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린 시절, 제인드는 꿈을 꿨다. 그 꿈은 아주 역겨운 꿈이었다. 꿈 속에서 제인드는 사람을 죽였다. 처음에는 한 명이었다. 그 다음은 두 명. 꿈을 꿀 때마다 죽이는 수가 늘어났다.
처음에는 단도를 사용했고, 그 뒤로 폭탄을 쓰게 되고, 독을 애용하게 되었다. 관리 컴퓨터를 장악하고, 수로에 독을 풀었다. 에어 록을 완전 개방하고, 목을 부여잡고 죽어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녹화했다.
머신 캘리버를 폭주하게 만들고, 아이와 어른을 짓밟았다.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게, 최대한 많은 인간을, 최대한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죽인다.
공포와 불신으로 사회가 붕괴되고, 질서가 무너지고, 이윽고 사람들은 멋대로 서로를 죽이기 시작했다. 그 장면을 보며 제인드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한숨을 내쉰다.
눈을 뜰 때마다, 제인드는, 죄악스러운 자신의 꿈에 공포를 느꼈다. 사람을 죽인 것보다, 그에 만족과 쾌감을 느낀 자신이 무서웠다.
언젠가 눈을 뜬 상태로 사람을 죽이게 되지는 않을까? 언젠가 사람을 죽이는 꿈에서 깨지 못한 채, 현실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그런 날이 오지는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제인드는 두려움에 떨었다.
꿈 이야기는 아무에게도 하지 않았다. 꾸준히 공부에 정진하여 높은 성적을 유지했다.
그리고 성장함에 따라, 꿈은 사라졌다.
혹시 자기 마음 속에 살인 욕구가 있고, 꿈이 그 욕구를 해소해주고 있었던 거라면…… 꿈을 꾸고 싶어진 자신이, 다음엔 진짜 살인귀가 되버리지는 않을까?
제인드는 그렇게 벌벌 떨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 무렵 제인드의 악몽은, 직업의 적성 진단이었다.
높은 성적은 유지하고 있었지만, 마음 속에 반 사회적 경향을 지닌 '부적격'이라 판단되지는 않을까? 잠재 살인귀로서 처형되지는 않을까?
매일 밤 그 모습을 상상하며 가위에 눌리곤 했다.
자신의 적성 진단을 확인하고, 제인드는 진심으로 안도했다. 카운셀러. 어린 아이들을 이끄는 직업. 자신이 반 사회적인 살인귀라면, 전투 파일럿은 커녕 사회의 모범이 되는 카운셀러로 임명될 리가 없겠지.
꿈은 그저 꿈일 뿐이다. 과민했다. 자신은 인류 은하 동맹의 정의를 사랑하는 모범적인 시민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렇게 믿으며, 제인드는 직무에 매진했다.
꿈은 꿈.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사이에, 꿈은 몇번이나 다시 나타났다. 많은 아이들이 꿈과 적성의 일치를 보였다.
아이들에게 어울리는 꿈을 꾸게 해서 적성을 강화시키는 것인지, 아니면 아이들의 성격을 유도하듯 세뇌하는 것인지. 뭐가 됐든 마더 컴퓨터의 관여가 있다는 사실은 명백해졌다.
아이들이 꾸는 꿈의 대부분은 미래를 향한 사회 공헌으로 이어지는 꿈이었다. 모두를 지키는 방패가 되는 꿈. 가족을 만드는 꿈. 피투성이가 된 전투의 꿈이나 음모와 암살의 꿈을 보는 아이도 있었지만, 그 꿈 역시 전사로서, 정치가로서 사회에 공헌하는 측면을 지닌 꿈이었다.
그리고 제인드와 같은 꿈을 꾸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저 살인을 위해 사람을 죽이고, 인류 사회의 파괴를 목표로하는 꿈을 꾸는 사람은, 아무리 찾아봐도 제인드 한 명 뿐이었다.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제인드의 톱니바퀴가,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다.
멀리 떨어져나갔던 악몽이 되살아난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누군가를 죽이고 있는 건 아닐까? 아니면 이미 죽여버렸는데, 잊어버린 척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공포를 마음 속에 품으며, 찾아오는 학생들 앞에서 모범적인 어른을 연기한다. 한결같이 인류 은하 동맹의 정의를 말한다는 딜레마.
이윽고 제인드는 꺾이고 말았다. 아니면 뒤틀린 것일지도 모른다.
자신은, 타인이 꾸지 않는 꿈에 이끌렸다. 그건 자신이 선택받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믿도록 되고 말았다.
시험삼아 학생 중 한 명에게, 평소와는 다른 카운셀링을 했다. 인류 은하 동맹의 정의와 완벽함을 설명하는 대신, 그 반대를 말했다.
아무것도 믿지 못하게 되버린 학생의 성적은 떨어졌지만, 제인드가 규탄받는 일은 없었다.
그로 인해 제인드는 확신했다.
자신은 뭘 해도 된다고. 사회를 파괴하는 꿈은 자신을 안내해준 것이라고. 카운셀링이라는 직업을 받은 것은 아이들을 통해 사회에 독을 풀기 위해서라고.
그렇게 생각하게 된 뒤로 제인드의 유도는, 보다 교묘하게 되었다. 학생의 인생을 파멸시켜봤자 피해는 사람 한 명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다. 파멸하지 않을 정도의 의심이라는 씨앗을 심고, 그런 학생을 조금씩 늘려갔다. 그런 학생들 중 이따금씩 폭발해 폭력 사고나 테러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었지만, 제인드가 규탄받는 일은 결코 없었다.
