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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 11일 월요일

단편 라노벨 번역 : 더블브리드 번외편 - 짐승의 나선




 등이 무겁다. 무언가가 위에 올라타있는 것 같다. 평소와 같은 일이기에, 네지는 눈을 뜰 뻔했던 의식을 다시 가라앉혔다. 하지만 상대는 그런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등을 꾹꾹 누르기 시작했다. 손톱을 세우지는 않아서 아프지는 않았지만, 조금 괴롭다.

 "네지─, 일어나─"

 그런 목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한다.

 "일어나라니까. 꼬리 밟는다"

 네지의 짧은 꼬리의 끝이 뜨뜻미지근한 무언가에 의해 둘러싸인다. 꼬리를 물더니, 핥아대고 있는 모양이다. 꼬리를 흔들어 떼어놓으려 했지만, 네지의 휜 꼬리는 이런 때에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밟고 있지 않잖아"

 눈을 감은 채로 네지가 궁시렁댄다.

 "드디어 일어났구나. 자는 척을 하다니, 요 녀석"

 해방된 꼬리를 가랑이 사이에 끼운 네지는, 다시 자는 척을 시작한다.

 "일어나라니까, 네지─. 안 일어나면, 확 뒤집어서 배 만져버린다"

 "……알았다고, 일어날게, 일어나면 되잖아……"

 네지는 웅크리고 있던 사지를 뻗으며 일어났다. 크게 하품을 하고, 등뒤에 있는 배우자를 바라본다.

 "……그래, 무슨 일이야, 오나가"

 "인간의 책을 주워왔어. 같이 보자"

 "……그게 끝이야?"

 "그런데, 안 돼?"

 "……안 되지. 이렇게 따듯한데 뭐가 아쉬워서 인간의 책같은 걸 봐야 하냐고. 나는 오나가만큼 글자 읽지도 못한다고"

 "괜찮아, 그림만 있으니까"

 기쁜듯이 말하는 오나가의 콧등에 가볍게 딱밤을 날린 네지는, 코 끝을 찡그리며 이빨을 드러냈다.

 "화낸다"

 "귀여운 녀석이구나, 너는. 난 그런 네지가 정말 좋아"

 오나가는 네지의 볼을 긴 혀로 낼름 핥더니, 머리를 그녀의 목에 부비기 시작했다.

 "……싫어할 거야"

 "거짓말 해봤자 소용없어. 너는 날 좋아하니까"

 오나가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은, 네지도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오나가와 네지는 누에다. 원숭이 얼굴에 너구리 몸통, 호랑이의 다리에 뱀의 꼬리를 가진 생물이다. 같은 누에라고는 해도 두 마리의 외견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오나가의 꼬리털은 빨갛고, 머리부터 목줄기까지의 갈기와 긴 꼬리가 참 눈에 띈다. 네지는 오나가보다 작고, 갈색이 섞인 검은 모피와 목 주변에 덥수룩하게 자란 긴 털과, 짧게 휜 꼬리털이 특징이다. 두 마리는 수컷과 암컷이며, 인간으로 따지면 부부였다.

 자신들이 지금 몇 살인지, 얼마나 함께 지냈는지, 살고있는 이 산을 인간들이 뭐라고 부르는지. 네지는 그런 것에 전혀 흥미가 없다. 그저 오나가와 함께 살 수만 있다면 그걸로 좋았다.

 ……좋았는데.

 "있지있지, 네지. 암컷 인간은 유두가 두 개 있대. 너는 여섯 개였지?"

 "……오나가도 여섯 개잖아. 게다가 수컷 인간도 두 개잖아"

 "수컷의 유두는 왜 있는 걸까"

 "나도 몰라, 그런 거"

 최근 오나가는 인간에게 흥미진진한 모양이다. 이 산은 인간의 마을에서 꽤나 떨어진 곳이지만, 가끔씩 인간이 찾아오기도 한다. 뭘 하러 오는지, 네지는 모른다. 그 인간들이 버리고 가는 물건을 오나가가 주워온다. 옛날에는 산책하는 김에 물건을 주워오곤 했지만, 지금은 주객이 전도되어 물건 줍기가 목적이 되버렸다.

 그런 오나가에게 쓸쓸한 감정을 느끼면서, 네지는 숲 속에 있는 평소 낮잠자던 곳에서 자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오나가가 깨워서 이렇게 인간의 책을 바라보는 중이다. 꼬리를 툭툭 흔들면서도, 역시나 오나가와 어울려주는 네지였다.

