

 "훗, 네년도 여자잖냐. 좀 더 섹시한 비명을 질러보는 게 어떠냐?"

 "아파아앗!"

 백대장은 점점 달아오르는지 날 범하며 때린다.

 그걸 둘러싸고 지켜보는 군인들.

 바보같다. 이놈들 진짜로 바보같다.



 마음을 죽이며 시간을 보낸다.

 인형이 된 것처럼, 백 명의 군인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게끔 둔다.

 그랬더니 반대로 이것도 지루한 시간이 되버려서, 내 인생은 뭘까 하고, 나 답지 않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이거, 진짜 쪼임이 장난 아닌데"

 "이미 진즉에 전원이 다 했겠지. 젊은 여자는 튼튼하구만"



 나는, 중학생 시절에 원조교제를 했었다.

 두 번째 남자친구와 막 헤어졌는데, 그때 첫 남친이 성가신 놈이 되서 찾아오는 등, 이것저것 귀찮은 일이 뒤섞였을 때, 언니가 임신을 했다.

 우리 언니는 이뻤지만 머리가 좀 느슨한 사람이라, 섹스 클럽을 운영하는 대학생들에게 임신을 당했다고 한다. 그야 부모님에게 말하기 곤란한 상황이었는데, 언니의 친구들이 '낙태 비용 내줄게'라고 말해줬다.

 후원자 중에도 믿음직한 지인들이 있어서, 언니도 그 사람을 굉장히 신용해서, 나도 엄청 좋은 사람이라 생각하고 쉽게 믿어버렸다.

 그때는 진짜 패닉 상태이기도 했고, 언니는 뭣도 모르고, 나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들이 구세주로 보였다.



 "입 벌려─. 흘리지 말고 마셔라"

 "너, 그거 좀 그만하라고. 키스할 때 이상한 냄새 난단 말이야"

 "아니, 이런 거랑 키스하고 싶어하는 쪽이 이상하잖아"



 돈도 빌려줬고, 예전 남친도 쫓아내줬다. 그리고 어떻게 빌린 돈을 갚아야 할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사람이 '같이 일해보자'라고 추천해준 일이 원조교제였다.

 거절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었고, 나도 그 사람을 믿고 있었고, 좋아했으니까, 했다.

 시세같은 것을 잘 몰랐던 나는 그쪽에서 소개해주는 남자들과 만나서, 섹스하거나 데이트를 해주고 한 번에 몇천 엔 정도의 보수를 받았다.

 꽤 간단하나 일이라고 생각했다. 주2회였던 것을 내가 먼저 주3회로 늘리기도 해서 빚을 갚을 생각이었다.

 그래서, 얼마나 빼먹었는지 나중에 듣고 따지러 갔지만, 위험한 일의 증거는 내 쪽에만 남아있어서, 역으로 협박당했다.

 무서워져서 부모님께 상담했더니, 엄청 혼났다. 친척 중에 경찰이나 법률에 빠삭한 사람도 있어서 어떻게 해결됐지만, 그에 대한 앙갚음으로 이상한 소문이 뿌려졌다. 고등학교는 통학 구역에서 떨어진 사립 학교로 가게 되었다.

 친구들도 없는 곳에서 리스타트. 그곳의 지리도 전혀 모르는데, 인간관계도 처음부터 만들어가야 한다는 느낌으로.

 나, 그때는 그곳이 마치 이세계같다고 생각했다.



 "핫, 하앗, 이 여자, 좋은데. 피부가 탄력있어"

 "그보다, 이상하지 않아? 백대장님께 그렇게 얻어맞은 엉덩이도, 완전 맨들맨들한데?"

 "촌구석 창녀니까 튼튼한 거겠지. 우리도 하자고, 으쌰"



 중학교 시절의 소문이 그곳에서도 조금씩 들려왔지만, 모르는 일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나는 계속 밝고 귀엽게 행동했다.

 실제로 귀여웠으니까, 두 살 연상의 사람과 금방 사귀게 되었다. 여자애들한테 남친의 친구를 소개시켜주면서 인맥을 넓혀서, 점점 친구도 많아졌다.

