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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10일 토요일

JK 하루는 이세계에서 창녀가 되었다 13화 JK 하루는 이세계에서 창녀가 되었다

 "지금, 신의 품으로 인도된 그녀의 이름은──"

 시크라소 씨를 묻으며, 가게 직원 전원이서 배웅해준다.

 푸른 하늘 아래, 그녀는 미소를 짓고 있다. 평소처럼, 아름다운 얼굴이다.

 "……시크라소 씨…… 으읏"

 우는 루페쨩을 뒤에서 안아준다.

 그녀의 푹신푹신한 머릿결이 기분 좋아서, 부드러워서, 나도 얼굴을 파묻고 울었다.

 시크라소 씨의 죽음은, 병사로 처리되었다.

 가게 사람들 모두 받아들이지 못했고, 그 길드장 일가까지 함께 불만을 토로하러 와주었다. 하지만 백대장의 신분이 너무 거물이었고, 제일 중요한 부대가 전멸해버렸기 때문에 어영부영 끝나버리고 말았다.

 잠시동안은 가게도 데이트나 위문 같은 외부 활동은 중지하기로 했다. 가장 책임을 느끼는 사람은 마담이었다. 계속 울면서 사과해서 아무도 그녀를 추궁하지 못했다.

 나도 마담 탓이 아니라고 말했다. 마담은 나에게 '무사히 돌아와줘서 고마워'라고 말하더니, 또 울었다.

 창녀는 슬픈 직업이다. 약한 사람들 뿐이다. 흘러갈 수 밖에 없을 때 흘러가버리는 건 어쩔 수 없다.

 일어설 수 있을 때에, 곧바로 다시 일어서자.

 "시크라소 씨……"

 정말 좋아해.

 우리들, 마지막까지 친구였지.

 앞으로도 친구야.



 자 그럼.

 그래도 일은 해야만 한다.

 우리는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여자다. 손님 앞에서는 미소를 지어야 한다. 몸도 언제나 갈고 닦아야 한다.

 "어서오세요~!"

 이번주도 연일 만원이 계속되는 점내를 나는 달리며 돌아다닌다.

 테이블도 OK, 음료수도 OK, 바닥 벽 천장도 이상 없음.

 최근엔 스킬 '목수의 대가'를 얻었다. 덕분에 가게 내부 수리에 관해서도 신경이 쓰이는 탓에 죽을 맛이다.

 하─, 정말, 귀찮은 치트라니까. 신 녀석, 또 와주지 않으려나. 슬슬 두들겨 패주고 싶은데.

 "하루쟝, 슬슬 스테이지 시작할 시간이야"

 "아, 네!"

 하지만, 일에는 전력 스킬로 마주해야만 한다.

 내가 열심히 하겠다고 정했으니까. 지금, 이 가게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나 뿐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무모하게도.

 "어, 어─. 오, 오늘 밤은, '야상의 청묘정'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도 안 듣잖아─. 웅성웅성거리는 점내는, 스테이지 중앙에서 기타 비스무리한 악기를 끌어안고 있는 나를 전혀 주목해주지 않는다.

 어웨이감이 장난 아니다. 뭐야 여기 내가 일하는 가게 아닌가? 아니었어? 나, 여기서 꽤 잘 팔리는 애 아니었나?

 '하루쨩'

 잔일을 하던 루페쨩이, 슬쩍 내 쪽을 보며 주먹을 쥐고는 '힘내'라는 사인을 보내준다.

 잘 보니까 평소처럼 구석 테이블에서 씨름부가 어째서인지 긴장하며 땀을 닦고 있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 미소를 지었다.

 그 사람처럼 멋있게는 할 수 없지만, 나답게 웃어보자고 생각했다.

 "응, 응응. 그럼, 들어주세요. 내 고향의 노래. 'TT'예요"

 고기를 뜯고 남은 뼈를 픽 대신으로 삼아, 현을 친다.

 틈틈이 연습해서 꽤나 능숙해진 기타가 기분 좋은 음을 울린다.

 "이러지도 못하는데 저러지도 못하네 그저 바라보며 ba-ba-ba-baby~♪"

 너무 음치라 노래방 직원들도 질려했던 적이 있던 내 노랫소리가, 아름답게 점내에 울려퍼진다. 여전히 다른 사람은 전혀 들어주지 않는 것 같지만, 씨름부나 루페쨩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나도 깜짝 놀랐다. 그 버프네스 백대장의 스킬이, '굉장한 노래 실력'이라는 점이 굉장히 웃겼지만. 죽이기 전에 한 곡 시켜볼걸 그랬다.

 하지만, 지금은 내 노랫소리다. 자신있게 손님들에게 들려줄 수 있다. 팔리는 노래다.

 그저 뭐, 내가 너무 딱딱해서 전혀 노래를 잘 부르고 있지 못하는 상태지만…….

 시작해보면 어떻게든 되리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무리였다. 단독 스테이지의 압력이 장난 아니다. 도와줄 사람이 곁에 없다는 점이 엄청 불안하다. 내가 웃고 있는지 어떤지도 잘 모르겠다. 그래도 얼굴에 불이 난 것처럼 뜨겁다는 사실은 알겠다.

 날뛰고 싶다. 평소처럼 신바람나서 스테이지를 휘젓고 싶다. 하지만, 내가 날뛰어버리면 누가 이 스테이지를 맡을 수 있을까.

 목소리를 떨면서 나는 노래한다.

 "매일 상상만 해 이름과 함께 쓱 말을 놨네 baby~♪"

 게다가 진짜 말도 안 되는 박자로 씨름부가 박수를 치고 있고.

 오히려 하기 힘들다고. 씨름꾼이 씨름판에 등장하면서 가슴팍을 치는 것 같잖아.