그렇게 성장한 학생들이, 사회 곳곳에 착임한다. 의심이라는 씨앗을 품은 어른들이 늘어날 때마다, 이 사회는 천천히 붕괴를 향해 움직이겠지.
제인드는, 그 모습을 상상하며, 매일 밤, 황홀함에 빠져갔다.
-2-
"결국 저랑 미리카는 성적에 꽤 큰 페널티를 받았어요. 하지만 스톡의 성적은 그대로고……"
카운셀링 룸의 의자에 앉으면서, 레도가 제인드에게 이야기한다. 이해가 되지 않는 일. 잘 모르겠는 일. 채점에 대한 일. 불안한 일. 자주 꾸는 꿈.
"그렇구나. 레도는 어떻게 생각하니?"
레도의 침착한 표정에, 제인드는 만족한다.
제인드는 레도의 말을 부정하지 않는다. 어떤 일이라도 착실하게 귀기울이며 받아준다.
레도는 똑똑한 아이다. 다양한 사회의 모순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사회에 모순이 있다고 입 밖으로 내면, 완벽함을 내세우는 사회에서 이단 취급을 당한다.
카운셀링 룸은 그런 레도에게 있어서 성역이다. 이곳이라면 어떠한 반사회적인 말을 해도 좋다. 제인드가, 그렇게 생각하도록 만들었다.
인류 은하 동맹이 완벽하더라도, 그를 이해하는 레도는 완벽하지 않다. 그러니 레도가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한다는 점은 전혀 잘못된 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어째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는지를 잘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면 인류 은하 동맹의 완벽함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리라.
물론 거짓말이다. 인류 은하 동맹이 완벽할 리가 없다. 바로 자신이 산 증인이다.
그러니, 그런 식으로 인류 은하 동맹의 모순에 대해 생각한다면, 이윽고 그 불완전성을 깨닫게 되리라.
"스톡이 어째서 그런 짓을 했는지 모르겠어요. 발목을 붙잡아봤자 아무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데"
이 소년은 아직 악의를 이해하지 못했다. 모두가 협력하려면, 그저 사이 좋게 서로 돕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득이라. 득이란 뭘까?"
제인드는 두근두근거리며 레도의 사고를 유도한다.
"득이란…… 자기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예요"
"자신에게라는 건, 어떤 것을 말하니?"
"……장래에 도움이 된다든가. 즐겁다든가"
"그럼 즐겁다는 건 뭘까? 레도는 어떤 때가 즐겁니?"
악의의 열락. 폭력의 합리성. 파멸의 감미로움. 그에 따른 이익의 존재에 대해, 레도가 생각하도록 이끈다.
"어……"
레도는 순수하고, 올곧은 아이다. 그런 마음에 심은 의심의 씨앗이, 언제 싹을 틔울지는 제인드도 알지 못한다.
언젠가 필 꽃의 색을 상상하며, 제인드는 상냥하게 미소지었다.
-3-
"선생님, 나 왔어"
레도와 교대하듯이 론도가 찾아온다.
"어서오렴"
서로 적당히 인사한다.
론도는 벽의 책장에서 멋대로 책을 물색하고는 의자에 앉는다.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그저 책을 읽는다. 제인드 역시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평소처럼.
론도는 재능이 뛰어난 아이다. 건강한 육체를 최우선으로 취급하는 사회에서 이 병약한 소년은, 제인드가 이끌어줄 필요도 없이 사회의 모순을 깨닫고, 그를 비웃는 재능을 지녔다.
훌륭한 테러리스트로 키우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이 아이는 오래 살지 못할 것이다. 인류 은하 동맹을 비웃는 태도를 숨기려 하지도 않지만, 그보다 품고있는 지병이 그 목숨을 빼앗아 갈 테니까.
그래서 제인드도 론도에게 말을 걸지 않고, 론도도 제인드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아, 그렇지"
웬일인지 론도가 고개를 든다.
"최근에 레도가 오고 있지"
"비밀준수의 의무라는 게 있단다"
"그딴 건 됐어"
론도가 귀찮다는 듯이 고개를 기울인다.
"그래그래, 그래서?"
"그만 둬"
"뭐를?"
"선생님이 평소에 하는 그거"
"카운셀링을 말하는 거니?"
"그러니까 말이야─"
론도가 질 나쁜 학생을 상대하듯이 한숨을 내쉰다.
"뭐 됐어. 그녀석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선생님, 후회하게 될 거야"
차가운 눈동자가 나를 궤뚫는다. 이 아이는, 이런 표정도 지을 수 있는 아이였구나. 나는 론도의 평가를 높였다.
"어머나, 협박이니?"
론도는, 완전히 무시한다. 나에게 흥미를 잃었다는 듯이, 책으로 눈을 돌렸다.
"……부탁할게, 선생님"
카운셀링 시간이 끝나고 방을 나설 때에 론도가 말했다.
"나, 선생님의 콜렉션은 높이 평가하니까 말이야"
-4-
론도는 한숨을 쉬었다. 제인드의 콜렉션을 높이 평가한다는 말은 사실이다. 어디서 찾아낸 것인지, 인류 은하 동맹 초기, 혹은 동맹의 성립 이전의 어마어마하게 오래된 책까지 갖춰져있다. 물론 금서이며, 발견되면 위험하지만, 제인드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자살 희망자라도 되는 듯하다.
그런 책들이니 스캔해서 데이터화 할 수도 없다. 이렇게 스스로 발을 옮겨서 읽을 수밖에 없다.