 "그랬나. 그건 그렇고 이 암컷들은 다들 유방이 부풀었네. 임신했나?"

 이번에 오나가가 주워온 책은, 암컷 인간의 그림이 실린 책이었다. 오나가도 네지도, 인간을 먹은 적이 있다. 그들은 대개 옷을 입고 있기에 벗기고 먹었는데, 인간의 몸을 구석구석 살펴본 적은 없다. 그런 이유에서, 이 책은 두 마리에게 있어서 굉장히 흥미로운 물건이었다.

 숲 속에 있는 아주 조금 열린 공간에서, 이형의 짐승 두 마리가 머리를 맞대고 책을 바라본다. 그것은 인간에게 있어서 기괴한 광경일지도 몰랐으나, 오나가와 네지에게 있어서는 단순한 일상의 한 장면일 뿐이었다.

 "임신했으면, 좀 더 배가 나와야 하지 않아?"

 "그러네……"

 오나가가 옆에 있는 네지의 복부를 바라본다.

 "너, 아직 임신 안 했어?"

 "……안 했어"

 이 회화를 몇 번이나 반복하는지.

 "인간은 좋겠다. 그 녀석들 수컷이나 암컷이나 연중발정기니까, 언제라도 아이를 만들 수 있대"

 "그렇게 아이가 갖고 싶어?"

 "당연하지! 나랑 너의 아이라구! 꼬리털은 어떻게 될지, 색은 어떻게 될지, 수컷일지 암컷일지, 엄청 기대된다니까!"

 확실히 네지도 아이를 낳고 싶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간이 아야카시라 부르는 자신들은, 번식력이 매우 낮다. 태어나고 죽을 때까지, 한 마리도 아이를 낳지 않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다음 발정기는 언제야?"

 책에서 눈을 떼자, 오나가가 네지의 배를 문지른다.

 "글쎄, 일일이 세보지 않았으니까 모르겠네"

 그런 오나가를 내버려두고, 네지는 책에 시선을 보낸다.

 "어째서 암컷만 있는 걸까"

 "글쎄다. 내가 좀 더 글자를 읽을 수 있었다면 알았을 텐데. 좋아, 이번에는 수컷이 잔뜩 나오는 책을 주워주마"

 "딱히 수컷 인간을 봐도 재미 없는걸"

 "그러네. 나도 수컷 인간의 그림보다는, 실체가 있는 네가 더 좋아"

 오나가가 네지의 등을 핥다가, 갑자기 얼굴을 뗐다.

 "어째서 인간은 이런 책을 만드는 걸까. 수컷 인간도 그림 속의 암컷보다 진짜 암컷이 더 좋을 텐데"

 "글쎄?"

 네지가 책을 보는 사이, 오나가는 그녀의 몸을 물고 핥으며 놀고 있다가, 갑자기 몸을 떼더니 그가 자랑하는 길다란 꼬리로 지면을 두들겼다.

 "아─아…… 아이 만들고 싶다…… 하면 안 될까?"

 "발정기도 아니니까, 지금 해봤자 안 생겨"

 "안 생겨도 좋으니까, 하고 싶어"

 "아프니까 싫어"

 "나는 안 아픈데"

 "나는 아파. 그렇게 하고 싶으면, 저 주변에 있는 짐승한테 박지 그래?"

 "……너, 그건 심하잖아. 나 말고 다른 수컷이 너에게 씨를 뿌리면 난 엄청 화낼 거라고. 내가 다른 암컷이랑 짝짓기를 해도, 너는 화 안 낼 거야?"

 "딱히"

 등뒤에서 뒹구르던 오나가의 기척이, 별안간 멀어지는 것을 네지는 등과 꼬리로 느꼈다. 하지만 네지는 오나가를 바라보지 않았다. 여기서 의연한 태도를 취하지 않으면, 오나가는 더 기어오를 것이다.

 '정말이지, 제멋대로라니까'

 네지는 크게 하품을 하고는, 오나가가 주워온 잡지를 배 아래에 넣었다. 그리고 다시 선잠을 자기 시작했다.

 하지만 몇 시간 뒤.

 "네지─!"

 갑자기 목줄기를 물렸다.

 "……이번엔 뭐야, 진짜!"