 루페쨩까지 손님들에게 같이 하자고 부추기고 있고. 떼창할 필요는 없는데.

 힘들어─. 하기 싫어─.

 하지만 웃어야지. 나 웃어야 해.

 이건 이것대로, 나다운 스테이지다. 재밌어.

 웃고 있는 거 맞지? 시크라소 씨도.

***

 "──엣, 거짓말, 뭐야 이거, 나한테 주는 거야?"

 어째 씨름부가 평소보다 더 긴장했나 했더니, 내가 스테이지 데뷔를 한다니까 꽃 선물을 준비해서 그랬던 거였다.

 분홍색의 작은 꽃다발이다.

 나, 지금까지 남자들한테 받는 선물이라면 옷이나 자잘하고 실용적인 물건이 좋다고 생각했고, 씨름부라면 적당히 고기라도 주겠거니 생각했는데. 사실대로 말하자면 꽃은 인생 살면서 처음으로 받아본 선물이었다.

 "싫다…… 뭔가, 엄청 기뻐……"

 내가 생각하기에도 너무 의외라서, 진짜 엄청 기뻤다.

 울어버릴 것 같았다. 아니 이미 울어버렸지만.

 감정을 억누르거나 죽이기를 포기하겠다고 생각했을 뿐인데, 갑자기 흘러나오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어서, 씨름부를 당황스럽게 만들어버렸다.

 어째서인지 루페쨩까지 울음을 터트려버려서, 뭐랄까 굉장히 마지막회 같은 분위기다. 우리들의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라고 생각하던 와중에, 다른 손님들이 듣지도 않았던 주제에 박수를 쳐주기 시작했다.

 바보들. 다들 정말 좋아해.

 "이야─, 설마 하루의 'TT'를 들을 수 있게 되다니. 솔직히 나, 여자 아이돌에 흥미 없었는데, 그립다고 하면 그립다고 할까. 아, 그거 부를 수 있어? 'Glossy MMM'. 그거라면 나도 옛날에 친구들이 우타이테 같이 해보라고 해서 해봤던 적도 있으니까. 뭐 기간 한정으로 했던 거라 정확한 즐겨찾기 등록된 수는 모르겠지만, 좋아요는 꽤 높았으니까, 뭣하면 지금 같이 불러볼래?"

 꽃, 시들지 않을까? 콧물까지 질질 짤 뻔했다.

 "왜 네가 여기에 있는데!"

 "네 곁에는 내가 있어야지. 그거면 충분하잖아? 슬슬 하루도 머리를 식혔겠다 싶어서 말야. 뭐, 하루가 영문모를 소리를 하는 게 하루이틀 일도 아니고. 그런 점까지 포함해서 내가 지켜줘야겠다는 느낌이랄까? 헤헷"

 치바가 빨간 머리를 쓸어올리며(올라가진 않았지만) 얼굴을 붉힌다.

 믿기지가 않네. 이 녀석, 진짜 나한테 있어서 완전 쓸모없지 않나?

 그런데 어째서 난 100명이 넘는 사람들한테 둘러싸인 와중에, 이딴 녀석의 이름을 중얼거렸을까. 진짜 흑역사라니까.

 레벨 바인드를 해제해야…… 이 녀석을 빨리 없애버려야…….

 "아, 비다"

 펄펄 끓어오르는 마음을 식혀주듯이 내리기 시작하는 비.

 나는 차가운 색을 띈 그 사람의 눈동자를 떠올린다.

 사실 그 뒤로 은발 아저씨는 단 한 번도 가게로 와주지 않았다.

 대체 뭘 하며 지내고 있을까. 나 그렇게 별로였나. 잠깐 진심으로 자신감이 깎여버렸다. 확실히 후반은 완전 흐트러져서 프로로서 부끄러울 따름이었지만, 그래도.

 ──아니.

 가게 밖에 와있다. 여자의 스킬이랄까 후각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나는 꽃다발을 치바의 헬멧 머리에 꽂아버리고, 가게 밖으로 뛰쳐나간다. 밤이라도 눈에 띄는 물에 젖은 은발. 장신에 롱코트. 매우 날카로운 눈동자.

 아저씨다.

 내 심장이 엄청나게 뛰기 시작한다.

 "아, 안녕하세요. 저기, 비, 젖잖아요. 가게로 들어오시죠!"

 아저씨는, 지긋이 내 얼굴을 바라보더니, 표정도 바꾸지 않고 말한다.

 "술은 됐다. 네 얼굴을 보러 왔을 뿐이니까"

 ………….

 엥? 무슨 소리야?

 나는 순간 얼이 빠져서 굳어버리고, 불닭볶음면처럼 빨개졌다.

 어, 곤란한데. 나 아직 일하는 중인걸. 하, 하지만 마담한테 말해서 지금부터 휴가를 받을까? 그리고, 내 방으로 불러도 되나? 그나저나 일도 아닌데 남자를 방으로 들이는 건 처음인데, 오, 오늘 밤에 자버릴까?

 갑자기 그런 말을 들어도 전혀 마음의 준비라던가, 아니 몸은 이미 준비되었지만! 일이니까!

 하지만, 아저씨는 여전히 무표정으로, 영문모를 소리를 한다.

 "……언젠가, 너 같은 녀석도 나타나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설마 너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라고, 수수께끼 같은 말을 남기며 아저씨가 눈을 가느다랗게 뜬다.

 "나는, 지금도 비통함에 빠져있다. 너희들에게 허가나 자비를 품을 생각도 없다. 하지만 너희들에게 있어서는, 이미 다른 세대의 이야기라는 것도 이해해. 진화, 변화, 그게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이며, 과거는 버리고 떠나가는 생물이라는 것도. 내 비통함도 지금의 너희들에게 있어서는 그저 동화 이야기일 뿐이지. 이계에서 온 사람에게는, 더욱이 그러할 것이고"

 아저씨의 머리칼에, 볼에, 비가 흐르며 떨어진다.