론도는 콜록거리며 개인실로 향했다. 책을 읽을 뿐이라면 몸상태가 좋은 날을 골라서 가지만, 오늘 온 이유는 레도에 대해 경고하기 위해서다. 가능한 빨리 와야할 필요가 있었다.
"론도"
등 뒤에서 말을 거는 소리가 들린다.
"미리카?"
반장이 론도를 노려본다. 좀 봐달라고 말하고 싶다.
"겨우 찾았네"
홀로그램이라면 도망칠 수 있지만, 이렇게 실체인 상태에서 잡히면 그러지도 못한다.
"왜?"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다.
"최근에 레도가 이상해"
론도가 끄덕인다. 물론 알고 있다.
"네 탓이지. 이 이상 레도에게 접근하지 말아줘"
한숨을 쉬자, 론도는 그 반동으로 다시 콜록인다.
론도도 미리카가 걱정하는 바는 충분히 이해한다. 론도의 상식은 레도에게 있어서 독이 되니, 그렇게 되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다. 문제는 제인드다.
자세한 사정을 설명하기에는 목이 아프니, 론도는 우선 끄덕인다.
미리카가 엄격한 표정으로 끄덕이는 것을 보고, 론도는 손을 흔들며 그대로 방을 향하려 했다.
"잠깐"
론도가 쓴웃음을 지었다. 정말로 몸이 괴롭다.
"머신 캘리버의 프로그램…… 고마웠어. 덕분에 살았어"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고, 있는 힘껏 노려보면서, 미리카는 그렇게 말했다.
론도는 가볍게 손을 들어 미리카의 감사를 받아들였다. 돌아가는 길, 론도의 뺨에 비웃음이 없는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5-
문득 정신차리고 보니 레도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있다. 미리카는 그런 자신에게 당황하고 있었다.
그날, 단 둘이서 우주로 내동댕이 쳐지고, 함께 별을 본 뒤로. 함께 샤워한 뒤로. 미리카의 시선은, 항상 레도를 찾고 있다.
이 시대에 '연애'라는 단어나 개념은 유년학교 학생들로서는 배우지 못한다.
그렇기에 미리카는 고심 끝에 자신이 레도에게 끌리는 것은 반장으로서의 의무감이라고 해석했다. 레도라는 소년은 재능이 가득 넘치고 있지만, 너무나도 순수하기 때문에 너무나도 걱정된다. 벼랑 끝에서 춤추는 어린아이가 신경쓰여서 어쩔 수 없는 건, 클래스를 맡고 있는 반장으로서 당연한 일이리라.
미리카는 그 의무감에 따라, 레도와 접촉할 기회를 늘리고 있었다.
이렇게 레도의 방에 있는 좁은 침대에 나란히 앉아, 무릎과 무릎이 닿을 듯한 거리에서, 답답한 마음을 졸이며 공부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함께 공부를 한다면 시뮬레이터 시트를 사용해 가상 공간을 공유하는 편이 낫다. 원하는 만큼 넓은 방에서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리카는 그 사실을 잊고 있었다.
그렇다곤 하나 같은 방에서 하는 공부에는 의미가 있다. 비밀 이야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스톡에 관한 일은 어영부영 넘어가버렸네"
"그러게"
스톡의 장난은 알고 있다. 계속 지켜보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던 적도 있지만, 아직까지 스톡의 성적 평가가 떨어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성적 평가라는 녀석도 의외로 대충대충이구나"
"잠깐, 레도……"
"그렇다면, 성적 평가에 기반한 적성 진단은 어디까지 신용할 수 있을까"
"신용할 수 있어. 당연하잖아"
미리카가 빠르게 말한다.
모든것이 데이터화되는 가상 공간과 다르게, 개인실에서 나누는 회화는 기록되지 않는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정도라는 것이 있는 법이다.
"흠. 그렇지. 잘 들키지 않는 음모를 꾸미는 자체가 평가될 가능성도 있으니까"
"저기, 레도, 부탁이야. 그만해"
팔을 붙잡으며 애원한다.
"어?"
깜짝 놀란 표정으로 되묻는 레도.
"아까부터…… 위험하단 말이야"
"위험하다니 누구나 생각하는 이야기잖아?"
"그렇긴 하지만……"
생각만 하는 것과 입 밖으로 꺼내는 건 다르다.
"부탁이니까, 그런 말은, 하지 마. 응?"
"응, 알았어"
레도는 그렇게 대답하며 끄덕인다. 하지만, 어디까지 알고 있을까.
"론도야?"
"뭐가?"
"그런 이상한 생각, 론도한테 들은 거 아냐?"
"아닌데?"
"그럼 누구?"
"누구라기 보다는…… 나 혼자 생각한 건데"
그럴 리가 없다. 예전의 레도는 이런 삐뚤어진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지도 않았고, 인류 은하 동맹을 부정하는 말은 입 밖으로 꺼내지도 않았다.
틀림없이 누군가 흑막이 있다.
"그렇구나. 하지만 최근 레도의 생각은 무서운걸"
"무섭게 할 생각은 없었어. 미안해, 조심할게"
"미안해. 이상한 말 해서. 하지만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
레도는 몇번이나 고개를 끄덕인다.
레도는, 이렇게나 솔직하고 착한 아이다. 레도를 일그러트리는 사람은 내가 용서하지 않겠다.
미리카는, 가슴 속에 커다란 분노를 감추며, 레도의 손을 잡았다.