 "봐, 인간의 수컷만 실린 책 찾았어! 좀 더럽긴 하지만"

 오나가는 네지의 코앞에 흙과 그의 타액으로 더러워진 책을 두었다.

 "찾아보니 있더라고. 그 밖에도 인간 꼬맹이가 실린 책이라던가, 암컷 두 마리가 서로 핥는 책도 찾았어. 잠깐 기다려봐"

 오나가는 그 말만 하고는, 다시 가버렸다.

 "정말, 뭐냐고, 진짜……"

 뒷다리로 목을 긁은 뒤, 네지는 오나가가 두고 간 책을 몇 페이지 펼쳐봤다. 옷을 입지 않은 인간 수컷의 그림이 잔뜩 실려있었다.

 '……어째서 수컷이 수컷의 유두를 물고 있는 걸까'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여러 의문이 스쳐지나갔지만, 대답을 해줄 오나가는 없다. 금방 돌아올 테니까, 그때 물어보자.

 오나가는 반드시 자신이 있는 곳으로 돌아온다. 그 사실을 네지는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틀림없는 사실이며, 앞으로도 변할 일 없는 사실이었다.

 그것은 결코 네지의 억측이 아니었다. 설렁설렁대는 오나가였지만, 그는 네지 외의 어떤 암컷에게도 눈길을 주지 않았고, 인간이 흘리고 간 물건에 흥미를 표하는 것은 단순한 호기심일 뿐이다.

 그러나 그 호기심이, 오나가 뿐 아니라 네지의 생사까지 결정짓고 말았다.



 숲 속에 달이나 별의 빛은 닿지 않는다. 인간이라면 전혀 앞을 볼 수 없는 캄캄한 어둠 속에, 네지는 홀로 웅크리고 있었다. 해가 뜸과 동시에 오나가가 어디론가 훌쩍 가버린 것은 평소대로다. 하지만 해가 저물고, 달이 모습을 드러내도 오나가는 돌아오지 않았다.

 오나가를 찾는다는 선택지도 물론 있었다. 하지만 네지의 고집이 그것을 거부했다.

 '네지, 그렇게 걱정됐어? 미안해, 우리 귀여운 네지. 쓸쓸하게 만들어서 미안해. 역시 우리들에게는 아이가 필요하겠어. 짝짓기하자, 짝짓기'

 ……라는 말을 하면서 네지 위에 올라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오나가 바보'

 한 숨도 자지 못하며 귀를 기울이고 있던 네지는,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있는 발소리를 놓치지 않았다. 이것은 틀림없이 오나가의 발소리다. 안도하자 꼬리와 털이 부르르 떨렸다. 떨림을 억누르고, 네지는 눈을 감고 자는 척을 시작했다. 오나가가 걱정되서 잠들지 못했다고는, 절대 말하지 못한다.

 발소리가, 네지 근처에서 멈췄다.

 "네지"

 오나가의 첫 마디를, 네지는 무시했다. 오늘은 억지로 무시해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오나가가 자기 하복부를 네지의 등에 부비기 시작하는 것을 느끼고, 당황해서 튀어올랐다.

 "돌아오자마자 갑자기 뭐하는 짓이야!"

 "자는 척을 하니까 그렇지. 뭐 아무런 말도 없이 이렇게 늦게 돌아온 건 미안하지만, 그래, 내가 잘못했어. 정말, 반성하고 있어. 그러니까 기분 풀고 내가 주워온 물건을 봐달라구"

 이번엔 뭘 주워왔는지. 그런 생각을 하던 네지의 코에 무언가의 냄새가 풍겨왔다. 결코 싫은 냄새는 아니었지만, 지금까지 맡아본 적 없는 미지의 것이다.

 "이번엔 인간의 음식을 주워왔어, 먹어봐. 뭔가 이것저것 섞인 맛이지만, 맛있어"

 그렇게 말하며, 오나가는 네지의 코앞에 군데군데 찢긴 종이봉투를 두었다. 확실히 나쁜 냄새는 아니다, 먹을 수 있을 법한 냄새가 봉투 안에서 풍겨온다. 오나가에게 이러쿵저러쿵 해주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일단 먹어보기로 했다. 걱정거리가 없어진 순간 배가 고파왔다는 사실을 자각한 네지였다.

 종이봉투를 열자, 또 종이에 감싸진 둥그런 물체가 세 개 정도 들어있었다. 그 중 하나를 꺼낸다. 직경 10센티, 높이 5센티 정도일까.