 포지티브, 어텐티브, 폴리티컬 커렉트니스.

 다른 사람이 좋아해줄 만한 일을 생각하거나, 흥을 돋구는 역할은 솔선에서 떠맡았다. 모두가 웃으면 나도 함께 웃고, 바보 취급하는 녀석은 바보 취급했다. 그러면서도 말이나 카톡을 쓸 때는 주의를 기울여서 적을 만들지 않도록 했다.

 고등학교의 시절을 반드시 즐기겠다고 정해두기도 했고, 그렇기에 인간관계를 망치고 싶지도 않았다. 조금씩 나도는 소문 따위 아무도 믿지 않게끔, 밝고 명랑한 나라는 이미지를 소중히 여겼다.

 뒤를 돌아보면, 과거가 무서우니까. 옛날의 내가 해왔던 일들, 지금 친구들에게 웃음거리로 삼아지고 싶지 않았으니까.

 이런 나에 대해, 교실 뭐시기라고 치바가 말했던가.

 걔도 참, 진짜 바보라니까.



 "야 임마, 좀 더 허리 흔들라고! 친구를 위해서 온 거잖아?"



 인간의 가치 따위, 내가 손 쓸 수 없는 곳에서 정해진다.

 거기서 어떻게 살아갈지는, 가치에 상관없이 스스로 정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니까 치바.

 혹시 네가 여기 와서, 나를 지키기 위해 강해진 거라고 다시 한 번 말해준다면, 두 번 다시 너를 바보 취급하지 않을게.

 뭐, 그럴 리는 없겠지만.

***

 사흘째에는 돌아가게 될 예정이었는데, 역시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그건 군 탓이 아니라 날씨 탓이었다. 아침부터 내린 비가 점점 격해지며, 이곳으로부터 북쪽으로 몇 키로 떨어진 곳에 있다는 전선의 몬스터들이 날뛰기 시작해, 전선 교대 지시가 늦어진다고 한다.

 그렇다는 말은, 은발의 아저씨가 오늘 밤 즈음에 가게에 와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자 창관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하루종일 마구마구 부려먹히느라 바빴지만 일하는 것은 좋아하고, 할 일이 많아 눈이 돌아갈 지경이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나는 것이 재밌었다.

 이세계는 최악이라고 매일같이 생각하고, 안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원래 있던 세계를 떠올렸지만, 지금 떠올리면 즐거워지는 추억은, 주점의 그 떠들썩한 분위기다.

 나, 설마하니, 창녀 일에 빠져버렸나?

 적어도, 술상대를 하며 자기자랑이나 무용담을 늘어놓고, 마음에 들어하면 손이 큰 사람은 팁도 주고, 기분 좋은 섹스를 해주면 또 지명해주는 그 가게 일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

 그야 부모님이 알게 되면 이번엔 어떤 이세계를 체험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이런 곳에서 재미없게 군인 아저씨들 상대나 하기보다는, 창녀로서의 가치로 승부하는 그 분위기가 좋다.

 루페쨩의 폭신폭신한 미소도, 시크라소 씨의 멋진 모습과 칠칠맞은 모습과 능숙한 노래도, 마담의 정갈한 느낌도, 씨름부의 치유력도, 은발 아저씨의 차분함도, 야구 모자도 있는 곳.

 나, 이쪽 세계에서도, 제대로 돌아갈 곳이 생겼구나.

 빠져있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기다려주는 사람은 있다.

 이런 곳에서 닳고 있을 때가 아니라구.

 "읏쌰!"

 "우와, 뭐야?"

 오랜만에 말다운 소리를 냈더니 목이 통증이 났지만, 기운이 난다.

 내 위에서 찔꺽찔꺽 형편없이 허리를 흔들던 군인을 밀어넘치고, 역으로 위에 올라탄다.

 "손님, 혹시 여자에 익숙하지는 않으신가? 허리놀림에 자신감 없어요? 괜찮다면 제가 강습해줄까요?"