방으로 돌아온 미리카가 커뮤니케이터를 보니, 처음 보는 경고가 점멸하고 있었다. 윈도우를 띄워보니, 파손 메일 한 통이 와있었다.
복원해봤지만, 보낸이 부분은 데이터 파손으로 복구하지 못했다. 본문의 일부만이 복원되었다.
이런 일이 가능한 사람은, 프로그램을 잘 다루는 론도가 분명하다. 미리카는 그렇게 어림짐작했다.
내용을 검열당하거나, 보낸이가 알려지지 않게 하기 위해 일부러 메일 데이터를 파손시킨 것이다. 즉, 그만큼 알려지면 안 되는 위험한 정보라는 뜻이다.
복원된 문장에는 한 마디, '책장'이라고 쓰여있었다. 그리고 일시. 내일 모레 방과후.
-6-
메일에 표시된 날. 수업이 끝나고, 방과후가 시작된다. 어떡해야 좋을까? 교실에서 기다리면 될까? 책장을 찾아보지만, 익숙한 교실에 그런 물건이 있을 턱이 없었다.
교실을 둘러보다가 론도와 눈이 맞았다. 론도는 가볍게 손을 들어 인사하면서도 시선은 엉뚱한 곳을 향한다.
조심스럽게 그 방향을 바라보자, 교실을 나서는 레도의 모습이 있었다.
미리카는 론도를 향해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교실을 나섰다.
레도가 향하는 곳은 거주 구역이 아니었다. 미리카는 숨을 죽이고 레도의 뒤를 밟는다.
미리카에게 있어서 몰래 사람 뒤를 밟은 것은, 태어나서 처음 하는 체험이었다. 레도가 돌아보면 어쩌지, 라고 생각하니 고동이 빨라지고 몸이 딱딱하게 굳는다.
잠깐 발을 멈추고 심호흡한다.
자신은 딱히 나쁜 짓을 하는 게 아니다. 혹시 레도가 돌아보면, 이런 곳에서 뭘 하고 있냐고 물어보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졌다. 미행을 재개한다.
결국 레도는 미리카를 눈치채지 못한 채, 카운셀링이라 적힌 방으로 들어갔다. AI 카운셀링이 아닌, 인간 카운셀러다.
"어째서……"
마음 속으로 생각했을 터인데, 입 밖으로 소리가 나와버렸다.
카운셀러와는 그만 만나겠다고 말했는데. 내가 부탁했는데. 하지만 레도는 카운셀러를 만나러 가버렸다. 그리고, 그 사실을 계속 나에게 비밀로 해왔다.
그 사실을 머릿속으로 되새기는 사이에, 맥박이 어마어마하게 빨라졌다.
애초에 론도가 나빴다. 번거로운 짓은 하지 말고, 카운셀러가 수상하다고 말하면 될 것을, 이런 일이나 시키고.
아니, 진정하자.
아직 카운셀러가 수상하다고 확정되지는 않았다. 지금의 레도에게 카운셀링이 필요할 정도로 깊은 고민이나 문제가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물론 그 파손 메일이 론도가 보낸 것이라 확정되지도 않았고, 방금 교실에서의 아이 컨텍트도 미리카의 기분탓일지도 모른다.
확인할 방법은 단 하나. 미리카는 다음날 방과후에, 카운셀링을 예약했다.
-7-
"실례합니다"
카운셀링 룸에 들어온 순간.
아, 이녀석이다, 라고 미리카는 생각했다.
의자에 느긋하게 앉아있는 연상의 여성은, 자연스럽게 미리카의 시선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엄청 상냥해보이지도 않지만, 무서워보이지도 않는다. 뭐라고 할까, '보통'의 평범한 인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리카는 처음 본 순간 확신했다. 레도를 바꾼 사람은 이녀석이다 라고.
제인드가 이 무해해보이는 미소로 레도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거의 반사적으로 떠오르더니, 기분이 나빠졌다.
전혀 근거 없는 의식의 흐름이 질투심이라고는 전혀 자각하지 못하는 미리카였다.
"미리카 양이구나. 괜찮니?"
"네, 괜찮아요"
미리카는 마음을 다잡고, 우등생의 미소를 만들었다.
"그럼, 앉으렴. 나는 제인드야. 잘 부탁해"
방은 좁았다. 책상을 끼고 제인드와 마주본다.
제인드가 쓴 데이터 글라시스가 빛난다. 아마도 저걸로 내 정보를 불러와서 해석하는 거겠지.
"오늘은 무슨 일로 찾아왔니?"
"네. 실은, 요전 시험에서……"
실기 실습 시험에서 실수한 일로 풀죽어있다. 이 이상 성적이 떨어지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그것이 미리카가 생각해낸 시나리오였다.
"선생님은 어떡하면 좋다고 생각하시나요?"
"나는 말이지, 선생님이 아니라 가르쳐줄 수 없단다. 내 일은 둘이서 함께 생각하는 일이지"
"그런가요"
"미리카 양은 성적이 떨어졌다는 사실이 신경쓰이나보구나"
"네"
"그럼 어째서 신경쓰이는지, 함께 생각해볼까?"
성적이 떨어져서 신경쓰이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제와서 뭘, 이라고 생각했지만, 일단 생각해보자.
"성적이 떨어지면…… 직업 선택권이 줄어들고, 좋아하는 일을 고를 수 없게 되니까요"
"미리카 양은 장래가 불안하다는 말이구나"
"네, 네"
장래를 걱정하는 것 역시 당연하다. 멋대로 불안과 연결짓지 말라고 생각했지만, 애초에 성적이 떨어져서 불안해진 탓에 카운셀링 룸을 왔다는 설정이었다. 위험한 순간에 그 사실을 떠올리고는 수긍한다.