 어쩌면, 빗속이 아니면 살아갈 수 없는지도 모르겠다. 이 사람, 울지 못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이야기를 끝내는 자가 언젠가 나타난다. 그게 어떠한 결말이더라도, 내게 있어서 불행이라는 점은 틀림없지. 그렇다면, 그게 너라는 사실이 아주 조금은 행운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해서, 네 얼굴을 보러 왔다.

 말을 마친 아저씨가 나를 바라본다.

 뭔가 말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아저씨의 이야기는 역시 나로서는 전혀 이해가 안 되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평소처럼 영업용 미소도 짓지 못하고, 멍하니 서있을 뿐이었다.

 그랬더니, 아저씨가 아주 조금 웃은 것 같았다.

 "다음은, 네가 내 거처까지 와봐라"

 갑자기 집으로 초대를?

 그런데 아저씨는 나한테 어디서 사는지도 가르쳐주지 않고 등을 돌렸다.

 "나는 아직 끝낼 생각이 없어. 오겠다면 전력으로 맞이하마. 잘 갈고닦도록 해라. 지금의 너는 아직, 나에게는 미치지 못한다"

 빗속에서 녹아내리듯, 아저씨의 등이 점점 멀어져간다.

 나는 결국,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도, 나 스스로의 마음도 알지 못한 채 배웅해버리고 말았다.

 어째 차인 기분이 든다.

 그래도 어째선지, 꽤 프로포즈에 가까운 말을 들은 기분도 든다.

 나, 어떻게 된 거야 싶을 정도로 멍해졌다.

 이 이상 저 사람에 대해 아는 것이 무서울지도 모르겠다. 다가갈수록 미움받을지도 모르겠다. 엄청 고독함을 뒤집어 쓴 기분이다.

 하지만, 역시 좋아한다.

 날 품었던 남자들 중에서도, 유일하게, 경험치랑 스킬까지 준 사람.

 어째서 그 사람만 그랬는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째 엄청 좋은 느낌이라, '그건 사랑의 기적이었다'라는 일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기쁘겠다고, 비에 기도했다.

 ──비는, 그 사람이 사라지자 금방 멎었다.



 "하루, 뭐해. 쫄딱 젖었잖아"

 "너야말로, 뭐야 그 새빨간 손수건. 이바라키의 마술사야?"

 "치바의 마술사겠지! 아니 마술사도 아니고 치바 태생도 아니지만! 나는 도쿄에서 태어나 이세계에서 자란──"

 "하루쨩, 이거 써"

 "고마워─"

 루페쨩이 건네준 푹신푹신한 타월을 받아 머리의 물기를 닦는다.

 아─, 썰렁했어. 치바까지 포함해서.

 "……무슨 일 있었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 루페쨩에게, 아무것도 아니라고 대답한다.

 그렇게 말할 수 밖에 없었다. 어떻게 될지, 나도 잘 몰르겠으니까.

 창녀의 사랑이니까.

 "좋─아, 달아올랐어!"

 구질구질하게 고민하지 말자, 하루. 오늘 밤은 잔뜩 벌어주겠어!

 "나! 오늘 밤은 엄청 하고 싶은 기분이야! 첫 남자한테는 천국을 맛볼 서비스를 해줄게! 살 사람 있냐!"

 쌔앵, 하고 점매가 조용해진다. 또 실수했나 싶었는데, 폭소와 함께 여기저기서 손을 드는 남자들이 나타났다.

 내 정가는 100루버.

 하지만, 점점 가격이 올라가 순식간에 200루버를 돌파. 진 사람에게도 건배와 허그로 건투를 치하한다. 가격 레이스는 점점 더 주목을 받으며, 드디어 단 두 사람이 남았다.

 "사, 300루버 내겠습니다!"

 "으으윽…… 355루버!"

 씨름부랑 치바라니, 뭐랄까, 역시 내 주변에 남는 건 이 둘이구나 그렇구나. 별로 신선미가 없는 녀석들의 경쟁이 되버렸다.

 그보다 누구, 치바한테 이런 때에 값을 부르는 방법 좀 알려줘. 이 녀석 차례가 될 때마다 굉장히 분위기 다운된다구.

 뭐, 이 흐름으로 간다면 씨름부로 정해지겠지.

 괜찮은걸, 마음껀 욕정하게 만들어줄게. 고기의 바다를 가로질러주겠어 좀 더 싸워라! 라고 생각하던 차에, 구수하고 조용하게, 하지만 굉장히 또렷한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1000루버"

 소란스러운 장 외에서, 한 사람이 테이블에 걸터앉아있었다.

 언제부터 거기 있었는지, 백발과 흰 수염의 할아버지가 방금 말한 돈을 쌓아두며, 치바와 씨름부를 도발하듯 바라본다.

 "……음, 왜 그러지?"

 금액보다도, 이 아저씨 존재감에 당해 모두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낡아빠진 카우보이 모자. 거기에 재봉이 잘 된 가죽 자켓. 투박한 부츠. 웬일인지 양쪽 허리춤에 검을 찬 스타일. 여러 사람을 봐왔지만, 이도류는 처음 본다.

 살짝 불량 할배. 라기보다, 굉장히 현역 느낌 물씬 풍기는 일찐의 관록을 내뿜으며, 할아버지가 입을 연다.

 "이거 내 승리인가, 아가씨?"

 씨름부는, 지갑 안을 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치바는, 웃음이 터질 정도로 새파랗게 질려서 바들바들 떨고있다.