 "어, 아니, 무슨 말을……"

 "네, 손으로 박자 좀 맞춰줄래요? 당신이 좋아하는 리듬으로, 제가 춤춰드릴게요~"

 "잠깐, 아니, 왜 그렇게 기운찬데──"

 그때, 내 섹스룸이 드르륵 열리더니, 비스크 십대장이 '거기까지다'라고 선언했다.

 "전선 교대 지시가 떨어졌다. 마물들은 일시적으로 후퇴중이다. 이 틈에 전선을 교대하고 밤에 대비한다. 서둘러 준비할 수 있도록"

 "넷!"

 다리를 벌리고 있는 나를 밀치며, 젊은 군인 아저씨가 일어서서 경례한다.

 후다닥 옷을 가지고 나가는 그를 배웅해주며, 비스크 씨가 훗 하며 웃는다.

 해냈다. 나는 창녀 일을 완수했다고.

 "……하루쨩, 혹시 불사신이야?"

 비스크 씨가 재밌다는 듯이 웃는다. 눈은 변함없이 웃고있지 않지만.

 "사흘. 무리하게 요구하는 놈들도 많이 있었는데, 하루쨩은 쌩쌩하네"

 "뭐 젊으니까요"

 너네들 따위에게, 지지 않는다고.

 비스크 씨는, 옷을 갈아입는 날 문에 밀어붙이며, '역시 돌려보내기는 아까운걸'이라며 즐겁게 말한다.

 시끄럽네. 난 돌아가겠어. 그 주점으로.

 "여기서 할 일도 끝났으니 말씀드리겠는데요. 당신 진짜 최악이예요. 두 번 다시 시크라소 씨에게 접근하지 말아주세요"

 비스크 씨는, 드물게도 놀랐다는 듯이 눈썹을 치켜세웠지만, 역시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을 지으며 웃는다.

 "알았어. 그렇게 하지"

 배웅해주고 싶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며 비스크 씨가 말한다.

 물론, 배웅 따위 내 쪽에서 사양이다.

 걸어서도 여유롭게 돌아갈 수 있다고. 흥이다.

 "아, 그렇지"

 생각났다는 것처럼, 일부러 그러나 싶은 동작으로 비스크 씨가 날 불러세운다.

 미소가 걷힌 차가운 얼굴. 오싹할 정도로 감정이 사라진 얼굴.

 그리고, 출구와 반대편을 가리킨다.



 "시크라소도 데리고 가"



 휑하니 넓은 막사 복도의 문을 하나하나 열면서 달린다.

 시크라소 씨의 이름을 외친다. 몇 번이고 부르며 그녀를 찾는다.

 창 건너편에서 군인들이 행진을 시작한다. 정의의 호령을 외치며, 군화 소리를 울리며.

 어둑어둑한 끝쪽 방에서, 뭔가 움직인다. 오렌지색의 머리가 아주 희미한 빛을 반사한다.

 "……시크라소 씨?"

 팅팅 부은 얼굴. 두툼해진 입술.

 이름을 불렀더니, 눈도 못 뜨게 된 눈썹을 이쪽으로 향하며, '하루쨩?'이라고 겨우겨우 말한다.

 갈라진 목소리로, '왜 여깄어?'라며 운다.

 "아아아아아아아─!"

 창문을 걷어차며, 군인 놈들의 등 뒤를 향해 외친다.

 "반드시, 죽여버리겠어어어!"

***

 마굿간에 남겨진 늙은 말에 안장을 걸치고, 시크라소 씨를 태운 뒤 나는 병원을 찾았다.

 부탁할 수 있을만한 친구는 한 명 밖에 없지만, 운 좋게 처음으로 발견한 병원에 그녀가 있었다.

 "하루 씨……?"

 흠뻑 젖어서 시크라소 씨를 업고 있는 날 보고 키요리가 놀랐지만, '빨리 그녀를 진찰하고 싶다'고 부탁하자 금방 끄덕여주었다.

 침실에 눗힌 시크라소 씨의 모습을 보고, 그녀의 낯빛이 창백해졌다.

 "괘, 괜찮은 거지? 시크라소 씨, 살 수 있지? 내 친구란 말야!"