"그래서, 미리카 양은 장래에 뭐가 되고 싶니?"
장래라는 단어에 레도의 얼굴이 떠올라, 당황해서 얼버무린다.
"잘…… 모르겠어요"
"그렇구나. 그럼 조금 생각해볼까?"
"네?"
"소중한 것에 대해 잘 알고 싶다고 생각하지?"
그렇다. 레도에 대해서 잘 알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여기에 왔다.
"네……"
"그런 때에 잘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불안해질지도 몰라"
"네"
그 말대로다.
"그러니, 장래에 대해 생각해보면, 모르는 부분이 점점 줄어들고, 불안함도 가실지도 모르겠구나"
"그러, 네요"
미리카는 숨을 내쉬며, 일단 레도에 대한 생각을 잊어보려 한다.
자신은 장래를 고민하는 학생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고개를 들어 제인드를 똑바로 바라본다. 그리고 깨닫는다.
"그럼 미리카 양의 장래 말인데……"
제인드의 뒤에, 책장이 있다.
카운셀링을 끝마치고, 미리카는 완전히 녹초가 되고 말았다. 곧바로 방으로 돌아가 침대에 몸을 던진다.
제인드와 이야기해보고 알아낸 사실은, 그녀가 정말로 유능하다는 것이다. 정신차리고 보니 속내를 전부 털어내고 있었다. 짧은 질문으로 스스로도 눈치채지 못하던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이야기하는 동안, 언제 자신의 거짓말이 간파될까 조마조마했다. 혹은 이미 간파되었는지도 모른다.
사용하기 따라서는, 사람의 마음을 꺾을 수도 있는 힘이다. 위험인물이 틀림없다.
-8-
레도는 개인실에서 혼자서 거리에 대해 생각한다. 미리카와의 거리다.
그 견학 수업 이후로, 미리카와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는 느낌이 든다. 그렇게 거리를 줄임으로써, 반장으로서 보다 효율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 머신 캘리버로 말하자면 밀집 대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여러 기체가 하나처럼 행동하는 밀집 대형은, 화력을 집중해 적을 짧은 시간에 격파할 수 있다. 그렇게 연대를 취하며 움직이려면 연습과 집중이 필요하며, 각각의 기체는 고속으로 기동하면서도 지휘기의 일거수일투족에 즉석에서 반응할 수 있어야만 한다. 긴밀한 연대에는 주의력이 빠질 수 없기 마련이다.
정신차리고 보면 미리카를 눈으로 쫓고있다는 사실도, 그렇게 생각하면 수긍이 된다. 연대 행동을 위해서는 파트너의 동향을 상시 파악할 필요가 있다.
밀집 대형에는 단점도 있다. 연대가 긴밀하면 긴밀할수록, 실패했을 때의 피해 또한 크다.
미리카와의 연대도 똑같다. 가속 타이밍을 아주 조금이라도 틀린다면 기체끼리 충돌하듯이, 거리가 가깝고 친밀하기에 아주 약간의 말로도 강하게 내리꽂힌다.
자신은 미리카를 상처입히고 싶지 않고, 상처받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거리를 두고 싶지도 않다.
머신 캘리버의 연대 문제라면 조종 기능의 향상이 정답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 조종 기능은 무엇에 해당할까?
레도는 생각하면서 파일럿 전용 기술 교과서를 펼친다.
교과서에는 한 마디로 뭉뚱그려 조종 기능이라고 하지만, 지휘 능력과 전투 능력은 크게 다르다. 전투 능력도 적절한 무장을 선택하는 능력부터 정확하게 조준하는 능력, 회피 능력, 그 밖에 무수히 많이 나뉘어져 있기에, 우선은 자신의 능력을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실기 시험이나 실전에서 어떠한 때에 문제를 일으켰는지를 써내려가야 한다는 모양이다.
과연 일리가 있다.
오늘 미리카와 충돌했던 부분은, 클래스 전체의 성적을 검토하던 때, 론도의 성적에 대해서였다.
견학이 끝난 뒤, 론도의 성적은 크게 내려갔다. 조사해보니 머신 캘리버의 정비, 조종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그 외의 견학 수업, 즉 론도가 결석했던 부분이 전부 0점으로 처리된 것이다.
레도는 이와 같은 처사는 명백히 이상하다고 주장했지만, 미리카는 결석은 사실이니 점수를 받지 못하는 것은 채점 기준 상 당연하다고 반론했다.
그에 대해 레도는 애초에 채점 기준에 결함이 있다고 주장했다. 채점 기준에 결함이 있다면, 적성 진단도 의미를 잃고 만다고.
그렇게 큰 소리로 주장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미리카가 울 것 같은 눈으로 바라보고 있어서, 제정신을 찾았다.
"미안해. 말이 심했어. 결함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조금 의문을 느꼈거든"
"응. 나도 알아. 하지만"
미리카의 자그마한 목소리.
확실히, 자신도 누군가가 인류 은하 동맹의 시스템을 비판하면, 사회 부적합자라고 판단할 것이다.
"미리카니까"
"어?"
"미리카랑 있으면 안심되서, 그만"
"으, 응"
미리카가 시선을 피하자, 레도는 가슴이 아팠다. 책임 전가를 하는 듯이 들렸을까.