 나는 양손을 벌리며 할아버지를 환영해준다.

 "1000루버로 낙찰! 사주셔서 감사합니다~!"

***

 할아버지는 내 방에 들어오자마자 침대에 앉았다.

 의자 같은 가구도 없어서 침대에 앉는 게 당연하지만, 처음으로 들어온 방에서도 자기 집인 듯 행동하는 이 태도, 여자에 익숙하다는 느낌이 든다.

 "아무것도 없는 방이구나"

 모자는 벗어도 허리춤의 검은 푸르지 않는 것도, 뭔가 이것저것 익숙하다는 느낌이다.

 방을 가볍게 훑어보고는, 나를 지긋이 바라보며 말한다.

 "이 장사를 한지 오래되었나?"

 "음─, 아직 1년도 지나지 않았어요~"

 등에 달린 단추를 푸르자 원피스가 느슨해진다.

 시선은 마치 살갗을 뚫어버릴 기세인데, 그건 결코 여자를 보는 눈빛이 아니라, 칼로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눈빛이다. 그 사람이랑 조금 닮았을지도 모르겠다.

 "아가씨는, 서큐버스를 알고 있나?"

 "고양이 버스라면 타본 적 있는데요?"

 내 회심의 개그에 반응도 안 하고, 할아버지는 관자놀이에 손가락을 짚으며, 눈을 가느다랗게 뜬다.

 "서큐버스란 말이지, 뭐, 전설 속의 괴물이야. 간단히 말하자면, 남자를 잡아먹지. 보지로 말이야. 바싹 마를 때까지 정력을 쥐어짜서, 자기 것으로 만든다고 하더군. 무서운 이야기지"

 가슴에 감아둔 천을 푼다.

 최근 가슴에도 살짝 자신이 생겼다. 부풀어오르기 시작했거든.

 할아버지에게는 무시당했지만.

 "그놈들이 어떤지 모르지만, 이 마을에도 괴물이 있지"

 천을 간단히 정리하고, 원피스 위에 둔다. 드디어 마지막 무기인 팬티에 손을 댄다.

 "군은, 그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지도 않고 마왕의 부하와 공멸했다 단정지었어. 소문 정도는 들었지만, 성가신 백대장님의 중대였으니까 말이지. 하지만 현장을 보면 금방이라도 알 수 있어. 상대는 마물이 아냐. 마물의 무리를 전부 몰살시킨 상대도, 군이 아니지. 괴물이야. 홀로 그들을 전멸시킨 괴물이 있어"

 자신있는 엉덩이까지 보여줬는데, 이 할아버지는 역시 전혀 반응하지 않는다.

 가게를 잘못찾아온 게 아닐까? 여기는 특수 양로원이 아니라구.

 할아버지는 여전히 자기 이야기에 몰두하며, 양쪽 검지를 세우고, 어린아이에게 말하듯 내게 설명한다.

 "사라진 백대장의 시신까지 포함해, 인간이 백 명. 마물의 목도 백 개. 정확하게 맞춰서 해치웠어. 이건 대체, 어느 쪽 괴물이란 말인가. 사람인가, 몬스터인가. 편파적으로 정을 베풀지 않고 공평하게 판정했어. 모두 쓰레기라고, 이 녀석은 말하고 있는 거야"

 양손의 손가락을 마치 싸우듯 엉겨붙게 하더니, 살아남은 쪽은 어느 편도 아니라는 의미로, 새끼손가락을 세웠다.

 "범인은, 꼬맹이야. 괴물이지만 내용물은 꼬맹이지. 힘에 심취해 신이라도 된 마냥 날뛰어버린, 사춘기의 빌어먹을 꼬맹이야"

 내 알몸이 아니라, 얼굴을 바라보며 할아버지가 말한다.

 "비 때문에 대부분 지워졌지만, 그곳에서 여자의 것으로 보이는 발자국을 발견했지. 그 녀석은 마을에서 말을 타고 달려와, 말을 타고 돌아갔어. 병영까지. 그 다음부터는 걸어서 마을까지 돌아갔지"

 사건 며칠 전에, 병영을 드나들던 창녀가 있다고 목격한 녀석도 있지.

 그렇게 말한 할아버지는, 점점 더 시선을 날카롭게 만들며, 거의 노려보듯이 나를 바라봤다. 무기도 없는 알몸의 나를 옭아매듯이.

 "괴물 꼬맹이가, 제 집인 양 우리 마을에 살고 있다고 생각했더니, 열이 뻗쳐서 잠을 못 자겠더군. 어차피 시시껄렁한 이유로 다 죽여버린 것이겠지. 찾아내면 인간을 대표해 내가 베어줘야겠어"

 자세히 보니까, 할아버지의 검 두 자루가 이상한 끈으로 묶여있었다.

 혹시 내가 레벨 바인드를 해제하더라도, 혹시 그 검을 빼앗으려해도, 아마 빼앗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사람 밖에 뽑을 수 없는 구조로 되어있을 테니까.

 그런 기능이 있다고, 손님한테 들은 기억이 있다.

 진짜 강자는 주의심이 깊다고.

 "아가씨, 뭔가 아는 사실 없나? 짚이는 구석이 있다면 알려주게"

 주점의 바보들이 떠들어대는 소리가 여기까지 울려퍼졌지만, 우리들 사이의 분위기는 찬물을 끼얹은 듯이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그 밤을, 시시껄렁한 이유라는 말을 듣고서 열이 뻗치는 건 오히려 나다.

 하지만 그게 도발이고 함정이라는 사실 정도는, 나도 안다.

 밤의 창관은 다툼, 싸움, 수상쩍은 거래, 뭐든 일어나는 데다가 나도 자주 봐왔다.