 "그 종이는 못먹어"

 "안 먹어"

 손톱으로 종이를 벗겨내고는, 무언가의 고기를 부드러워보이는 두 장의 물체 사이에 끼운 것이 나타났다. 확실히 먹을 수 있을 것처럼 보이고, 독이 들어간 것 같지도 않다. 오나가가 주워온 물건이니, 문제는 없겠지.

 네지는 통째로 입 안에 넣었다.

 "어때, 어때? 맛있지?"

 우걱우걱 입을 움직이는 네지의 주위를, 어딘가 흥분한 듯한 오나가가 빙글빙글 멤돈다.

 "……뭔가, 깊은 맛이네. 짜다고 할까, 맵다고 할까……"

 "그 깊은 맛이 좋은 거야. 쓸데없는 맛이지만, 여러 다른점이 있어서 질리지 않는다구. 봐, 두 번째 것도 먹어봐"

 두 개째도 기본적으로 똑같은 모양이었지만, 달걀이 함께 끼워져 있었다. 세 개째에는 야채가 끼워져 있었다. 각각 미묘하게 맛이 다르다.

 "그치, 재밌지?"

 "재밌지만……"

 "재밌지만 왜?"

 "늦게 돌아온 건 용서해주지 않았어"

 남은 종이를 정리한 뒤, 네지는 흘겨보는 오나가의 얼굴을 꼬리로 찰싹 때렸다. 그대로 등을 보이며 몸을 둥글게 만다.

 "화내지 말라니까, 꽤 맛있었잖아, 어라?"

 "……처음 먹어본 거니까, 좀 신선하긴 했지만"

 맛있다, 고는 생각한다. 하지만 솔직하게 '맛있다'고 말하면, 또 오나가가 기어오를 것 같다.

 "토라지지 말라니까. 응? 당분간은 아무데도 안 갈 테니까"

 네지의 배 위에 머리를 얹고는, 오나가가 지면에 드러눕는다. 그는 잠들 때, 반드시 네지의 배를 베개로 삼는다.

 "잘자, 귀여운 네지"

 그 말만 하고, 오나가는 눈을 감았다.

 "……잘자"

 입을 열고 그렇게 말한 뒤, 네지는 들리지 않게끔 첨언한다.

 "맛있었어"

 오나가의 볼이 경련했지만, 그 이상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피곤한 걸까, 굉장히 빨리 잠든다.

 '정말, 너무 여기저기 돌아다니지 않았으면 하는데……'

 네지는 눈을 감으려 했지만, 문득 오나가의 모피서 풍기는 냄새가 평소와는 다르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고개를 들었다. 이건, 인간의 냄새일까? 오나가가 주워온 책이나, 그 음식에서도 풍기던, 인간의 냄새.

 하지만 아주 미미한 냄새였기에, 네지는 그대로 잠을 청하기로 했다.



 "네지. 인간이란 녀석은 밥을 잘 만들고, 우리들이 뛰는 것보다 훨씬 빠른 탈것을 만든대"

 "이런 때에, 어째서 그런 말을 하는데……"

 "이런 때가 아니면 네가 들어주지 않잖아"

 네지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오나가가 입과 그 외의 부위도 움직인다.

 "그 녀석들을 보고 있으면 진짜 재밌다고. 엄청난 수의 인간이 묘한 옷을 입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데. 뭔가 이상한 놀이도 있고 말이야. 꽤 넓은 공간에 스무 명 정도가 그 주변을 굉장히 많은…… 백 명 수준이 아니야, 뭐 셀 수 없을 정도의 인간이 있는데, 굉장히 큰 소리를 낸다구. 고막이 찢어지는 줄 알았어. 하지만 인간들은 엄청 즐거워 보였단 말이지. 너한테도 보여주고 싶은데"

 "……보고 싶지 않아"

 "하지만, 밥이나 마실 것도 맛있잖아? 그 입 안에서 톡톡 튀는 물, 나는 꽤 좋아한다구"

 "……나는, 별로……"

 "언젠가 너한테도 보여주고 싶어, 인간의 거리. 정말 재밌다고. 지면이 흙이 아니라, 돌로 된 나무가 잔뜩 자라있고, 나무가 선으로 이어져있다? 그 선을 만지면, 살짝 찌릿찌릿하단 말이지. 그거 분명 함정이야. 뭣에 대비한 함정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낮은 신음소리가 오나가의 귀에 닿았지만, 그는 듣지 못했다.