"미리카의 탓이라는 말이 아니라…… 미안. 미리카에게 너무 응석부렸나봐"
"그건 괜찮아. 하지만, 조심해야 해"
"그렇지. 미안"
레도가 사과함으로, 간신히 레도와 미리카의 연대가 공중분해되는 일은 막은 것처럼 보였다.
이전에도 분명, 비슷한 말싸움을 벌인 기억이 있다. 어디에서 문제가 있었을까, 레도는 고민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9-
가혹한 우주 공간으로 발을 디딘 인류는,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기원했다. 그 기원은 수치화된 컴퓨터로 짜여졌다.
컴퓨터에게 있어서 '사회의 발전'이란, 사회를 지탱하는 생산성의 증대라고 인식했다. 사회의 생산성은 개인의 생산성을 한데 합하는 것이다.
생산성을 증가시키기 위해, 컴퓨터는 개인의 생산성을 항상 감시한다. 개인이 살아가는 비용이, 개인의 생산성을 상회한다면, 그 개인은 빠르게 배제된다.
이 시스템을 단순히 적용시키면, 아이는 생산성이 없고 비용만 부과될 뿐이니 바로 배제해야 하겠지만, 그래서는 사회가 유지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시스템은, 개인이 평생 만들어낼 생산량의 예측치를 전제로 삼아 비용과 비교한다.
그렇기에 어린아이 단계에서 배제되는 개체는 극히 드물다. 하지만 전혀 없지는 않다.
미리카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반장인 그녀는 다른 클래스의 반장과도 연락하고 있다. 얼굴을 맞댈 일 없이 메일을 주고받기에, 내용도 대부분 사무적이지만, 가끔씩 정보 교환을 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사라진 학생의 이야기라던가.
사라진 학생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은 머리가 좋고, 도발적인 언동을 하는 아이다. 성적이 나쁜 경우도 있지만, 론도처럼 일부러 낮은 점수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학생의 병결 서류가 어느날 반장에게 오더니, 그대로 결석이 이어진다. 얼마동안 체크해봤는데, 학생 등록이 말소되고 말았다.
그런 이야기가 그럴 듯하게 화자되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클래스의 누가 사라졌는지는 결코 드러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다른 반장에게 들은 이야기인데'라는 말이 딸려온다.
그런 일도 있고 해서 미리카는 '사라진 학생'의 이야기는 무책임한 소문이거나, 누군가의 장난이라고 생각했다.
이건 실제로도 그랬으며, 그녀가 들은 '사라진 학생 이야기'는 전부 그저 소문일 뿐이었다. 사춘기 시민의 장난 투로 말하는 문제 발언으로 존재를 말소시킬 만큼 컴퓨터는 비효율적이지 않다.
하지만, 불운이라고 해야 할까, 미리카는 단 한 번이지만 진짜와 조우했다. 어느날, 반장 동료가 보낸 메일이 보낸이 불명으로 바뀐 것이다.
돌이켜보면 그 반장은 상당히 '위험한 수준'의 발언을 하고 있었다. 인류 은하 동맹을 대놓고 비판하지는 않았지만, 까불거리며 조롱하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미리카도 그 위험한 농담이 싫지는 않았지만, 그가 사라졌을 때에는 등줄기가 서늘해짐을 느꼈다.
그가 어디에 말했는지는 모른다. 메일 주소를 시작으로, 온갖 등록 정보가 말소되었다는 사실밖에 모른다.
미리카는 론도가 사라지는 것도 시간 문제라고 생각했다. 아마 론도 스스로도 알고 있었을지 모른다.
문제는, 레도다. 레도의 발언은, 점점 위험한 영역으로 다가가고 있다.
레도를 구해야만 한다.
미리카는 그렇게 결심했다.
사라진 학생이, 제인드의 카운셀링을 받았다는 사실을, 미리카는 알지 못한다.
-10-
미리카에게 있어서 제인드를 배제하는 일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론도에게 받은 메일대로, 열쇠는 책장이었다.
이 시대에 프린트 아웃된 종이를 엮는 정도야 있겠지만, 제대로 제본하여 수고스럽게 만들어진 책은 과거의 미술품으로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한 과거의 책은 대부분 사상적으로 위험하기 때문에, 개인 소유는 금지되어있다.
이전 카운셀링을 받던 때, 미리카는 솜씨 좋게 책장을 촬영해두었다. 이 사진으로 고발한다면, 확실하게 제인드에게 처분이 내려지겠지.
문제는 각오다. 먼저 이 책이 함정일 가능성이다. 책장 속 책이 그저 장식일 뿐으로 문제될 일이 없는 경우, 미리카는 교사를 의심하고 고발한 학생이 되어, 입장이 난처해질 것이다. 최악의 경우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
책이 진짜라면 제인드는 틀림없이 처분된다. 그렇게 되면 미리카는, 한 사람을 죽이게 된다.
자신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각오. 사람을 죽일 각오.
미리카는 침대에 누워 커뮤니케이터를 끌어안고 생각한다.
미리카는, 레도를 생각했다. 레도의 진지한 얼굴이 사라져버리는 상상을 했다. 가슴이 아파올 만큼 생각하고, 메일을 보냈다.
-11-
마더 컴퓨터는 이상적인 사회를 설정하고, 그 이상에 특화된 인간을 양성할 힘을 갖춰왔다. 그러나 특화하는 데에 있어서는 단점도 있다. 예상 외의 사태에 대응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마더 컴퓨터는 일정 범위의 오차를 설정한다. 굳이 이상에서 벗어난 개체를 만들고, 그 경과를 지켜봄으로써 사회의 안정을 돕게 한다.