 이 정도 위험과는, 몇 번이나 마주쳤다.

 창녀는 완력이 아니라, 몸 전체를 써서 승부하는 법이다.

 "저기, 아저씨"

 허리를 흔들며 다가가, 슬쩍 엿보듯 몸을 굽힌다.

 "알몸의 여자를 앞에 두고서 그런 재미없는 이야기만 하면 인기 없다구요?"

 정체 따위야, 평범하게 물어보면 평범하게 알려준다구. 내 정체가 무엇인지, 이 몸을 보면 알 수 있잖아.

 할아버지는, 아주 조금이지만 입술 끝을 올렸다. 하지만 눈빛은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몸을 일으켜, 명함 대신 내 몸을 잔뜩 보여준다.

 "내 이름은 하루야. '야상의 청묘정'의 창녀고"

 이 가게에서 성장해온 가슴도 엉덩이도, 내 자랑거리다.

 이미 훨씬 전부터 JK의 몸이 아니게 되었다. 창녀의 몸이다.

 "이렇게 보여도, 가게에서 매상 4위의 인기 아가씨라구. 하지만 여기까지 오는 거 엄청 힘들었어. 진짜 괴로웠다구. 이 마을에서 여자가 혼자 살아가는 게 얼마나 끔찍한지 남자는 모르지? 진짜 빡세다니까. 엄청 피곤하고. 좋아서 시작하는 일은 아니잖아, 이런 일이"

 매일 보지에 풀을 넣어야 한다고. 여기가 무슨 공항 세관이야?

 "하지만, 노력했어. 덕분에 꽤나 이 세계를 배울 수 있었어. 여러 사실을 알게 됐어. 그리고 결론을 냈어. 내 관점에서 보자면──이 세계야말로, 아직 꼬맹이라고 말이야!"

 이세계를 말하는 나에게, 할아버지의 퍼렇고 날카로운 눈동자가, 아주 조금이나마 크게 띄인다.

 하지만 금방 활처럼 구부러진다. 관자놀이에 손가락을 대며, 손주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듯이 미소짓는다.

 젊은 시절에는 엄청 미남이었겠지. 지금도 꽤 느낌 좋지만.

 "여기는 남자의 놀이터고, 남자만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세계야. 자기들 좋을 대로 규칙을 만들고 자기들 취향대로 흥을 돋구고, 조금만 핀잔주면 화내고. 하지만, 슬슬 여자도 신경써주는 게 어떨까─. 여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게 된다면, 좀 더 여러 발견을 할 수 있을 텐데. 자기들의 세계가 무너진다고 두려워할지도 모르겠지만, 언제까지고 좁은 세상에서만 즐기면 한 소리 듣는다구. 마음을 열어. 조금만 더 여자의 이야기도 들어줘. 그러면 더 어른스럽고, 밝은 세계가 될 수 있을 텐데"

 나도 응석부리고 싶어. 그런 세계의 품 속에서.

 좋아하는 남자한테만 안겨서 잘 수 있는 게, 진짜 꿈이야.

 "하지만, 전부 싫다는 건 아니야. 재밌는 일도 있고, 좋은 사람도 많이 있어. 친구들도 생겼어. 정들면 고향이라는 생각은 들지도 않고 촌구석이라고만 생각되지만, 내가 먼저 다가가면, 마음을 열어주기도 해. 그래도 잘 안 되서 울고 싶은 적도 많았지만. 심한 짓을 당해서 열받은 적도 있었어. 하지만, 항상 짜증나는 일만 있는 것도 아니고, 즐거운 일도 있었어. 웃음이 터져나온 적도 있고. 창녀지만, 매일이 아슬아슬하지만, 난 여기서 살아간다는 체감이 돼"

 그리고──이 세계에서, 난 열여덟 살이 되었어.

 "아저씨. 모처럼 날 사줬으니까, 우선 안아보는 게 어때? 가게에 돈을 낸 만큼, 진심으로 서비스해줄게. 범인은 나중에 찾아도 되잖아?"

 어깨에 손을 올리고, 허벅지 위에 올라탄다. 주름이 깊게 파인 피부는, 굉장히 거칠고, 남자의 냄새가 난다.

 할아버지는 작게 웃으며, '그것도 그렇군'이라며, 마치 아이처럼 복잡한 표정을 짓는다.

 위험해라. 지금, 조금이지만 내 얼굴이 뜨거워졌다. 남자의 치사한 면을 봐버렸다.

 "읏"

 할아버지가 등을 쓰다듬어줘서 오싹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번쩍 들려서 침대에 눕혀졌다.

 열심히 성인 여성의 색기를 내뿜으려는 나를 끌어안고 아이를 달래주듯하는, 진짜 어른의 손길. 거칠고 주름투성이인데, 여자를 다루는 행동은 상냥하다.

 등을 가볍게 쓰다듬는다. 이상한 목소리가 나올 것 같아. 지금, 조금이지만 쓸쓸한 기분이었는데 상냥하게 대해주면 진짜 곤란하다구. 이런 할아버지한테 두근거릴 정도로 취향이 넓어지면 일하는데 지장이 생기는데.

 할아버지 취향이 되어버렷~.

 "으읏!"

 입술을 빼앗아준다.

 혀를 스윽 집어넣고 입 안에서 휘감는다. 혀 아래 가장 부드러운 부분을 간지럽히자, 놀라서 얼굴을 내빼는 할아버지에게 눈을 깜빡이며 어떠냐는 듯이 바라본다.

 "……그게, '그쪽 세계'의 키스인가?"

 나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대답한다.

 "아니. 이 일을 하면서 배운 키스야"

 할아버지는, '정말 진심으로 이 일을 하고 있는 거냐?'라며 놀란다.