 "……해볼게요"

 키요리가 입술을 앙다물고 시크라소 씨의 몸 위에 손바닥을 향한다. 짧은 주문을 읊자 손바닥에서 은은한 빛이 피어오른다.

 시크라소 씨의 눈썹이 꿈틀거리며 움직인다. 자그맣게 신음소리도 낸다.

 "시크라소 씨……"

 안심해서 허리가 빠져버리듯 무릎이 꺾이며,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으며 쓰러진다.

 다행이다. 이제 괜찮은 거 맞지?

 "이제 곧 키요리가 치료해줄 거니까…… 시크라소 씨, 힘내……"

 키요리의 빛나는 손이, 시크라소 씨의 몸 위를 해맨다.

 가슴 위로 오자, 키요리가 눈썹을 찌푸리며, 시크라소 씨는 목을 젖히며 괴로워한다.

 "얼굴을, 깨끗이 할게요"

 빛나는 손을, 쓰다듬듯 시크라소 씨의 얼굴 위에서 움직인다. 조금씩 그녀의 얼굴에서 붓기가 빠지며, 원래 얼굴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시크라소 씨의 얼굴이다…… 예뻐……"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코가 오똑하니, 진짜 미인이다. 내가 좋아하는 시크라소 씨의 얼굴이다.

 "하루 씨"

 키요리가, 심각한 목소리로 날 부른다.

 가슴 위를 쓰다듬으면서.

 "말을 걸어주세요. 지금이라면 하루 씨의 목소리도 들릴 거예요"

 "어?"

 "이게 마지막 대화가 될 거예요. 그녀가 천국으로 갈 수 있는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상냥하고, 재밌는 이야기를 해주세요. 진정하고, 천천히"

 "자, 잠깐 기다려. 무슨 말이야!"

 시크라소 씨, 이렇게 예쁜 얼굴인데.

 겨우 안심할 수 있는 곳으로 왔는데.

 "낫게 해줘! 할 수 있잖아, 상처를 낫게 해주기만 하면 돼!"

 "상처는 고칠 수 있지만 너무 쇠약해졌어요. 심장이, 역할을 다했어요. 그녀는 지금 하늘나라의 초대를 받고 있는 거예요"

 "싫어! 고쳐줘, 시크라소 씨를 낫게 해줘!"

 "하루 씨, 소리치면 안 되요. 그녀를 편안하게 보내주세요. 웃으며 잠들 수 있도록"

 "할 수 있을 리 없잖아! 너, 시크라소 씨가 무슨 짓을 당했는지 알아! 이렇게 될 때까지 남자들한테…… 웃을 수 있을 리가"

 "하루, 들어줘!"

 키요리가 호통을 쳐서, 나는 숨을 집어삼키고 말았다.

 연설하듯 그녀가 말한다.

 "……이쪽 세계에서는, 그렇게 해요. 신은 웃으며 찾아온 자를 따스히 맞이해주죠. 즐거웠던 추억을 말하며, 그녀가 앞으로 향할 곳에 불안감을 갖지 않도록. 희망을 갖고 미소를 신에게 보여줄 수 있도록 웃게 해주는 거예요. 그러니까, 하루 씨 웃어주세요. 웃어주세요!"

 목이 떨려서, 미소 따위 생기지도 않는다.

 분하고 슬퍼서, 하지만 이 기분을 죽이고 싶지 않다.

 그래도, 웃었다. 시크라소 씨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억지로 웃었다.

 "아, 아─…… 시크라소 씨, 기억나? 가게 앞에 벤치를 놓던 때, 처음에 마담이 엄청 난처하다는 표정 지었잖아. 그래도 우리가 맨날 거기서 점심을 먹으니까, 조금 신경써줬는지 과자도 가끔 내줬지. 그거 아마 자기도 끼고 싶었던 거야─. 그치만 사이즈가 셋 밖에 못 앉았으니까. 우리 자리였으니까. 불쌍하지만 어쩔 수 없었지─"

 시크라소 씨의 손이 차갑다. 굉장히 좋은 목소리로 노래하던 입술도 매말랐다.