제인드는 그러한 관찰 개체였다. 마더 컴퓨터에 의해 그녀는 반사회인자가 되도록 최면 유도를 당했다. 그녀가 인류 은하 동맹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자유'라는 개념을 준비한 사실은, 마더 컴퓨터에게 있어서도 흥미로운 결과였다.
미리카의 메일을 받은 마더 컴퓨터는, 제인드의 유용성이 소멸되었다고 판단했다. 마더 컴퓨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은 유능한 테러리스트이지, 유년학교 학생에게 발목을 붙잡히는 어리석은 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제인드는 그날 밤, 잠에 든 뒤, 두 번 다시 눈을 뜨지 못했다. 그녀의 육체는 수면 중에 약물을 투여받아, 분해 처리되어 콜로니 자원으로 환원되었다.
제인드의 존재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눈치챈 사람은 세 명이었다. 론도, 미리카, 레도.
론도는 안도했다. 미리카라면 잘 해주리라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성공하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었다.
불량학생인 론도가 고발할 경우, 신뢰받기도 힘들 뿐더러, 제인드와 알고 지낸 기간도 길기 때문에 오히려 왜 지금까지 고발하지 않았느냐며 힐책받게 될 가능성도 있었다. 론도는 실제로 제인드의 책을 즐겨 읽었으니, 합리적 의심을 받게 된다면 치명적이다.
그 점에서 제인드와의 친분도 별로 없고 반장으로서 평가도 좋은 미리카라면 완벽하다.
스스로 생각해봐도 자신의 일처리 솜씨가 너무 좋아서, 론도는 쓴웃음을 지었다. 지인을 유도해 다른 지인을 죽이게 만들었다. 조금 충격을 받을 거라 생각했지만, 전혀 미동도 없었다. 이래서는 마치 제인드에게 빌린 책에 있던, 완전 범죄를 행한 범죄자다.
과거 시대는 오락이라는 것에 꽤나 관대해서, 가공의 범죄자가 행하는 범죄행위조차 오락으로써 즐겼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에는 깜짝 놀랐다. 하지만 읽어보니 과연, 확실히 스릴있고 재밌었다.
히디어즈의 손톱을 깎으면서, 론도는 생각한다. 그런 책에 대해, 혹은 지금 만들고 있는 작품에 대해 터놓고 대화할 수 있었던 상대는 제인드 뿐이었다. 이제 제인드의 엄한 감상은 듣지 못하겠구나, 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조금 아팠다.
레도에게 있어서 제인드의 소멸은, 너무나도 갑작스러웠다. 처음에는 무언가 실수이겠거니 생각하며 조사해봤지만, 곧 존재 자체가 말소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레도는 동요하고, 공포에 빠졌다.
체제를 부정하는 발언을 하는 자의 평가가 떨어지고, 최종적으로는 소멸에 이른다는 사실은, 레도도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진짜 일어날 것이라고는 지금까지 실감하지 못했다.
론도가 제인드와 만나지 말라고 경고하던 말. 미리카가 레도의 발언을 책망하던 말. 그 모두가 이어지면서, 레도는 스스로가 얼마나 죽음에 다가가 있었는지를 이해했다.
제인드가 소멸한 다음날, 레도는 수업을 쉬었다. 미리카는 수업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레도의 개인실로 향했다.
"레도, 있어?"
말은 없었지만, 희미하게 움직이는 기척이 있다.
"들어간다?"
침대 위에 레도가 앉아있다. 눈은 쑥 들어가있고, 생기가 없다.
"레도…… 무슨 일이야?"
"내가…… 죽였어"
"무슨 소리야?"
"내가…… 그 사람을, 죽였어"
레도는 마치 망령처럼 소리를 죽였다.
"그러니까, 나도 죽을 거야"
"레도는 안 죽어"
미리카가 무심결에 큰 소리로 외친다. 레도의 옆에 앉아, 손을 잡는다.
레도는, 미리카의 어깨에 기대고는, 천천히 울기 시작했다.
우는 레도를 토닥이면서, 미리카는 레도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레도는 자신의 카운셀링이 원인이 되어 제인드가 사라졌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자신이 제인드를 죽인 것이나 마찬가지이며, 또한 자신도 사라질지도 모른다, 라고.
그 순진무구한 말은 미리카를 사정없이 찔러왔다.
자신의 죄를 숨기고, 레도는 나쁘지 않다고 말할 때마다, 가슴에 검은 무언가가 쌓이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미리카는 온 힘을 다해 미소를 만들고, 계속해서 레도를 토닥였다.
-12-
레도가 제인드의 소멸에 쇼크를 받고, 미리카에게 기대 울던 날로부터 사흘 뒤. 겨우 제정신을 차리고 냉정하게 생각하게 될 수 있어진 레도는 지금, 카운셀링 룸 앞에 서 있었다.
냉정해졌다고 생각하는 건 레도 뿐이고, 사실은 별로 냉정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미리카나 론도가 알게 된다면 절대로 막았겠지.
그래도 레도는 여기에 와야만 했다.
제인드가 사라진 사실은, 레도를 망가트려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곁에 미리카가 있어준 사실은 레도에게 있어서 행운이었다. 참회할 상대가 없었다면, 레도의 정신이 붕괴까지는 아니더라도 심하게 망가졌을지 모른다.
미리카와 이야기하며, 어깨에 기대 울었음에도, 레도는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했다. 자신이 제인드를 죽였으니, 자신도 벌을 받아야만 한다. 그게 정의라고 레도는 생각했다.