 그러니까 말했잖아. 이게 내 일이라고.

 "큭, 하핫. 그렇게 된 일인가. 신이 뽑은 것은, 진짜 창녀였단 말인가. 그렇다면 남자가 상대도 안 될만 하군"

 할아버지는 껄껄 웃고서, 허리춤의 칼을 시원스럽게 내려놓았다.

 옷을 벗자, 상처 투성이인, 하지만 탄탄한 가슴판이 드러난다. 아래도 순식간에 벗어버린다.

 오오. 할아버지, 완전 현역이잖아.

 "미안하지만 나도, 이쪽에서는 젊은 놈들한테 지지 않는단 말이지. 안아주마──하루"

 단단하고 긴, 안에 나무가 들었나 싶을 정도로 팔팔한 자지가 들어온다.

 배 아래서 숨이 차오른다. 이거 진짜 여자를 죽여주는 녀석이잖아. 심지어 넣는 방법도 진짜 잘 알고 있다. 상냥하고 강하게. 갑자기 기분 좋은 곳을 찌른다.

 "으읏, 앗, 아앙, 아앙!"

 진짜 목소리가 나와버렸다. 할아버지는 가볍게 움직일 뿐인데. 자지 형태를 내게 각인시키려 한다.

 몸이 푸근해진다. 얼굴이 뜨겁다. 문지르며 닿는 자지의 끝부분이, 내 반응을 즐기며 여기저기 자극한다.

 멋대로 입이 열리고, 야한 신음이 나온다.

 "하루"

 할아버지가, 내 얼굴을 지긋이 바라본다.

 "너, 가게는 그만두고 내 여자가 되지 않겠나? 여기서 지내는 것보다 재밌을 거야"

 할아버지 이놈~. 손녀 나잇대의 여자를 꼬시지 말라구.

 그럴 마음이 생기게 만드는 섹스 하지 말라구.

 나는 이를 앙물며 고개를 젓는다. 할아버지는, '그래?'라며, 허리를 강하게 움직인다.

 보지 안을 도려내듯이, 하지만 그게 전혀 싫은 느낌이 아니라, 당하면서도 기뻐지는 남자다운 허리놀림. 내 자궁을 밀어올린다. 그럴 때마다 찌릿찌릿하며 배가 울린다.

 "아앙! 앗, 하앗"

 조금 더 힘을 주면서, 내 쾌감을 점점 끌어올린다. 자지에 끌어안긴 듯이 허리가 붕뜬다.

 아아, 이 할아버지, 진짜 잘하잖아.

 "창녀 같은 일은 그만두고, 내 것이 되어라. 너에게는, 좀 더 넓은 세계를 보여주고 싶구나"

 그리고 내 머리칼을 쓸어올리고는, 눈을 맞추며 말한다.

 "너를 내, 인생 마지막 여자로 삼고 싶구나"

 두근거리게 만드는 할아버지네, 진짜.

 하지만, 창녀라고 가볍게 보지 말라구. 나는, 보지를 꽉 조이며, 할아버지의 허리로 발을 돌린다.

 힘껏 안기며 키스하고 허리를 흔든다.

 "읏, 하루, 너"

 그대로 몸을 빙글 돌리며 기승위 자세를 잡는다. 할아버지를 내려보며, 살짝 숨을 돌린다.

 "거짓말했지"

 "응?"

 "마지막 여자라니, 다른 여자한테도 말하고 다니는 주제에"

 할아버지는 '하루가 내 것이 되어준다면 다른 여자는 버리마'라며, 씨익 웃었다.

 망할 할배 같으니. 그런 면이 열받는다니까. 창녀라고 해서, 간단히 함락시킬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말아줄래?

 혀를 움직이며 딥키스를 한다. 허리도 초고속 모드로, 남자를 보내버릴 기세로 꾹꾹 조여준다.

 "읏, 크윽……!"

 어때, 할배? 얼굴이 빨간데, 혈압이라도 왔어?

 "꼬맹이가"

 할아버지가 몸을 일으키더니, 마주보는 자세로 앉는다.

 아래쪽에서 허리를 박아온다. 난 앞뒤로 허리를 흔들며 자지와 보지를 문질러준다.

 "응, 하앗, 위험해, 엄청, 좋아, 하지만, 아직이야"

 "너도, 읏, 대단하군, 음, 좋은 여자야"

 이 할아버지, 진짜 기분 좋아서, 어디론가 끌려가버리고 싶은 기분이 들어버린다. 하지만, 아니아니, 이런 날라리 할배한테 속지는 않는다구. 나한테는 동경하는 아저씨도 있는걸. 이건 비즈니스 섹스니까.

 할아버지가 내 머리칼에 손을 넣고, 끌어당기며 키스를 한다.

 그 키스는, 살짝 진심으로 녹아내릴 만큼 상냥했다.

 "그렇지. 여자도 보물도 마왕 퇴치도, 간단히 손에 넣을 수 있다면 재미가 없지"

 잔뜩 시간을 들여 얻어주마. 할아버지는 그렇게 말하고는,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우리는 아직 젊으니까 말이지"

 폭소하며, 키스하고, 허리를 흔든다.

 할아버지는, 내가 응석부리면 받아주고, 공격할 마음이 생겨도 얼마든지 받아주었다.

 내가 참지 못해서 '간다'라고 말했더니, 귓가에 '나도'라고 속삭인다.

 이렇게 상냥한 섹스는 처음이야. 포용력 장난 아니잖아.

 "하루. 너, 최고의 여자구나"

 하지만 역시 이런 쓸데없는 말이 많다고 생각하면서, 할아버지의 품 안에서 난 가버렸다.