 "녀석들은 멀쩡한 얼굴로 우리들의 구역에 들어온다구. 그러니 나도 녀석들의 구역에 들어가는 거야. 나는 있지, 네지. 그 인간들을 잡아먹는다거나, 그런 생각은 안 해. 그 녀석들보다, 그 녀석들이 만든 음식이 더 맛있어. 나는 그렇게 생각해"

 참을 수 없게 됐는지, 네지가 전진하기 시작한다. 네지의 움직임을 막기 위해, 오나가가 목덜미를 물었다. 흥분해있던 탓인지, 조금 힘이 들어가고 말았다. 자기 입 안에 네지의 피가 들어오는 것을 느끼자, 오나가가 당황하며 떨어진다. 그래도 앞다리로 네지의 등을 밀며, 그녀를 멈췄다.

 "아팠어?"

 "대단한 상처는…… 아니야"

 "그렇구나, 그럼 움직이지 마"

 네지의 목소리는 어딘가 비명에 가까웠지만, 오나가는 그것조차 무시했다.

 "네지. 나는, 슬금슬금 숨어서 살고 싶지 않아. 좀 더 당당하게, 너랑 함께 녀석들의 마을을 활보해도 괜찮은 세상이 좋아. 인간들이 우리를 봐도 소란피우지 않는, 그런 날이 오지 않으려나……"

 오나가의 그 말을 네지가 떠올린 것은, 그로부터 꽤 시간이 지난 뒤였다.

 그것은.



 ……비가 내린다. 물을 흡수해 무거워진 모피가 짜증난다. 털끝에서 물방울이 떨어져, 땅에 고인 웅덩이에서 물결이 인다. 몸이 차갑다. 배가 고픈 듯한 느낌도 들고, 전혀 고프지 않은 듯한 느낌도 든다.

 몸이 차갑다. 대체 며칠이나, 여기 이렇게 서있었을까. 확실히 세둘걸 그랬다. 이제와서 후회해봤자 늦었을까.

 찾으러.

 찾으러 가볼까.

 그 생각을, 금방 머릿속에서 떨쳐낸다. 지금까지도 이런 경우가 있었지만, 너무 어리광을 많이 받아준 모양이다. 찾으러 가기라도 한다면, 또 기어오른다. 어차피 돌아올 테니, 그때 화내고 화내고 엄청 화내서, 당분간 말도 들어주지 말자. 꼭 그렇게 하자.

 돌아오면.

 돌아오지 않으면.

 미친듯이 울부짖다가, 머리를 주변에 있는 나무 줄기에 부딪치고 말았다. 잎사귀에 고여있던 빗물이 한꺼번에 그녀의 몸으로 쏟아졌지만, 이제 그런 것에 신경쓸 생각도 들지 않는다.

 부딪치고, 부딪치고.

 소리를 울리며 나무가 쓰러지고나서야, 드디어 그녀가 멈췄다.

 아플 터인 머리가, 전혀 아프지 않았다.

 "그래, 돌아올 거야…… 돌아오지 않을 리가 없어…… 언제라도, 언제라도, 반드시 돌아왔으니까…… 돌아오지 않을 리가 없어……"

 소리내어 말하지 않으면, 불안에 그대로 집어삼켜질 것만 같다. 중얼중얼 읊조리면서, 그녀는 스스로가 쓰러트린 나무 곁에 자세를 바로하고 앉았다.

 그리고 기다렸다.

 기다렸다.

 기다렸다.



 꼬리를 바람에 나부끼며 달리는 뒷모습.

 그것이 마지막으로 본 모습이다.

 "금방 돌아올게"

 그것이 마지막 말이었다.



 네지는 천천히 눈을 뜨더니, 주위 상황을 확인했다. 아직 '녀석'은 이 섬에 도착하지 않았다. 나무들 틈새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슬슬 해가 떠오를 것이다.

 오늘로, 모든 것이 끝난다.

 몸과 꼬리를 쭉 뻗으며 크게 하품을 한 번 하고, 네지는 방금 꾼 꿈을 되새겨본다. 행복하고 슬픈 꿈이었다는 느낌이 든다.

 '……또, 꾸고 싶을, 지도'



 그날.

 그녀의 모든 것이 끝났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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