레도는,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자신이 잘못된 행동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잘못되지 않은 행동을 숨긴 채 평생을 살아갈 수는 없으리라고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레도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AI 카운셀러 룸을 방문했다. 그것이 그의 순수함이었다.
"실례합니다"
"들어오세요"
부드러운 여성의 목소리. 하지만, 이 여성의 목소리가, 제인드를 제거했을지도 모른다. 레도의 손이 점점 땀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시뮬레이터 시트에 앉는다.
시트의 센서가 레도의 심박이나 혈압, 체온을 측정하고, 내면까지 속속들이 파헤쳐낸다. 불안이나 죄악감이 마더 컴퓨터에 보고된다.
그거면 됐다고 레도는 생각한다. 죄를 감춰선 안된다.
"질문은 뭔가요?"
"시험의 채점 기준에 대해서요"
자신이 생각하는 의문을 정면에서 들이박아보자고 레도는 생각한다. 그게 반역이라면, 벌을 받으면 된다.
"채점 기준에 대한 모든것을 공개할 수는 없습니다만, 무슨 질문이죠?"
"제 친구인 론도는 지난번 직업 견학 실습을, 몸상태가 안 좋아서 결석했습니다. 그 결과, 결석한 수업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네. 결석은 답을 적지 않은 것과 동일하게 처리합니다"
"확실히 그 수업의 점수는 그럴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걸 전체 성적에 반영하는 건 이상해요"
"이상하다니요?"
"견학 수업에서는 여러 직업이 있었죠. 여러 직업에는 여러 적성이 있잖아요. 론도는 분명 몸을 움직이는 쪽은 어려워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정비나 프로그래밍은 정말 잘해요"
"당신의 주장은 각자의 적성에 맞춰 채점 기준을 조정해야 한다는 말인가요?"
"맞아요"
"그건 이미 대응중입니다. 총합 득점의 채점 기준은 각자의 적성을 고려해 매겨집니다"
"그렇다면 론도의 점수는 좀 더 높아야 해요"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죠?"
"론도는 대단한 녀석이니까요. 저보다 머리도 좋고, 비범한 발상을 해요. 모든 일을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구요"
"당신의 주장을 요약하자면, 론도의 특성 중 평가되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말인가요?"
"네"
레도는, 잠시 생각하고 끄덕였다.
"인류 은하 동맹의 성적 평가는, 개인이 사회에 얼마나 공헌하는지를 측정하는 것입니다"
"네"
"사회란, 인체와 닮은 정교한 구조물이죠. 그곳에는 뇌가 있고, 눈이 있고, 심장이 있으며, 근육이 있어요"
"네"
"사람에게, 말의 심장이 필요할까요?"
말의 참고 정보가 레도의 앞에 표시된다. 말이란 일찍이 지구라고 불리던 혹성에 존재하던, 사족보행의 초식동물이다. 장해물이 없는 초원 환경에 예속되는 종이며, 포식자와 경쟁하기 위해 매우 빠르게 달릴 수 있게 된 속도 특화 생물체였다.
"……필요 없어요"
"어째서죠? 말의 심장은 박동에 있어서는 인간의 심장보다 성능이 높아요"
"인체에 말의 심장을 이식한다면, 거부 반응이 생겨나요. 가령 이식에 성공했다 해도, 다양한 문제가 일어나겠죠"
생물학 지식은 별로 없기에 잘 아는 분야에 적용시켜서 생각해본다.
머신 캘리버로 예를 든다면, 심장은 엔진이다. 구형 머신 캘리버에 최신형 엔진을 장착할 경우, 각 부위 밸런스가 맞춰지지 않고, 최악의 경우 프레임이 분해될 수도 있다. 출력이 좋기만 해서는 안 된다. 그 정도는 레도도 알 수 있다.
"그게 정답입니다. 완성된 인체의 구조에 있어서, 규격이 맞지 않는 심장은 필요가 없지요"
"……네"
"전체와의 조화를 무시하고, 부품 단위의 성능을 평가해서는 의미가 없어요"
"론도는,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말인가요?"
"채점 기준에 대한 모든것을 공개할 수는 없습니다. 하나의 가능성을 지닌 시나리오지요"
레도는 침묵한다. 그가 생각하던 변명이 모두 논파되고 말았다.
말문이 막힌 레도는, 대신 눈물을 흘렸다.
-13-
그날 밤, 레도는 잠들지 못했다.
론도에게 가치는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가치는 인류 은하 동맹에 있어서는 불필요한 것이다.
마음은 잘못되었다고 믿으며 맹렬히 불타오른다. 그 마음을 냉혹한 말이 부정한다.
레도는 그 두 개의 판 사이에 끼어버렸다.
이윽고 수면 시간이 끝나갈 즈음, 레도는, 결국, 그 모순을 받아들였다. 불타는 마음을 말로 식히려 했다. 그 불꽃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숯처럼 되어 연기를 내뿜었지만, 레도는 그로부터 눈을 돌렸다.
자신의 모순을 받아들이지도 못하고, 이상을 기다리며 현실에 대항하지도 못한 채, 그저 모순을 '없었던 일'이라 생각했다.
시대가 달랐다면, 레도도 '사회를 위해 존재하는 개인'에서 '개인을 위해 존재하는 사회'까지 생각이 미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류 은하 동맹의 통제된 교육을 받은 소년이, 그런 생각을 해내기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내면에 혼돈을 끌어안고, 소년은 계속해서 고민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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