 "──내 이름은 위지크래프트"

 내게 등을 돌리고, 자켓을 입으며 할아버지가 말한다.

 "직업은 만물상이지. 이 주변에서 자경단 놀이를 할 때도 있고, 숲에서 몇 달이나 지내기도 해. 가~끔씩 투기장에서 날뛸 때도 있고. 평소에는 광장 근처 주점에서 동료들과 바보짓을 하고 있으니, 언제든지 놀려와도 좋단다. 환영하마. 뭐, 네가 그럴 마음이 든다면 말이지만"

 라며, 고개만 돌린다.

 또 꼬시려고 해봤자 소용없다고 말해주려 했는데, 할아버지의…… 위지 씨의 눈빛에, 그런 색기는 없었다.

 "혹시라도 네가 마왕 녀석을 쓰러트릴 마음이 생긴다면, 말을 붙여줘. 우리가 반드시 너를 그곳까지 데려다주마. 하지만, 네가 만약 그쪽에 손을 빌려준다고 한다면, 그때는 뭐 알고 있겠지?"

 가볍게 '그럼 또 보자'라고 손을 흔들며, 위지 씨는 방에서 나갔다.

 찌릿했던 공기가 함께 나가버려서, 나는 '후아─'하며 깊은 숨을 토했다.

 뭐야 할아버지. 협박하지 말라고. 그보다, 어째서 내가 마왕 퇴치 따위를 가야 하는데.

 그런 건 남자들이 할 일이잖아. 이쪽 규칙 제1조잖아.

 그래도, 뭐, 그런 규칙 박살내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도 아니긴 한 데다, 숲 건너편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궁금하긴 하지만.

 지금은 무리. 그야, 앞으로 나도 좀 바빠질 테니까.

 보지 벌리고, 스키네 풀과 함께 정액을 긁어낸다.

 머릿속에, 평소의 짜증나는 팡파레가 울려퍼진다.

 ──하루는 387레벨이 되었다!

 ──스킬 '서바이벌', '트래킹', '더블 블레이드'를 손에 넣었다!

 "으쌰"

 샤워를 마치고, 주점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내려간다.

 오늘도 많은 손님이, 여자를 만나러 찾아온다.

***

 그로부터의 나날은 평소대로. 평화로운 매일이 계속되어서 나는 살짝 지루했다.

 라니, 그럴 리 없지.

 오늘도 이세계에서 나는 싸우는 중이다. 대낮의 상점가, 농후한 냄새를 풍기며 다니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우리는 주변의 이목을 모으며 향이 강한 차를 즐기고 있었다.

 즐기고 있다곤 해도, 이곳은 우리의 전쟁터였다.

 "그래도, 익숙해지니까 별로 신경쓰이지는 않네"

 "그치~?"

 루페쨩은, 처음보다 긴장하지 않게 된 모양이다. 차분한 자세로 차를 즐기고 있다.

 시크라소 씨까지 언제나 셋이서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시던 가게 앞 벤치는, 새로 들어온 아이들에게 양보해줬다.

 선배인 우리는, 새로운 스테이지를 찾아 거리로 나섰다. 그리고 찾아냈다.

 씨름부의 친가를.

 찾아냈다기보다도 떠올렸다는 느낌이지만, 우리들의 '씨름부 식당 카페화 계획'은 순조로이 진행되는 중이다.

 가게 앞에 테라스 자리를 만들고, 거기서 식사를 한다. 여자끼리 하는 외식은 상스럽다고 하든지 말든지, 신경쓸까보냐. 당당하게 먹어주마. 여자도 즐길 권리는 있다구.

 처음엔 '그만두자아아'며 징징거리던 루페쨩도, 훌륭한 가게 요리와 아저씨들한테 맞춰줄 필요도 없는 자유로운 회화는, 그녀를 낡은 관습에서 해방시켜준 모양이였다.

 "젊은 남자를 구경하는 것도 좋은걸"

 누군가가 바라보는 시선에는 익숙해져서, 손님이나 지나가는 남자들을 품평할 여유도 생겨났다.

 아쉽게도 점원 중에 미남은 없었지만, 우리가 이 가게를 오게 된 뒤로 주방에 출입하게 된 씨름부가, 지시대로 귀여운 샐러드나 달콤한 디저트 등을 만들게 되었다. 최근에는 스스로 여성 입맛에 맞는 메뉴도 생각하게 되었다.

 갈고 닦으면 무한히 레벨업하는 남자니까, 눈 깜짝할 사이에 이세계 최초 파티셰가 될지도 모르겠다고 기대하는 중이다. 그 통통한 손가락으로 엄청 귀여운 케이크 만드는 모습, 진짜 여자들한테 잘 먹힐 테니까 다른 손님도 와줬으면 좋겠다.

 게다가, 나랑 루페쨩 뿐만이 아니다.

 여자가 자유로이 밖에서 식사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더니, 엄청 감명을 받은 아이도 우리 멤버가 되었다.

 "안녕하세요. 하루 씨, 루페 씨"

 "오─, 키요리"

 "고생했어. 오늘도 투기장에서 오는 길이야?"

 "네. 하지만 오전 중에는 계속 일만 해서, B랭크 시합만 봤어요"

 자리에 앉아서 능숙하게 차와 케이크를 주문한다.

 천 년에 한 명 나올 법한 미소녀 시스터 키요리가 더해지자, 거리를 오가는 남자들의 시선이 한 층 더 농후해진다. 특히 젊은 동정 같은 놈들의. 하지만 그녀는, 전혀 신경도 쓰지 않는 듯하다.