 하지만, 역시 아름다운 얼굴이다. 내가 동경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거 말해버릴까─. 당일까지 비밀로 해두기로 했으니까, 루페쨩한테는 비밀이다. 다음에 셋이서 냄비 축제 하자고 말했잖아? 내 고향의 명물 요리, 어둠의 냄비라는 걸 둘에게 먹여줄 생각이었어. 어떤 요리냐면, 이게 또 규칙이 없는 데스매치 냄비같은 거거든. 우선 방을 깜깜하게 만들고, 각자 좋아하는 재료를 넣는 거야. 단 집은 음식은 반드시 먹어야 해. 히히. 내가 뭘 넣을 생각이었는지는 비밀이야─"

 즐거웠던 일만 이야기한다. 셋이서 웃었던 일을 잔뜩 떠들고, 앞으로의 일을 말한다.

 우리들 사이 좋았지. 이쪽 세계에서 친구가 생겨서 정말 기뻤어. 진짜 좋아해. 엄청엄청 감사해.

 그러니까──

 "……하루쨩"

 매마른 목소리로, 시크라소 씨가 내 이름을 부른다.

 "으,응! 나야. 여깄어"

 미약하게 움직이는 입술. 손가락이 약하게 내 손을 잡는다.

 "……결혼식……와줘……"

 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비스크의 차가운 얼굴과, 시크라소 씨의 눈물이 겹쳐지며 난 크게 소리지를 뻔했다.

 하지만 웃는다. 열심히 웃는다.

 "꼬, 꼭 갈게. 다 같이 떠들썩하게 하자!"

 시크라소 씨도 미소를 지으며, 그리고──조용히 잠들었다.

 키요리는 빛을 시크라소 씨의 볼에 걸치며, 작은 목소리로 기도하기 시작했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펑펑 울었다. 처음으로 울었다.

 이쪽 세계에 오고, 이 일을 하게 됐을 때, 울면 정말로 비참해질 것 같아서 울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이런 것은 무리였다.

 "아아아아! 시크라소 씨…읏, 시크라소 씨이이! 싫어, 싫어어어어!"

 우리들은 비참하고, 불쌍한 존재다.

 그렇기에 이제 이 감정을 속이지 못하겠다. 분하면 운다.

 그리고 화낸다. 진심으로 화내야 한다. 나는, 이제 절대 그놈들에게 참지 않겠어.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어.



 키요리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뒷일을 부탁하며 밖으로 나왔다. 비는 점점 강해져서 밤을 흐릿하게 한다. 내가 타고온 말은 그래도 나를 기다려주었다.

 쫓아온 키요리가 외친다.

 "하, 하루 씨. 어디 가려고요!"

 "그놈들이 있는 곳"

 지금 얼굴을 키요리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등을 돌린 채 대답한다.

 "가서 어쩌려고요. 뭘 하려고요!"

 그리고 그녀는, 고삐를 잡는 날 보며 이상하다는 듯이 말한다.

 "……말, 탈 수 있나요?"

 탈 수 있어.

 이쪽 세계에서 여자는 탈 수 없는 말도, 나는 금방 탈 수 있었다.

 원래 세계에서도 만져본 적 없지만, 금방 익숙해져서 생각한대로 달려주었다.

 지금의 나는 그 쯤이야 할 수 있다. 칼도, 잡을 수 있다.

 "키요리는 이제 눈치챈 모양이니까 알려줄게. 네 생각대로, 나랑 치바는 다른 세계에서 끌려왔어. 이쪽 세계의 신이, 아마도, 마왕이라는 놈을 쓰러트리기 위해서. 그래서 치바도 보통 사람보다 강하고, 시크라소 씨랑 똑같은 꼴을 당한 나도 멀쩡하지"

 그 건방진 신은, 뭘 어떻게 하라고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시크라소 씨를 천국에서 가장 좋은 자리에 데려다주지 않으면, 그 신 진짜 죽여버리겠지만.

 그래도, 오늘 처음으로 조금 고마워졌다. 이 세계에 이상한 규칙을 만들어준 것에.

 "나랑 치바는──신에게 치트 스킬을 받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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