 "강하다 싶은 사람도 가끔 있지만요. 하지만, 곰이나 호랑이 같은 느낌의 아저씨들 뿐이예요. 젊은 남자는 별로 없네요─"

 "영계가 없단 말인가─"

 "없더라구요. 같은 나이나 조금 연상 정도가 좋겠는데 말이예요"

 치바랑 헤어진 그녀는 파트너 절찬리 모집중이시다.

 그녀는 강하기만 할 뿐만 아니라, 외모도 성격도 중요하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다음엔 좀 더 좋은 남자랑 사귀었으면 좋겠다고, 키요리도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동정 냄새나는 사람은 이제 사양하고 싶어요"

 "나도 이해해~"

 생각을 꽤 지르게 된 키요리를 보고있자니, 어째 흐뭇해진다.

 나나 루페쨩의 어드바이스도 굉장히 진지하게 들어주고, 때때로 날카로운 태클까지 걸어준다. 이제는 우리들의 소중한 다과회 친구가 되었다.

 "빨리 숲으로 가보고 싶어요"

 "아─, 그렇지. 난 잘 모르겠지만, 파트너가 없으면 여자는 갈 수 없다고 했지?"

 "그렇다니까요. 정말 좆같다니까요, 모험자 길드 놈들"

 단, 최근에는 우리 영향을 너무 받았나 싶기도 해서, 병원이나 교회 활동은 괜찮은지 걱정되긴 하지만.

 "그래도, 여차할 때에는 저한테도 비장의 수단이 있으니까요"

 그렇게 말하며, 슬쩍 내게 시선을 돌린다.

 나는, 마주보지 않고 차를 마시며 발뺌한다. 비밀이었는데 말해버린 게 실수였으려나. 묘한 기대를 받아도 곤란한데. 나, 현대에서 자란 아이니까 야만적인 건 싫기도 하고~.

 "그러고보니 루페쨩. 키요리의 전 남친, 어때?"

 "전 남친이라고 하지 마세요. 그리고 내빼지도 말구요"

 "됐으니까 됐으니까. 그거 알아? 치바, 최근에 루페쨩이랑 2층에 간다니까. 실제로 지금 어때? 민폐 끼치고 그러진 않아?"

 "음~, 글쎄"

 루페쨩은 조금 생각하더니,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말한다.

 "확실히 동정 냄새는 아직 빠지지 않았지만, 난 그렇게 글러먹은 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하루쨩도 키요리쨩도, 치바 군을 키워줄 생각을 안 해서 그런지, 스스로 노력하는 법을 몰랐다고 해야할까"

 평소의 느긋한 어조로 말하는 그녀를 보며, 무의식 중에 자세를 바로잡는다.

 푸근한 미소를 띄우며, 루페쨩이 말을 잇는다.

 "처음에는 일단 가르쳤어. 상냥하게 하거나, 혼을 내거나, 응석부리게 해주거나. 진짜 가끔씩은 때리고 난 다음에 울 때까지 칭찬해주기도 하고. 그리고 섹스한 다음엔 대부분 불쾌해졌다는 척을 하면서, 뭐가 안 좋았는지는 스스로 생각해보라고도 했지. 근본은 성실하니까, 한 가지에 빠지면 열심히 하는 아이라는 건 알고 있었거든. 지금은 그 아이도 나를 '엄마'라고 부르며 응석부리기도 해. 솔직하게 되었으니까, 최근엔 조금씩 방치 기간을 설정했지. 스스로 더 노력해 내 관심을 끌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달까. 돈은 있겠다, 시간도 많은 모양이니까, 이것저것 선물을 보내주더라고. 그래도, 나 물건보다 애정이 더 좋으니까. 가게 앞에서 엎드려 빌 정도가 되면, 칭찬해줄까 생각중이야. 후훗"

 기르는 강아지를 어떻게 길들였는지 말하는 것처럼, 미소지으며 치바의 조교썰을 푸는 루페쨩을 보며, 키요리도 멍하니 입을 떡 벌렸다.

 나도 처음 이 일에 대해 이것저것 배우면서, 몇 번이나 놀랐다. 그녀가 남자를 대하는 조교력과 엄마력에 말이지.

 과연 연간 매상 랭킹 2위. 렬루다가 리스펙트합니다.

 "저, 저기요!"

 식어버린 차를 호로록 마시며 가게를 나가려던 찰나, 갑자기 우리 테이블로 다가오는 여자들이 있었다.

 야무진 표정에 땋아서 묶은 성실해보이는 아이다. 그 뒤에 숨듯이 얼굴만 빼꼼 내밀고 있는 숏컷의 아이. 둘 다 학생인지, 가슴에 몇 권인가 책을 끌어안고 있었다. 그러면서 순식간에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고 말한다.

 "저, 저희도, 그, 동석……해도, 괜찮을까요……?"

 우리는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내심 기쁨을 공유한다.

 "물론이지. 같이 차 마실까?"

 오늘도 우리 여자들은, 남존여비 세계의 구경거리가 된 듯한 시선을 모으며, 우아하고 당당하게 차를 마시는 전쟁을 계속한다.

 맛있는 케이크도 먹고, 친구도 늘리면서, 남자 이야기를 할 때도 있는가하면, 진지한 이야기도 하고, 때때로 저질스런 농담도 하면서, 배꼽을 잡고 웃기도 하면서 떠들고 싶은 아이는 언제든지 환영이야.

댓글 4개:

  1. 잘 보고 갑니다.
    곧 작품이 끝나는 것으로 아는데 다음 번역으로 이것도 하나요?

    https://bookwalker.jp/dedd6d7bcd-2944-4cb3-b947-cd2127f7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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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네 합니다 !
      번역 부탁한 친구가 본편이랑 외전 다 사줘서 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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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정말 잘 보고 갑니다. 너무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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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잘 보고갑니다. 외전 번역하신거 다봤는데 저게 끝이고 후속은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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